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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22. 2021

마수(魔手)로부터 보호하는 방법

유명인을 위한 방어 수칙 1-2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SNS 논란이 시사하는 과제' 편 이어서...)


모든 사건·사고를 차단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신이라 한들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최대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예방하기 위해 힘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인재(人災)들은 대비만 한다면 충분히 근절 가능합니다.


N차 피해자가 발생하는 게 당연해진 21세기


다시 사건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매일 쌍둥이 선수와 관련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배구계에는 연이어 학폭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배우, 가수에 이르기까지 예체능계 전역으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학창 시절의 일을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문제로 삼는 이유가 뭐냐는 반문을 제기합니다. 물론 그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 당시 일은 당시에 매듭짓는 게 가장 깔끔할 테니까요.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가 않겠죠.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위태로운 건 이 사태를 계기로 2차, 3차 피해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 사건들로도 드러났지만 워낙 IT 인프라가 뛰어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신상 공개'와 같은 기이한 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주목을 받는 이슈일수록 연쇄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높으며, 신상이 공개된 피해자는 더 큰 피해를 입곤 합니다.


이를 주도한 대표적인 곳이 디지털 교도소입니다. 운영 목적은 나름 정의롭습니다만, 애당초 누군가의 신상을 공개된 곳에 게시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입니다. 태생부터 범죄를 전제로 한 사이트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필두로 신상 공개로 인한 피해가 당연시됐고,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살하기까지 하면서 결국 디지털 교도소는 폐쇄되기에 이릅니다.


이번 학폭 논란처럼 일반인이 연루되고, SNS로 인해 파장이 커지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연예인이나 준연예인인 크리에이터·운동선수가 있다면, 이어지는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삽시간에 증폭되는 살인적인 수준의 공격들

파생된 피해자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 못지않게 중심인물의 안녕 역시 주목해야만 합니다. 공인들은 어떤 사건에 연루되지 않더라도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의 타깃입니다. 하물며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사건에 연루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공격 빈도는 기존보다 훨씬 잦아들 겁니다. 그 수위 역시 훨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겁니다.


이재영·이다영 선수 역시 마찬가지일 테죠. 물론 그들이 잘못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이들이 추가적으로 받게 되는 심리적 피해 역시 N차 피해에 속합니다. 이 자매는 아마 사태가 커지면서 엄청난 포화를 감당하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이다영 선수의 SNS는 사진 도용 논란으로 재차 주목받게 됐죠.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문제 된 사진들이 왜 이 시점에 논란이 됐을까요? 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사태 속에서 그녀의 SNS는 더 이상 사적 영역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그녀를 옹호하려는 팬들, 사건을 빌미로 공격을 감행하려는 악플러들이 운집하게 됩니다. 


악플러들은 판이 깔린 격전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항상 근거가 없는 공격을 일삼기에 그들은 최소한의 눈치를 봅니다. 하지만 공격을 하기 위한 최적의 상황이 갖춰진 이상 그들은 주저하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말이죠. 


강경한 입장인 옹호 집단과 저격 집단은 맞붙습니다. 그들 사이의 갈등이 SNS 안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논란이 장기화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운집하다 보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흠집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는 거죠.

그렇게 사진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쌍둥이 자매가 피해자와 현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건 매듭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두 선수가 심리적으로 혼란을 겪는 걸 막아야만 하죠. 그들은 지금 과거 폭행의 가해자지만, 동시에 악플러들이 저지르고 있는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예방의 핵심은 원천 차단

누리꾼들의 댓글을 통해 오르내리는 유명인 관련 사건들 모두 해당 유명인의 악플 피해를 겸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당사자가 가해자로 비치는 경우, 업계에서의 입지 상실과 동시에 온라인 공격으로 인한 심리적인 피해까지도 감내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 혹은 그녀가 속한 기획사, 구단도 큰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플의 공격으로부터 유명인을 지켜내는 게 현시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침입을 받았을 때 이들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다양한 심리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전 화에서도 언급했지만 연예 기획사나 스포츠 구단 모두 심리 상담과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겁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리 상담사가 24시간 붙어 있을 수도 없으며, 약물 치료를 평생에 걸쳐 하는 것도 긍정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연예계에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매니저의 역량을 키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연예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매니저니까요. 그들이 심리 상담 교육을 받아 작은 혼란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연예인이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스포츠계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기점으로 교육부와 연계해 시스템 전체를 개선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사태가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일어날 죄를 방조하는 행위입니다. 이후에 동일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는 전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한 현 지도층이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극성 악플러들의 공세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들은 악착같이 침투해오니까요. 하지만 '원인 제공'을 하지 않는다면 과도한 피해로부터는 회피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범죄에 연루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육성 과정에서 철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유명인이 연루될 수 있는 범죄 혹은 논란에는 크게 인성 문제와 금전 문제가 있습니다.


