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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19. 2021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SNS 논란이 시사하는 과제

유명인을 위한 방어 수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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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전개상 후반부에 나와야 하는 내용이지만,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이 앞서 언급했던 '온라인 오염 사례'로 극단화되고 있기에 우선 꺼냅니다.)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입지전적인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 축구계에서 수많은 역사를 일궈낸 인물인 만큼 여러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입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자가당착(自家撞着)으로의 초대


연예인·운동선수 그리고 팬. 이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팬이 있어야 스타의 수익이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있습니다. 그가 받게 되는 출연료 혹은 개런티는 A를 많은 사람이 받을수록 높아집니다. 운동선수들 역시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구단을 지지하는 팬에 비례해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구단 재정이 탄탄해지면서 좋은 조건으로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죠.


의무에 가까울 만큼 대다수 현대인이 SNS를 쓰는 지금의 현실. 팬들과의 소통을 해야만 하는 유명인들은 점차 SNS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라이브 방송까지 가능해진 만큼 많은 스타들이 SNS를 통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를 전제로 한 홍보 활동이지만, 자칫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소한 언행 실수만 있더라도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곤 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명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의 학폭 논란은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레입니다.


물론 이 사건의 핵심은 두 선수의 학교 폭력 이력과 그에 따른 적절한 징계입니다. 배구계에서 중심에 서 있을 만큼 유명했던 선수들이었기에, 이 소란의 결과가 절대적인 선례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SNS를 잘못 사용하면 당사자와 그 주변인에게 상상 이상의 파장을 보여준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입니다. 해당 사건을 통해 SNS 활용의 오류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SNS, 양날의 검이 되다


첫째, 부득이하게 역량이 분산됩니다. 운동선수든 연예인이든 전문성을 인정받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혹은 소속사가 일정한 선을 지켜두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SNS를 '남용'하다 보면 몰입도가 커지게 돼 주객전도되기도 합니다.


SNS 특성상 활동량에 비례해 계정을 추종하는 누리꾼인 '팔로워'가 늘어납니다. 이 숫자는 일종의 경쟁심을 자극합니다. 많은 팔로워를 모집하기 위해 SNS 활동에 역량을 더욱 투입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현실의 업에 투자해야 할 역량은 줄어들게 되죠. 퍼거슨 경이 SNS를 비판한 핵심 이유일 겁니다.


그렇다 해도 개인의 홍보에 최적인 산물을 포기할 수는 없죠. SNS에 기울이는 노력이 커질수록 팬들과 스타 사이의 유대가 강화됩니다. 이 속에서 유명인은 인정과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팬들 역시 동경하는 이와 직접 소통하며 동일한 반응을 얻습니다. 

둘째, SNS는 사용자에게 점차적으로 과도한 노출을 강요합니다. 순기능은 분명 존재하지만 일련의 과정은 안타깝게도 자신을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과거에는 본연의 활동이나 팬 사인회 등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는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SNS로 인해 일상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만 지켜본다면 당연히 문제 될 소지가 크게 없겠죠. 팬들과 함께 범죄자들 역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염된 소통을 시도합니다.


기사로 살피던 악플과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직접 다가오는 공격은 체감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당사자가 느끼는 심리적 혼란은 기사를 통한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스며듭니다. 각종 악플, 스폰 요구, 협박 등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은 매 순간 유명인을 공격합니다.


팬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하는 SNS지만, 반작용이 더 강하게 각인됩니다. 별다른 의도 없이 올린 게시물, 라이브 대화 중 사소한 실수는 악플러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SNS 활동량은 팔로워 수뿐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제공되는 근거에도 비례합니다.


셋째, 실질적인 경쟁력 하락과 관계없이 경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당사자에게는 SNS를 잘못 쓰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뼈아픈 단점일 겁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 우월한 경쟁자 등과 같이 일반적인 원인이 아닌 특정한 실수로 커리어 자체가 종결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온라인 활동 중 일어난 사소한 실수로도 심대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가 공분을 사고 있는 건 이다영 선수가 폭로 직전 올린 SNS 게시물 때문입니다. 그녀는 게시물을 통해 '집단 내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렇지만 게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단 내 가해자'가 되고 말았죠. 


이렇듯 두 배구선수의 사태는 특이하게 두 측면이 다 존재합니만 실수로 자승자박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게재한 글, 술김에 올린 사진으로 인해 한순간에 퇴출되는 이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일생의 노력이 찰나에 무너지는 꼴입니다.


