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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울타리 May 14. 2022

평정심(inner peace)

나만의 노후준비 5

“따라라 단따 단다따 쿵.푸. 파이터♪♬” 쿵푸펜더 주제가를 종종 읊조리게 된다. 아들들이 어렸을 적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던 영화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쿵푸펜더 2’ 주인공 포우는 평정심(inner peace)을 찾아 쿵푸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결국 악당 쎈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그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살다 보면 순간순간 욱~! 하는 나를 대면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분명 힘들 것을 알면서도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질러 버린다.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습관인 건지 쉽게 고쳐지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허나, 확실한 하나는 점점 나이 들수록 고쳐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의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은 어른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른바 4대 성인인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또한 마음의 평정심을 이루셨을 게다. 한낱 평범한 인간인 내가 이룰 수 없는 범주인 걸 알면서도 그래도 흉내를 내려 노력해 본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아플까 봐, 어디 없어질 까 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지는 않은지, 학업에 뒤처지지 않은지 한참 조바심을 둔 적이 있었다. 그 염려를 달고 다녔지만 아플 때는 아팠고, 학업에 뒤쳐질 때도 있었고, 어디 없어질 때도 있었다. 다행히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내 조바심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성격이 좋은 탓이었다.

  

그 조바심에 나는 항상 불안했고, 뭐든지 빨리하려 했고, 걱정했었다. 그게 나의 건강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을 했던 것을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 어느 순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혈압에 우울증이 오면서 몸도 나약해져 갔었다.

  

별일도 아닌데 둘째 아이에게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늘 하지 않은 숙제였는데, 왜 그리 화를 냈을까 싶다... 허나 회사일로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니 아이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그렇게 화를 내고 돌아와 아들에게 울면서 미안하다 하고, 얼마 후 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러 간 첫날 뭐 때문인지 마음이 답답하다며 울기만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뭐가 그리 답답했는지, 뭐가 두려웠는지 알 길 없지만 그렇게 찾아 갈수록 우는 시간이 줄고, 나의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힘든 작업이었다. 상담 중 나의 심리상태를 검사한 날, 상담사가 검사 결과를 보고 놀라 밤늦은 시간에 전화해서는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또 펑펑 울었다. 그 한마디에 그간 모든 것을 위로받아서였던 건지, 아님 누가 나를 대변해 줘서 공감을 받아서였는지 잘 모를 눈물이었다. 상담사는 당장 수면치료를 권했고 난 바로 수면치료를 했다.

  

수면치료라고 해봤자 하루에 반 알을 처방받는다. 그 반 알은 나의 생활을 많이 바꿔놨다. 두통이 줄고, 운전할 때 실수도 안 하고, 생활할 때 많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날 무렵 이 약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잠은 확실히 잘 잔다. 그렇게 나의 마음이 평안해지도록 정비하며 산다.

  

나를 추스르는 동안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아이들을 많이 돌보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그냥 바르게 컸다. 그리도 공부 안 하던 큰아들이 고등학교 진학 후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고, 운동을 안 해 배가 많이 나왔도 키가 훌쩍 자라면서 배도 들어갔다. 매일이다시피 학원 숙제 안 하던 둘째 아들은 이제는 알아서 숙제를 한다. 내가 잔소리 달고 살던 그전보다 잔소리 줄어든 현재, 아이들이 더 잘한다.

  

내가 아무리 신경 쓰고, 집착하고, 조바심 낸다 하여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와서야 실감한다. 세상은 세상의 이치대로 변하고 있다. 마음이 요동친다 하여 거기에 흔들리면 내 몸만 상하게 되는 법임을 요즘 새삼 깨닫는다.

  

아직도 멀었다. 하지만 정녕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한다면,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함을 명심해야겠다.

  

오늘도 난 쿵푸펜더의 포우처럼 계속 되풀이한다. ‘평정심(inner peace), 평정심(inner peace), 평정심(inner peace)...... ’ 나도 그처럼 언젠가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러.나. ..... 잘 때 이빨 안 닦는 아들한테 오늘 결국 소리를 질렀다! 에구.... 평정심의 길은 너무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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