인성 문제는 쉽사리 바로잡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어쩌면 태생적인 성향과 가정교육이 더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강조해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연예인은 팬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직업입니다.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어린 팬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그들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인성 논란을 일으키거나 개인 방송·홍보를 하다가 비도덕적인 언행을 한다면 큰 곤혹을 치르게 됩니다.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음주 후 SNS에 감정적으로 글을 올려 주목을 받는다거나 SNS 생방송 도중 흡연을 한 자도 있습니다. 일반인이 그런다면 그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연예인은 그 행동이 미치는 파장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일부는 이 책임에 대한 대가인 '품위유지비'까지 포함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명심케 하고 유사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지도해야 합니다.


어쩌면 금전적인 문제가 당사자에게는 더 치명적일지도 모릅니다. 논란의 중심이 돼 각종 포화를 맞으면서도 경우에 따라 심각한 금전적인 손실까지 입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일 수 있으니까요. 

금전 문제 또는 재테크 관련한 교육은 유명인에게 매우 필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어린 나이부터 성장에만 집중합니다. 흔히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거나 일찍 프로 계약을 맺게 된다면 또래보다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이 금액을 직접 관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보통 부모에게 맡기게 되죠.


자산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이 과정이 상당히 위험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일반인들은 적은 돈부터 스스로 벌고 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면에 유명인은 갑작스레 큰돈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적은 자산도 효율적으로 다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수입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혹의 손길도 자주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잘못 현혹되면 평생 노력으로 모은 돈을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테크 경험이 부실한 유명인이 연루될 수 있는 금전적인 문제는 마약, 도박, 투자·사업 실패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약은 연예계에서 빈번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이를 금전적인 이유에 두는 건 통상 상류층에서 발생하는 유형의 범죄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일반에까지 마약범의 영향을 퍼지고 있지만 연예인이 마약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폐쇄적인 환경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반인처럼 도심을 활보하는 연예인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만큼이나 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그들은 일반인이 없거나 드문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폐쇄적이고 음성적인 문화'가 조성되고 말았습니다.


과거 한 가수가 마약을 하다 적발되면서 이런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뮤지션들에게는 마약은 애증의 관계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음악인들 중에서도 마약중독자가 많습니다. 그들은 창작 과정에서 의존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어느 정도 관행처럼 마약이 허용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겁니다.


일반인들에게 저렴한 마약이 유포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마약들은 구매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껏 마약에 연루된 사람 상당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일순간의 쾌락을 위해 큰 금액을 쓴다는 건 재테크에서 결코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올바른 재테크 습관만 가지고 있어도 최소한의 억제는 가능합니다. 손 대기 전에 말이죠.


도박 역시 마약과 동일합니다. 폐쇄적인 문화에서 파생되는 일탈 중 하나죠. 폐쇄적이라는 단어에는 그들만의 강한 유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슈가 쉽게 공유될 수 있죠. 만약 그 안에서 누군가가 불법 도박을 통해 재미를 봤다며 자랑을 한다면 쉽사리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차피 돈은 있는데 한 번 해볼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해외 불법 도박, 스포츠 도박 등의 이슈가 터지면 한 명이 적발되는 게 아닙니다. 주동자와 가까운 주변 지인들이 함께 검거됩니다.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여기에 승부조작 의혹까지 받게 됩니다. 일부에서 아직 존재하고 있을 폐쇄적 문화는 그만큼 위험천만합니다. 


이 역시 교육으로라도 방지하고자 해야만 합니다. 도박이 얼마나 허무하고 위험한 건지를 일깨워줘야 합니다. 관리 책임이 진 자에게는 이를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더라도 불법적이거나 투기에 가까운 방식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는 걸 유명인들은 꼭 알아야 합니다.


합법적인 방향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이끌기 위해서는 투자와 사업에 대한 기초 지식도 교육해야 합니다. 두 분야 모두 행하는 당사자가 알면 알수록 유리한 분야입니다. 그리고 모르면 모를수록 손해 보거나 '당하기' 쉬워집니다.


우리는 종종 '주식 부자', '부동산 부자'가 된 연예인의 소식을 접합니다. 운이 좋게 양심적인 컨설턴트를 만났거나 스스로 해당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 중에서도 투자에 성공한 이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대다수가 전혀 노력하지 않고 운에 기대기 때문이죠.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직업입니다. 당연히 돈을 관리하는 습관부터 투자를 할 때 알아야 할 기초 상식까지 꾸준히 알려줘야만 합니다. 여기에는 세금에 대한 교육도 포함돼야 합니다.


최근 여러 크리에이터가 탈세 문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국세청에서는 고소득자인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익이 커지면 커질수록 세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를 공부해야만 합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자칫 잘못하면 막대한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인성·재테크 교육은 황금만능주의의 배척으로 귀결됩니다. 미처 언급하지 않은 문제들을 포함해 그들이 겪게 되는 일탈은 돈에 대한 어긋난 인식에서 기인합니다. 대다수 공인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문제를 일삼는 이들은 대부분 황금만능주의에 심취해 있습니다.


(워낙 큰 사안으로 번진 터라 뒷부분의 내용을 당겨왔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본 흐름으로 돌아가 '악플의 역사' 편에 이어지는 내용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7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SNS 논란이 시사하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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