넷째, 부가적인 심리 동요를 불러일으킵니다. 앞선 단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지속적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됩니다. 심리적 불안감은 일차적으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모두 안정적인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합니다. 평온한 내면이 기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획사나 소속구단에서는 이들의 관리를 위해 심리 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투자를 하는 추세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를 치른 후 몇몇 선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감염돼 축구팬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당시 감염된 선수들 중 일부는 바이러스와 더불어 심리 치료까지 병행했습니다. 격리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워 대체 선수가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불안감,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전담 심리상담사를 두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안정적으로 적응,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돌 가수를 육성하는 기획사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지쳐있는 청소년들은 외부 자극이나 평가에 더욱 휘둘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본업 외적으로 SNS에 스스로를 과도하게 노출하면서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익명의 범죄자들이 사적 영역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채 반복적으로 침입하다 보면 이들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기도 합니다. 


이는 심리적 불안 심화의 영향으로 인한 기량 저하, 슬럼프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을 알리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시도가 가져오는 위험한 역효과입니다. 주변에서 이를 인지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거나 흔들리는 심리를 스스로 붙잡지 못한다면, 당사자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연쇄작용은 주변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이재영·이다영 선수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요? 논란이 커지자 두 선수는 숙소를 떠나 고립됐습니다. 두 선수의 공백은 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국가대표로까지 활약했던 선수들이었던 만큼 팀 내에서 그들의 비중은 컸습니다. 단기간에 이 자매를 대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소속팀은 연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크게 국가대표팀 전력을 보더라도 이들의 대체는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봐주기 논란까지 등장할 만큼 연맹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온라인에서 저지른 실수는 이처럼 한 구단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기획사들이야 여러 캐시 카우가 존재하지만 중소형사는 대표 연예인 한 명이 회사 명운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연예인이 SNS 논란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면 소속사와 직원들, 그리고 이 소속사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만약 이 연예인이 특정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었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적으로도 훌륭한 홍보대사를 잃게 되는 셈입니다. 경쟁력 있는 문화·체육인은 경우에 따라 수십, 수백조의 경제적 가치를 지닙니다.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손실입니다.


여섯째, 이번 사태를 통해 문제되고 있는 또 하나의 부분입니다. 과도한 사랑이 잘못된 가치를 우선시하게 합니다. 


팬의 입장에서 스타의 일상을 자세히 알아가는 건 우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더욱 가까워짐을 뜻합니다. 거리가 줄어들수록 애착은 커지게 됩니다. 과유불급이라 했습니다. 지나치게 이에 심취하다 보면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대게의 집착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곤 하죠.


쌍둥이 팬 커뮤니티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선수를 옹호하는 건 어쩌면 팬의 입장에서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지만, 일부는 이를 뛰어넘어 폭력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징계를 내린 구단과 연맹에도 연신 공격을 퍼붓기에 이르렀습니다.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피해자와 극성팬, 극성팬과 그들의 극단적 행동에 거부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 양상이 조성됐습니다. 자극적인 이슈는 무한정으로 양산하는 일부 언론사들 덕분에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팬들의 애정이 좀 덜하다면, 그들과 스타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조금 소원하다면 이에 비례해 극단적인 양상도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최근 스타와 팬 사이의 친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 유대가 긍정적으로만 발산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엇나간 애정 행각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SNS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을 살펴봤습니다. 특정 사태를 빌어 설명했지만 언제든지 유사한 사건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선수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잘못과 더불어 시스템, 환경의 개선을 요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기존 관행을 그대로 잇도록 강요합니다. 시스템에 익숙해진 이들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이전부터 문제 됐었습니다. 폭행, 성추행 등 꾸준히 분란이 있어왔습니다. 이 사건이 환경 전체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만 합니다.


과거는 미래의 위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최적의 교과서입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신호를 보내왔지만 두 배구 선수의 사례 역시 전반적인 변화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 이후로 배구계뿐 아니라 스포츠계, 연예계, 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책임을 진 모든 곳에서는 전반적인 체질과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주가 되는 교육 훈련이 전부가 아닙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그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 이는 인성 문제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건전한 인격 형성을 위해 교육 담당자들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덧붙여 SNS와 온라인 활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미래에는 한 개인이 하는 언행의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갑작스레 발생하는 사적인 문제는 확산될 여지가 더욱 커질 겁니다. 이로 인한 피해를 봉쇄하기 위해선 사전에 철저하고, 세심하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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