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조금 다른 내 아이

by 조이 킴



내 아들을 낳아줘서 고마워요.



둘째 아들 시후의 13번째 생일이 곧 다가온다. 한참 스쿠터 기술 배우기에 한창인 녀석은 생일이 되기도 전에 생일 선물로 스쿠터를 사 달라고 졸랐다. 한번 꽂히면 그것이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 졸라 대는 아들의 성향을 잘 아는 탓에 들들 볶이느니 어차피 해야 할 선물이라면 앞당겨서 사주자 하고 주말 쇼핑에 나섰다. 신이 난 녀석은 절친이자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제이콥(Jacob)까지 불러서 함께 스쿠터를 사러 갔다.


매 해 시후의 생일은 내게 좀 특별하다. 그날이 되면, 나는 시후를 배 아파 낳아준 엄마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나는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시후를 세상 가운데 내어 놓았고, 나는 그 아이를 기른다. 큰 아이를 내 배로 낳아 본 엄마로서 그녀가 그날만 되면 얼마나 마음이 시리고 아릴지 짐작이 된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입양을 보낼 생각을 했고, 태어나자 마자 핏덩이 같은 아이를 입양원으로 보낸 그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마음이 스산할 것은 분명한 그에게 나름대로의 따뜻한 마음을 보내려 애쓴다. 어딘가에서 시후의 행복을 빌고 있을 그 엄마에게 사랑스런 아이를 낳아주어서 많이 고맙다고, 시후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잘 크고 있다고,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하늘에 대고 위로를 보낸다.


시후는 생후 6개월에 입양한 아이다. 큰 아들이 나와 제 아빠를 많이 닮은 반면 시후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많이 다르다. 키도 작고 말랐다. 밤에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가리지 않는 큰 아이에 비해, 시후는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았고, 밤에 수도 없이 깨 밤잠을 설쳤다. 생후 2년이 되어서도 ‘엄마’ 외에는 말을 하지 못했고, 또 성격이 편안하지 못하고 짜증과 화가 많은 아이였다.


주변 입양 가족들이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하기에 시후를 큰 병원으로 데려갔다.








두개골을 늘리는 수술



KakaoTalk_20210316_231943891.jpg
KakaoTalk_20210316_231943660.jpg
- 두개골 수술을 받던 때 -



이것 저것 검사 끝에 문제는 시후의 두개골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기들은 대개 두개골이 살짝 열려 있어 안에 있는 뇌가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주는 것이 보통인데, 시후의 경우에는 그 두개골이 모두 닫혀 있다는 것이었다.


안에 있는 뇌는 자라는데 두개골은 그대로 있으니, 두개골 내부 공간이 작아지며 압력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이가 짜증이 많고 성격이 통제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정기 검진과 예방 주사를 위해 방문한 소아과에서 아이 머리 크기가 성장 속도에 비해 너무 작다고 했던 의사의 말을 떠올렸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의사는 시후의 전두엽 부분이 눌려서 인지 발달이 느려 말하는 것이 늦어지고 있고, 그대로 두면 성격 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고 전체적인 사회 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두개골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수술을 권했다. 그 수술은 닫힌 두개골을 절단하여 네 군데 철심을 박고, 그 나사들을 날마다 미세하게 조금씩 열어 줌으로써 두개골의 크기를 넓혀가는 방식이었다. 많이 두려웠다. 그러나, 본인의 아이라면 그 수술을 선택하겠다는 의사의 말에 용기를 내서 수술을 결정했다.


입원 첫날,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 민머리가 된 아이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기도했다. 내가 했던 모든 착한 일들을 기억해 나열하며 그 착한 일들에 대한 보상이 시후의 인생으로 흘러 들기를 염원했다.


수술 당일, 작고 여린 아이를 수술실에 넣어 놓고 일을 하러 가야만 했던 당시 나의 마음은 지금도 형용키는 어렵다. 긴급한 일을 끝내 놓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시후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으로 기억된다. 감사하게도 수술 후 퉁퉁 부어 있는 얼굴의 시후는 명랑했다. 거의 감긴 눈으로도 잘 보인다며 까불거리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안도했다.








