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지 않다.
지난 주말 '나를 울린 두사람의 죽음' 글을 올리고 며칠뒤 한 선배를 만났다.
친형처럼 잘 따르는 친한 형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글 읽어 봤다며 운을 떼었다.
"형, 그 사람들 나이 40에 사망했는데 참 아쉬워요"
"아쉽긴 하지. 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나았는지도 몰라"
의아했다. 내가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40에 사망한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니..
선배의 그 다음 애기를 듣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선배의 이야기다.
선배는 대학 시절 불꽃과 같은 열렬한 사랑을 했다. 평생 못잊을만큼 진정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대학때니만큼 젊고 예쁘고 아름다왔다.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토록 사랑했지만 어떤 연유인지 헤어지게됐고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해서도 가끔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럴때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날 우연히 거잣말처럼 거리에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수많은 오가는 행인들 사이에 왠지 낯익은 중년 여인이 시야에 들어 왔다.
아는 척 하려다 멈칫했다. 머리 속의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는데 지금 눈 앞의 여인은 그냥 펑범하기 그지 없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었다. (선배는 '아줌마'라는 표현을 했다) 몸도 좀 불어 있었다.
그래, 젊었을 때 만나고 그후엔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거야. 나이 들어 늙어 가는 모습은 더더욱 당연한거고..
가슴 속에 품어 온 그녀의 모습은 푸르른 청춘 시절에 만났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쪽도 선배를 알어 보았는지 멈칫했으나 그냥 외면하고 가던 길을 갔다.
그래, 저 사람도 나를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을 똑 같이 느끼겠지..
그후엔 별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저 가슴 속으로 고이 간직했던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그녀 그대로일텐데.. 괜히 마주친 것 같다라고 했다
"그쪽도 나를 알아보았더라면 실망 했을거야. 풋풋한 청년이 평범한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어 있으니"
"사람이 나이 먹어 가는 것은 당연한거쟎아요. 어떻게 늙어 가느냐가 관건이지"
"만약 네 브런치 글에 있던 그 사람들이 쉰을 넘고 예순을 넘어 할머니 문턱의 모습을 상상해 볼수 있니?"
"........"
"그래, 네 기억 속에 젊었던 모습으로 남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야"
"........."
"많은 여자 배우가 어느 순간 세간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은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래"
"....형. 그런데 형이 진정 그리워 했던 것은 그 여자분이 아니라 그분을 만났을 때의 형의 젊은 시절이 아닐까요?'
"그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당연히 늙는다. 나이든 얼굴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씌여있다.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