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사견 - 크리에이터
다양한 주제와 그에 따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크리에이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를 만큼 막대한 수입까지 거두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 중 일부는 오로지 구독자와 수입에만 몰입한 것처럼 보입니다. 각종 사건사고와 부정적 영향에도 그들은 책임지지 않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수익을 고스란히 취하고 있습니다.
모든 신생 분야는 자연스럽게 무법천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할 법이 애초에 정립되지 않았기에 이곳에 발 딛은 이들은 마음껏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특정 문제가 반복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 규제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죠.
크리에이터를 필두로 한 동영상 플랫폼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크리에이터 유입과 활동에 어떠한 제약도 없습니다. 그들이 동영상에 담는 주제와 내용 역시 그러합니다. 일상에 엄청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이미 셀럽이라 불리고 있는 그들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세, 뒷광고 등 최근 금전적인 부분이 불거져 이와 관련된 조치가 취해지긴 했지만 원초적인 부분에서의 문제가 더 큽니다. 일부가 다루고 있는 극단적인 콘텐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자라나는 청소년, 성인 구분할 것 없이 현대인 대다수의 동영상 플랫폼 의존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제는 크리에이터 활동 여부, 구독자 수로 상대를 가늠하기까지 합니다. 첫 책을 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저 역시 이를 경험했습니다. 가벼운 인사 뒤에는 "유튜브 하세요?"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붙었습니다.
관심과 시장 매력도가 커지다 보니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유입되는 사람 역시 폭증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이한 방송 형태도 생겨났습니다.
제가 보수적인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놀라울 만큼 선을 넘는 크리에이터가 많습니다. 이런 콘텐츠가 버젓이 온라인에 유통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러울 만큼 말이죠. 어쩌면 온라인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욕설은 애교로 보일 만큼 난잡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TV 방송에서는 감히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지상파, 종합편성 채널 등 방송사업자에게는 절대적인 연령 고지가 무색한 실정입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도 높은 수위의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죠.
남녀 불문하고 신체 노출을 밥먹듯이 합니다. 대놓고 성교를 주력 콘텐츠로 삼는 이도 있으며, 몇몇 크리에이터는 편집 과정의 실수로 출연자의 성기를 노출하기까지 하더군요. 과도한 스킨십, 음주, 흡연, 인종 차별, 인격 모독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버거울 만큼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일탈이란 일탈은 다 소화해내는 그들을 보자면 용감하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이런 콘텐츠에 적응되지 않은, 혹은 동영상 플랫폼을 즐기지 않는 평범한 성인이 처음 접한다면 분명 거북스러울 겁니다. 그만큼 혁신(?)적인 콘텐츠들이 온라인에 즐비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별다른 제지를 당하지 않습니다. 떳떳이 활동하며 팬덤을 형성해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물의를 일으켜 큰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 잠시 쉬다 다시 복귀해 당당히 활동합니다.
제발 크리에이터들이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엄연한 공인입니다. 스스로는 아니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들은 분명 공인입니다. 일부는 대표적인 공인인 정치인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인에 준하는 책임감을 지녀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 보이지 않는 선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들의 말과 행동이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부분이든 형이상학적인 부분이든 공인의 몸짓 하나, 발언 하나가 누군가에겐 큰 자극이 됩니다.
점유율이 높은 유튜브가 해외 플랫폼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런 문제를 그들과 조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내 플랫폼 업체들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그들만의 선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에이터들 개개인은 자신의 활동을 제어해야 합니다. 협회나 대표성을 띤 단체가 있다면 크리에이터의 여건에 적합한 선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약속하고 지킬 수 있는 수준의 합의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주변 이해관계자 혹은 정부기관 등의 규제가 등장하기 전에 솔선수범해야만 합니다. 지금의 행태는 너무 위태롭습니다.
한 개인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지양해야 마땅합니다. 일부 크리에이터의 선 넘는 콘텐츠, 저는 결코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잠시 TV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적도 있었지만 본인의 채널이나 SNS에 달린 악플을 다루는 콘텐츠가 유행했었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에게 달린 댓글을 읽으며 소통하는 형식이죠.
어쩌면 일반인인 그들 역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악플 포화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악플러에게 대응하기 위해서인지,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피해자들에게 바라는 것처럼 이들 역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희망합니다.
앞서 어두운 부분을 언급했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긍정적으로 활용하기에도 유용합니다. 조금 과장해 크리에이터는 이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자 오피니언 리더입니다. 고유의 장점을 사회가 건강해지는 데에 환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오염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단지 콘텐츠로써 바라보는 데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을 추종하는 구독자와 그 이웃들에게 악플이 범죄라는 걸 각인시켰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유력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합심해 악플 퇴치 캠페인을 벌이면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CGV에서 영화관 이용 매너를 주제로 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영화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크리에이터들이었죠. 그들 중에서도 악플 피해자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와 마찬가지로 공익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들의 노력과 동시에 최소한 국내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 역시 악플 퇴치를 위한 규제를 도입해야만 합니다. 크리에이터 업계가 소통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악플러를 방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채팅창이니까요.
지금은 크리에이터나 채널 관리자가 물의를 일으키는 유저를 강퇴하는 형식으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에서 모든 댓글을 읽기란 어렵습니다.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지금도 일부 채팅 시스템에는 유저의 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치돼있긴 합니다만 적극적이고 건전한 신고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 시스템을 강화해 주기적으로 적발되는 악플러는 채팅이나 플랫폼 이용을 일정 기간 제한시키다든지 하는 식으로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을 겁니다. 범죄자가 활동하기 불편해져야 합니다. 그들이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자유분방함을 악용해 활개치지 못하도록 제약해야 합니다.
해외 사례를 통해 다뤘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 기업들은 온라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추세입니다. 모니터링 요원을 두기도 하며 각종 규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합니다.
그들과 공생관계인 크리에이터를 보호한다는 1차적인 목적뿐 아니라 사회 공헌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나아가야 합니다. 악플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 기업들은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동영상 플랫폼이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써 지위를 유지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내부에서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괄목할 만한 생태계 정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가장 큰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