장애 3급 진단을 받고



- 수술 후 시후의 모습 -

수술을 끝낸 시후의 머리에는 네 개의 쇠로 된 나사가 붙어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그 나사들을 조여서 두개골 사이를 벌리고 드레싱을 바꿔주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흐른 후, 시후는 두개골에 박아 놓았던 철심을 빼는 두번째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은 잘 되었는데, 첫 수술때는 아무 생각이 없이 잘 견딘 시후가 두 번째 수술은 엄청 무서워했고, 그 경험으로 인해 병원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후에 연결되었던 언어치료나 정서 치료를 병원에서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 시나브로 시후는 정서적으로 편안해지고 말도 하기 시작했다.


시후가 말하는 방식은 좀 독특했다. 어떤 단어들은 아무리 많이 정정해주어도 자기 방식대로 발음했다. 아마도 자기 귀에는 그렇게 들리나 보다 생각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시후가 새롭고 낯선 환경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과 집중 시간이 3분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결국 초등학교 입학 전에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았고, 초등학교 입학 시 장애 통합반으로 편입되었다.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배우는 것보다는 국어를 먼저 익히고 수학을 배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2년 동안 국어를 배웠다. 국어와 수학 시간을 제외하고는 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배웠다.


2학년 2학기가 들어서면서, 시후 반 아이들이 시후와 자신들의 차이점을 알아채고 시후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시후의 장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다름’이 쉽사리 ‘차별’이 되는 사회에서 싱글맘으로서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입양아’를 키운다는 것은 이중 삼중의 편견을 심어주는 일이 될 듯했다. 시후가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후를 한국 사회에 수용되도록 훈련시키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지로 보였다.


하여 우리는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완벽히 적응하다



KakaoTalk_20210316_231945154.jpg
KakaoTalk_20210316_231945150.jpg
- 시후와 단짝 제이콥 Jacob -



두 아이 모두 영어를 거의 배우지 않은 상태로 뉴질랜드로 왔기에, 초반 고생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새로운 환경, 다른 사람들, 다른 언어. 어른들도 한참 동안은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이 큰 시후는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학교에 들어간 첫 한달은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울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한달 동안, 교실 뒤편에 앉아 시후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 선생님이 시후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가서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면 그때서야 나는 교실을 나서곤 했다.


다행히도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던 시후의 뉴질랜드 학교 적응은 한달만에 이루어졌다. 그 모든 것은 천사의 현신 같은 친절한 학교 선생님들 덕분이다. 시후가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늘 따뜻한 미소와 밝은 얼굴로 시후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서너 달 후부터는 선생님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어서 어리광을 피울 정도로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첫 해부터 지금은 단짝 친구가 된 제이콥이 짝꿍이 되겠다고 자원을 해서 시후의 학교 생활은 더 재미있고 활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좋은 인연들이 시후의 인생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기뻤다. 두 아이의 귀엽고 예쁜 우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닮은 영혼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성장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든다.


시후의 뉴질랜드 학교에서의 첫 해 목표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지내기’였다. 그 목표는 3년 동안 거듭 반복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행복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 목표는 학년 초 담임 선생님과 일대일 대면 상담 시 세워진다. 말이나 구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그것을 1년 내내 염두에 두고 아이들을 지도한다. 언뜻 보기에 체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학교 수업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는 방법은 각자 다르니까!



뉴질랜드에 온 첫 해, 시후의 학교 생활, 특히 영어와 수학 수업을 어떻게 도울지를 두고 선생님들과 했던 미팅은 참 인상 깊게 남아있다. 학교측에 시후의 학습 능력에 대해 설명하여 조금이라도 더 시후에게 적합한 수업이 진행되기를 희망하였다. 교과서도 없이 진행되고, 국제 학생들도 모두 섞여 있는 교실 환경에서 시후가 자기 속도에 맞추어 배울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많이 있었다.


