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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Apr 03. 2021

선택을 마주하고 있는 인간은 한없이 작다

한 명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능력은 무한정 키울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눈앞에 놓여도 굳건히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 시대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나와 같은 프리랜서일까? 일반 급여소득을 받는 직장인들 역시 고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이처럼 고민이 가득한 시절이 있을까. 그만큼 모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바이러스, 코로나19다.


코로나 블루는 이제 익숙한 감정이 돼버린 듯하다. 일상에서나, 뉴스로나 웃을 만한 소식을 접하기 어려우니 당연할 수밖에. 사그라드는 줄 알았던 확진자는 거리두기가 완화됨과 동시에 다시금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보급 문제로 2차 접종은 기약조차 없단다. 만약 최근의 보도처럼 2차 접종이 늦어진다면 집단 면역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성실한 거리두기 수호자와 이를 포기한 자들 사이의 갈등도 극한에 치닫았다.


이처럼 바이러스에서 파생된 일들로 사회는 들끓고 있다. 블루를 넘어 이 시국의 분노를 일컫는 코로나 레드, 좌절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랙까지 전염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을 만큼 기이한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군중 속의 고독이 일상화되고 있던 현실이었다. 코로나가 종식이 된 후의 세상,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척박해질까.


실제 우려되는 일일지도, 그저 잡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건 역경을 이겨내고 나서 확인할 수 있는 미래다. 내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한 숨 돌릴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나 역시 큰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아직까진 살아갈 날이 더 많은, 결코 길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각 선택에 따라 여러 경험을 했다. 그렸던 그대로 승승장구를 하기도 했으며, 전혀 다른 상황을 맞닥뜨려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든 선택은 날 성장시켰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됐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다 선택을 하기에 앞서 많은 고뇌를 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고민의 무게가 크면 클수록 위축되기 마련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난 크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내 뜻대로 그려나갈 수 있으리란 확신이 가득했었다. 보기를 설정하지 못해 멈칫했을 뿐, 그 길을 걸어가면서 겪을 수 있는 고난과 우려를 두려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에 없던 압박이 나를 옥죄고 있다. 이전의 상황들과는 달라서 그런 걸까? 과거보다 나이가 들다 보니 위축된 걸까? 명확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연히 소극적이다.


무엇보다 전혀 의도치 않은, 강압적인 상황에서 맞게 된 선택이기에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 번의 선택은 수년간의 인생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에 했던 선택은 단 몇 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시작됨과 동시에 펜데믹이 맞물리고 말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내 능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다고 핑계로 삼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만큼 얼마 전 선택은 기대감이 컸다. 기대가 컸던 만큼 어그러지고 나서의 반향은 컸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지금까지 실패를 겪을 때엔 후회나 아쉬움에 젖어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기에 빠지는 걸 경계해왔다. 한 번 발을 딛는 순간 얼마나 힘겨울지 알고 있으니깐.


그렇지만 이번엔 너무 아쉬움이 크다. 이유가 어찌 됐든 현실의 답답함을 타계하기 위해 했던 또 다른 시도조차 무너졌다. 기존의 길을 고수하려면 그저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려야만 하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건 너무 큰 도박에 가깝다.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선뜻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이탈하기가 싫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쉬움이 가득하다.


코로나로 무너져 내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나처럼 큰 결심을 하고 도전을 하다 좌절한 사람,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답답한 상황에 처한 사람, 승승장구하다 한 순간에 몰락한 사람... 각자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걷던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멈춰 섰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막막함을 이겨내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


눈앞의 안개는 시간이 지나면 걷히기 마련이다. 나처럼 고민 가득한 이들이 두려워하는 건 아마도 안개가 걷히고 나서 드러날 각자의 모습이 아닐까? 꿋꿋이 풍파를 이겨내지 못해 초췌해졌으면 어쩌나 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든지 이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고 힘을 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지 우리 모두 새롭게 내딛는 첫걸음은 힘이 가득해야 한다. 힘껏 내디딘 발걸음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선물해주리라. 


누구도 앞날은 예측할 순 없지만 각자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사람은 100가지 장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단점 역시 100가지라고 하지만... 어쨌든 능력과 기적, 성공과 열정은 오로지 희망에서 시작된다. 버거울 만큼 매서운 풍파 속에 있지만 희망의 불씨만은 꺼뜨리지 말자. 작은 불씨만이라도 살리면서 버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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