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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거인 Apr 29. 2021

다른 곳, 닮은 느낌

하와이와 같은 느낌의 우리나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소설이 있다.

김연수 작가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 소설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미혼모 지은이 딸을 낳고, 딸을 어쩔 수 없이 해외입양을 보내게 되고, 그 딸은 자라서 엄마의 고국으로 돌아와 엄마의 과거 향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세상에 흔적이 없는 사람.

카밀라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은의 딸, 그리고 가지고 있는 사진 속에는 동백꽃 앞에서 찍은 사진.

바다, 동백꽃 , 그리움.

그리고 자신의 엄마처럼 삶을 놓으려 바다에 뛰어든 카밀라를 구한 어느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카밀라를 바라봄으로 삶을 살아갈 하나의 희망으로 보는 카밀라.

그녀의 한국 이름은 “희재”

여기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장면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보고 무언가를 생각했던 지은과 희재다.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낳았지만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었던 아가에 대한 미안함.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어렴풋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는 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

나는 이토록 이 문장이 좋은 이유가 뭔지 이내 알게 됐다.

나에게는 사람보다 늘 그곳이 그립다.

“프로 하와이 찬양러”

아마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준 곳이라서 그런지 나는 하와이가 제2의 고향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심신의

고향이다.

하와이가 자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직장인에게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와이에 못 간다고 서글퍼할 이유는 없고, 여행은 늘 마음으로 해도 충분한 것.


가봤기에 그려지고, 겪었기에 알 수 있고, 왔기에 그리워지는 곳이다.


나는 여행을 가면 나름의 원칙이 있다.


+ 최대한 많이 걷는다.

+ 최대한 덜 먹는다.

+ 사람이 없을 때 가고 싶은 곳을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이나 늦저녁을 이용한다.

+ 어딜 많이 가지 않고, 자주 가던 곳을 가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하와이의 향수병이 생길 때 즐겨 찾는 곳은 제주도의 금능해변이다.

비양도가 보이는 모습이 하와이의 카일루아 비치 같고,

새벽녘 산책을 할 때 일출의 느낌은 하와이와 흡사하다.

그리고 애월의 해안선 드라이브 길은 하와이 동쪽 해안선을 따라가는 기분이다.

둘 다 어디가 좋다가 아니라 각 각 매력이 있다.

사실 하와이를 다녀오고 더 느끼게 된 것이 우리나라 제주도의 매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같은 현무암의 거친듯한 모습, 까만색이 이상하게 바다와 어울리는 풍경, 그리고 청명한 하늘, 그 위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들.



<**비교 사진이렇습니다.**>

사진(위) 하와이 카일루아 비치/    사진(아래) 제주도 금능해변




 해변닮았다.

사진에서 처럼 우리나라 금능해변이 어쩌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매력이 굉장한데 왜 꼭 하와이만 아름다워 보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를 가면 꼭 애월 쪽 드라이브를 즐기며, 금능해변에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걷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또한 하와이 일리카이 호텔 앞 보트장과 우리나라 부산 마린시티 파크 하얏트 호텔 옆 요트장 또한 닮았다.



사진(위) 하와이 일리카이 호텔 앞 요트장    /  사진 (아래)  부산 파크 하얏트 옆 요트장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나와 마린시티를 걷는다. 마린시티 방파제 바닷길을 따라 해운대 쪽으로 쭉 걸어서 동백섬을 지나 해운대까지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물론 천천히 감상하려면 1:30분)

새벽에 걸어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색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는 이 두 곳을 오가며 늘 비슷한 생각을 하고,

흐뭇하며 회상한다.



사진 위 시계방향으로

1.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일몰

2. 부산 동백섬 일출

3. 제주도 금능해변 일출

4. 내륙을 떠날 때 가는 공항에서 설렘


해가 뜨고 지는 곳의 풍경은 어느 곳이나 아름답다.

산책을 하는 동네의 풍경만 봐도 나름의 멋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렇게 묘하게 닮아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싶다.

정말 닮았다.

하와이와 제주도

혼자만의  TMI라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지은과 희재 그 느낌이다.


같은 화산섬이 주는 매력일까!

지형, 바다색, 바람 그리고 금능 해변에서 하늘을 보면 제주공항에 오가는 비행기들이 수시로 보인다.

와이키키 또한 그렇다.

와이키키 해변에 앉아 하늘을 보면 다니엘 K. 이노우에 공항에 오가는 비행기가 잘 보인다.

이 곳의 느낌도 굉장히  닮았다.



제주도에서 이륙할 때 애월리가 보이는 풍경.

하와이에서 이륙할 때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는 풍경.


섬을 떠나 내륙으로 돌아올 때 느낌.


나는 오늘도 다른 곳에 있지만

닮은 느낌을 찾아, 그곳의 향수를 이곳에서 느낀다.


다시 처음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로 돌아와서 소설 속 한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같은 곳을 여행하고 와서, 그곳을 여기에서 닮은꼴을 찾고, 같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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