다행히도 학교측에서는 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후와 관련 있는 모든 선생님들과 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담임 선생님 두 명, 학교 장애아 담당 선생님, 국제 학생 담당 선생님, 이렇게 네 명의 선생님들과 내가 함께 회의를 하면서 시후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제 학생이라서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그 미팅은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특히, 많이 느슨 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적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시각을 많이 교정해 준 시간이었다.


나는 시후에게 도움이 되는 학습 환경을 만들고자 시후가 병원의 소아정신과로부터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들은 설령 그렇다 해도 사람의 지능은 변화 발전하는 것이니 장애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시후를 보지는 않을 것이며, 엄마인 나도 시후를 보는 관점을 바꾸어 보라고 부드럽게 권고했다.


또, 내가 시후는 한글도 미처 떼지 못했으며, 수학의 수 개념은 한 번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말했을 때, 그들은 누구나 배우는 속도가 다르며 또한 배우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후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 질문했다. 공교롭게도 나는 시후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그들은 시후가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선생님들은 시후의 속도에 맞춰 시후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반신반의했지만, 결국엔 선생님들의 교육 방침에 따라가기로 했다.








감각 지능이 높은 아이


KakaoTalk_20210314_063617724.jpg
KakaoTalk_20210314_063619959.jpg
- 공예와 그리기 활동을 하는 시후 -



4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선생님들의 시각에 또는 뉴질랜드 학교의 장애 아이들에 대한 접근법에 완전히 동화되었고, 진심으로 동의한다.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만이 배움의 전부가 아니다. 여러가지 다른 방식의 배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성에 대해 마음을 열고 나니, 천편일률적인 잣대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시후를 키우자 생각을 바꾸니, 시후는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많은 아이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는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시후는 주변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을 빨리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 비록 영어는 안되지만, 상황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시후가 선생님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주변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후는 감각 지능이 높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무언가를 찾을 때면 우리는 반드시 시후를 먼저 찾아간다. 시후는 어떤 특정한 것을 언제 어디서 봤는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 젬병인 나와 큰 아들은 늘 시후에게 의존하여 물건을 찾는다. 후각도 발달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면, 옆에 와서 반드시 재료 하나 하나 냄새를 다 맡아 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과거의 경험을 불러온다.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 냄새를 맡았는지 기억해내는 능력은 언제 봐도 참 감탄스럽다.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것들을 통해 시후에게 각인되는 것들은 오래 남는다. 영화 ‘스타워즈’를 수 십 번씩 보고 영어 대사를 외우는 것은 시후의 그런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중, 시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능력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종이와 골판지, 그리고 레고를 이용해 끊임없이 이것 저것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 집 차고와 시후의 방에는 책상 대신 시후의 작업대가 마련되어 있다. 그 위에는 글루 건과 페인트, 가위, 칼 등의 공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아이



KakaoTalk_20210314_065456462.jpg - 시후의 열세 번째 생일 케이크 -



시후가 영어를 배우는 방식은 당연히 제 형이나 엄마인 나와는 사뭇 다르다. 시후는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가면서 영어를 몸으로 익히고 있다. 절친인 제이콥과 스쿠터를 꾸미고 기술을 익히며 놀면서, 또 레고 만들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유튜브로 찾아봄으로써 영어를 배운다. 시후가 처음으로 영어 단어 스펠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유튜브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검색하고자 할 때였다.


또, 좋아하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영어 대사들의 의미를 물어봄으로써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익혀 가고 있다. 책을 통해서, 또 의도적 암기를 통해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엄마의 케케묵은 생각을 시후가 통째로 바꾸어 가고 있다.


시후로 인해 내 삶은 더 풍요롭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났고, 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후는 내가 머리로 아는 그것을 삶 속에서 살아낼 수 있도록 한다. 그 아이 덕분에 나는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또 그 다름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


시후는 이제 드디어 십대(틴에이저)가 된다. 성장이 느리기 때문인지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조만간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랄 것이다. 시후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까? 때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때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시후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것, 그것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엄마의 역할은 언제나 박수 쳐 주고, 애정 어린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일일 것이다.





keyword
이전 05화친구 후아니타와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