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사진을 보니 이미 결혼한 것 같은 친구에게
결혼식을 다섯 달 앞둔 5월 2일, 첫 축의금을 받았다.
“프사를 보니 결혼하신 듯하여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2년 전에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이직한 동료였다. 벚꽃 지기 전 서둘러 찍었던 웨딩사진이 마음에 들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걸어 두었더니 그걸 보고 연락을 주셨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전 직장 동료에게 결혼 축하를 받으니 반갑고 정겨운 마음이 올라왔다. 나도 경쾌한 답장을 보냈다.
“세상에! 처음 받는 축의금이네요. 저 결혼식은 올해 10월이라 아직이에요. 이렇게 먼저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청첩장 나오면 다시 연락 드릴게요. 축의금도 그때 받겠습니다!”
후일을 기약하며 훈훈하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24시간이 지나자 “자동 환불 예정” “송금이 취소되었습니다” 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차례로 고요한 대화방을 울렸고 동료는 조용히 눈물 이모지를 남겼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때 축의금을 받고 서로 편안하게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그걸 또 굳이 환불시킨 이유는 뭐였을까. 그냥 이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이상하고 웃기다. 때이른 축하와 적막 속의 환불 메시지…
사실 그때는 결혼식 준비 오백단계 중 이백번째 정도를 수행하고 있던 무렵으로, 정식으로 결혼 소식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누군가 내 웨딩 사진을 보고 본인이 초대받지 못한 채 결혼식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웨딩 사진이란 으레 전문가의 손길이 꼼꼼히 닿아 정지된 상태에서 촬영하니까 ‘결혼을 준비하나보다’ 정도일 거라고 여겼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연락은 잘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응원하는 당신에게 작게라도 축하 인사 전하고 싶어서 연락했으며 결혼식 사진만 봐도 너무 예쁘고 행복해보여서 기쁘다고, 앞으로의 결혼생활도 즐거움과 행복만 가득하길 기도하겠다고, 혹여나 잠시 지나갈 어려움을 겪더라도 당신의 밝음과 지혜로움으로 잘 이겨낼 거라고.
사랑과 축복을 단단히 뭉쳐 화면을 채운 메시지 한바닥에 멈칫, 한참을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구체적인 축하의 말들을 듣고서야 지나가버린 결혼식을 축하하는 마음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혼 소식을 ‘당연히’ 미리 알려줄 관계는 아니라는, 그의 마음 속 재정의된 관계 위에서 이미 결혼식을 마친 듯한 이에게 진심어린 기쁨의 축하를, 그것도 일말의 아쉬움 없이 전하는 마음은 또 어떤 사랑인 걸까. 먹먹한 다정.
진심어린 축하에 감사하며, 결혼식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곧 따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데 송금 봉투가 또 취소되었다. 이번에는 친구 쪽이었다. 저 봉투는 받지 말어! 당일에 직접 가서 하겠어, 하며 부리나케 취소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실수로라도 이 친구를 누락하지 않아서 너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이 친구도 전 직장 동료도 따로 만나 청첩장을 전했고 이 사건에 대해 오래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다르지 않을 거다. 나도 스물셋쯤인가 카카오톡에서 생일 정보를 띄우지 않고 누구에게 연락이 오는지 지켜봤던 생일이 있었다. 이듬해에는 자연스레 원상복구했고, 보다 풍성한 축하 속에 만족했다. 누구의 결혼식 소식을 먼저 알고 싶은 마음도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역지사지가 되어서야 또 생각한다. 먼저 알려서 나쁠 일이 없는 것처럼, 먼저 축하해서 나쁠 일도 없다.
설령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 해도, 실제로 결혼식이 끝나버렸다고 해도, 어떤 비난도 없이 축하하는 진심을 묵직하게 전할 때 상대에게 그 파동이 아주 깊고 멀리 퍼져 나갈 수도 있다. 아주 진한 축복으로 남아 오래도록 고마운 마음으로 남을 수도 있다. 상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준다면, 관계의 무게추가 반대로 깊게 기울게 될 수도 있다. 먼저 눈치채고 축하해주는 마음은 하나도 구차하지 않고 아주 많이 고맙더라니까.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