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울타리 Mar 29. 2022

아이들 잘 키우키

나만의 노후준비 4

내 동생은 아직도 쾌쾌 먹은 소리라며 핀을 주지만… 아직도 난 우리 큰아들이 태어난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큰아들은 27주 6일 만에 태어난 미숙아다. 태어날 때 몸무게 1.1kg. 현재는 72kg. 대략 70배를 키운 셈….

낳자마자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내 아들. 그가 이젠 솜털 같은 콧수염을 깎지도 않고 달고 다닌다…. 그 1kg 시절… 난 내 아들이 숨이 붙어 있는 것 만을 행복으로 알았었는데, 성장할 때마다 원하는 것이 진화했다.

빨리 기저귀를 떼었으면… 빨리 걸었으면… 말 좀 했으면…. 먹을 때 입에 묻히지 않고 먹었으면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대학은 '인 서울' 했으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걸 아들 키우면서 느끼고 있다.

그렇다… 계속 나는 욕심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고1이 된 아들은 더 이상 나의 욕심을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자기애가 커지고 자기중심적이 되면서 엄마의 말은 흘려버리기 십상이기에 많은 것을 포기했다. 하나 포기하지 않은 몇 가지가 있는데 이 잘 닦기, 사채 하지 말기, 도박하지 말기, 마약 하지 말기,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말기다… 너무 극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걸 넘어서는 것은 내 이성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 포기해도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아들들에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이리 쿨한 척 해도  잔소리를 참는 일이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간간히 양말 뒤집어 벋지 마라, 나갔다 와서 옷과 가방 정리해라, 숙제 잘해라 등 수많은 잔소리 거리가 있어 적당히 해야 하거나, 혹은 참고  지나가는 때가 필요하니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요즘 제일 힘든 일이 회사 일도 아니고 집에서 잔소리 참는 일이라고 했을까.

잔소리를 해도 안 듣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아예 안 해야지 했다가도, 주말 같은 경우, 하루에 여러 번 하게 되니 매번 무색해진다.


그렇다. 잔소리를  참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아예 가만히 두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닦으란 말 안 했더니 치과에선 '어머니 이러다가 큰일 나요' 하질 않나, 학원 숙제하란 말 안 했더니 '학원에서 제일 못해요'  란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힘들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나' 끊임없이 묻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밖에…


이런 나에게 한 선배가 그랬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는 자체가 좋은 엄마라고.  그런 생각도 없는 부모도 많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생각하다가도, 내 자식만큼은 평균 이상이고 싶은 것이, 이 엄마의 욕심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다. 자식 키우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서 빗댄 말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농부가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천재지변 등으로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같은 종류의  작물이라도 같은 환경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농사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맘이 항상 부담이고 심란한가 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빠른 시간 안에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훈육과 잔소리, 도움과 간섭, 애정과 과도한 집착. 이들 사이에서 매사에 외줄 타는 기분으로 산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니 말이다.  이런 것을 어느 정도의 선까지 지키는 것이 현명한지는 죽을 때까지 답을 찾아야 할 듯하다.


아이들이 제대로 홀로 바로서는 그날, 내 노후가 빛을 찾을 텐데,  과연 내가 아이들의 자립을 잘 도와주는 건지, 해가 되는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시조 짓기 놀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