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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Apr 16. 2021

백년대계, 교육의 힘이 빛을 발해야 할 때

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사견 - 교육계

우리는 흔히 지금 시기를 과도기라 부르고 있습니다. 인구 절벽에 의해, 혹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과도기를 맞았습니다. 과도기는 환경이 교차하는 시기니만큼 필연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가치관에 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교육 현장은 막중한 역사적 사명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염에 대한 둔감함을 각성시켜야 한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교육 현장도 여러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코딩으로 대표되는 현대식 교육 시스템 정립, 청소년들을 개방된 성문화에 안착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성교육의 확립 등 그곳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점차 정규 교과 과정 속으로 편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교과서 내에 최신 경향을 반영한 교육 내용들을 추가시키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주제들은 매년 필수 이수 교육 형식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제 중 몇몇은 특단의 조치와 성과를 내야 할 만큼 시급합니다. 청소년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잦아들고 있기 때문이죠. 통계로도 확인했지만 온라인 기반 범죄에 가담하는 청소년들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촉법소년이라는 개념의 일반화가 뼈아픕니다. 장애인 거래 관련 게시물을 게시한 중학생의 사례처럼 도덕의식이 결여된 모습이 목격되는 빈도가 잦아들고 있습니다. 교권의 붕괴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 태도 변화 지적 역시 우려를 더합니다.


청소년들의 탈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문화와 관련한 교육계 대처는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근간이 되는 기초 교육 과정 내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만 합니다.


현재 각급 기관의 교육 과정은 2015년 개정 이후 지속돼왔습니다. 현행 교육 과정 내에서 온라인 문화와 직결되는 교과목은 실과·정보와 도덕 두 가지입니다. 


국가교육과정센터에 공시하는 교과 과정 총론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과·정보 과목은 직업과 산업의 실제 등을 다루는 항목입니다. 과거에는 기술·과정 일부에 포함돼있던 정보는 그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독립 교과로 분리됐으며, 그 안에 온라인 문화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정보 문화, 자료와 정보,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실무적인 교육이나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윤리는 정보 문화 중 정보 윤리 부문에서만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덕 교과는 어떨까요? 도덕은 크게 공통 교육과정인 도덕과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고전과 윤리로 나뉩니다. 그중 가상세계와 관련된 내용은 생활과 윤리에 편입됩니다.


생활과 윤리는 현대의 삶과 실천 윤리, 생명과 윤리, 사회와 윤리, 과학과 윤리, 문화와 윤리, 평화와 공존의 윤리로 구분되는데 그중 과학과 윤리 부분에 정보 사회와 윤리로 일부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체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형이상학적 혹은 인문학적인 요소로 이뤄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교과 내용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문제를 적용했을 때 사이버 윤리로 대변되는 교과 내용의 비중은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교육부 및 각 지방 교육청에서 특별교육 형태로 보완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그 현실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일정 부분 개편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과 내용 확충을 통한 절대적인 교육 시간 확대, 이를 토대로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만 합니다.


혹자는 교정을 떠나면서 투덜거립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중 살아가면서 필요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가상세계 속 올바른 가치관 정립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에 직결되는 내용이죠.


사이버불링 사례와 그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범죄는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의 도덕성 결여는 파국에 가깝습니다.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청소년들은 각종 자극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입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교과 과정의 즉각적인 변화는 쉽지 않을 겁니다. 부족한 대로 특별교육을 강화해야만 합니다. 


군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선별된 새터민들을 강사로 투입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각 부대를 다니며 주기적으로 북한의 실상을 소개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와 닿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착안한 교육 방식이죠.


악플과 온라인 문화 특별 교육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꾸려지면 어떨까 합니다. 악플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 악플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이 학생들을 독려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앞서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아픔으로 음지에 들어간 이가 양지로 나오는 건 보통의 각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악플러들과 마주했던 이들이 실상을 알리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면 의의가 클 겁니다. 


각급 교사는 기존 책무인 교과 과정의 효율적인 교육에 치중하고, 중차대한 문제는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이들에게 맡기는 게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듯 합니다.


인간관계의 핵심 '존중', 존중의 교과서 '토론'

이와 더불어 집중해야 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올바른 토론 문화의 형성입니다. 주입식 교육과 학생들의 창의력 문제가 지적되면서 등장한 대안이 토론식 학습입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토론은 보다 본질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태어나서부터 온라인의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매체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통상적인 양상보다는 가상세계 속 문체를 그대로 현실에서 차용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높습니다. 


인터넷 상용화 과도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지금의 30~40대와 비교했을 때에도 확연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종종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대화 양상이 펼쳐지며, 신조어와 비속어가 난무합니다.


이것이 올바른 대화와 토론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익명성에 기인한 온라인 언어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악플의 근본도 여기에 기인하죠. 


이상적인 토론은 상대에 대한 전적인 수용에서 시작됩니다.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상이라도 합리적인 근거와 차분한 설득으로 대화를 이어가야만 합니다. 의견차가 심하더라도 이성적인 합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토론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해 온 역사는 모두 이 과정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미래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주변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아니,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타인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존중과 배려는 생존의 근간입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과도하게 몰입된 이들에게 일깨워줘야만 하는 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론은 이를 습득하도록 돕는 좋은 도구입니다. 이는 성숙한 온라인 문화를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주춧돌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100년의 미래를 바라보고 펼치는 국가의 핵심 사업입니다. 지금의 유·청소년은 끊임없이 악의 유혹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악의적인 것들에 전염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면역력을 심어줘야만 합니다. 현시대 교육계가 짊어진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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