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시작한다는 건
아침을 시작한다는 건
아침을 차려먹는다는 건 내가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증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식사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동료와 대화하면서 먹고, 맛있는 음식은 나눠먹던 일상적인 시간은 사라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식사하라는 경고까지 받으면서 먹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싸다닌 지 반년이 넘는 동안 혼자 밥을 먹고, 특별한 날 아니고선 혼자 식단을 먹는다. 익숙해지다가도 외롭고, 시끄럽던 점심시간이 싫었었는데, 그립기도 하다.
이젠 이런 사소한 일도 소중하다.
내가 먹는 음식은 몸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연료.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계속해서 몸에 제공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보기 위해 30분 일찍 도착해 아침부터 고구마, 삶은 달걀, 오이, 연근, 냉이, 양상추, 당근, 파프리카,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사과, 그릭 요구르트, 블루베리, 수제 그래놀라 등 조금씩 오랫동안 씹어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 꼬인다.
일 년 전 난, 조금만 더 잠을 자기 위해 5분 단위로 알람을 맞춰놓고, 이불속에 달콤한 잠을 청하고 억지로 눈을 떠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지각할 듯한 시간에 겨우 도착해 아침을 맞이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고, 꾸벅꾸벅 조는 바람에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회의하고, 상담하고, 저녁이 되면 스트레스로 과식하는 게 일상이었다.
누적된 나의 육체는 40년이 지나니 하나씩 고장이 났고, 지금 일 년 동안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며 느낀 나의 모습은 신기할 정도이다.
운동과 식습관을 바꾼 이후는 알람을 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 이런 기분인 건가?
어릴 적, 주말엔 늦잠을 자고 있으면 아버지가 온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아침 먹으라고, 산에 가자고 했던 게 이런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해서 그런 걸까?
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40년 이상을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걸 좋아했던 나이고, 먹는걸 더 좋아하기에 저절로 건강해지는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환기를 하고, 식물들에게 물을 준 후 아침을 차려먹는다. 간이 되지 않은 연근과 아보카도, 살짝 데친 브로콜리, 냉이, 당근과 비트, 사과, 양상추, 고구마, 삶은 달걀, 수제 그래놀라, 아몬드, 블루베리, 그릭 요구르트... 이렇게 적다 보면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든든하게 하루를 잘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소화가 될 즈음에 근력운동을 하고, 2시간의 운동을 마치면 허기진 배를 참고, 집으로 돌아와 정성스러운 점심을 차려 먹는다.
식습관을 바꾸기 전의 난,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단순하게 배를 채웠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집으로 오는 길에 포장을 해오거나 배달음식을 먹는 것. 하지만, 그렇게 먹고 나면 배는 부른데, 오히려 허기가 지는 느낌이었다. 배가 부른데, 또 간식을 찾게 되고, 뭘 먹었는지 기억상실증이 있는 사람처럼 잊어버린다.
이제부터라도 먹는 즐거움을 알고, 질이 높은 시간을 가질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