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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Dec 18. 2021

회고5

나에서 우리로 가는 기준이 다른 걸까

"뭐예요?"

"생각해봤는데,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한참 찾았어요."

"전 거절당한 줄 알았아요. 그럼 저녁 같이 먹을래요?"


 생각지 못한 전개에  바로 앞에 있던 편의점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정말 자기는 다이어트 중이라서 밥은  먹을 거지만 같이 있어주겠다며, 도시락 하나를 골라주었다. 그러고 시작된 서로의 통성명과 함께 우린 동갑이라는 , 같은 이름이 2개가 있다는 점을 논하며  좁은 편의점 창가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아깐 거절했는지, 도대체 무슨 향수를 쓰는지, 스무고개 하듯 각자의 질문이 하나씩 맞춰가며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도시락 그릇의 밥풀이 말라가고 있는지도 모른  서로를 알아 고 있었다. 그날의 우리를 감싼 10월의 바람은 따뜻했다.


나는 결코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지 않았다. 그저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척과 함께 그를 탐색할 뿐이었다. 이젠 왔다며 인사하러 찾아가도, 대놓고 옆에 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신기한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도서관 근처 넓은 공원에서 그와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책도 함께 읽었고, 항상 저녁도 같이 먹었다. 함께 할수록 뭔가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행동과 모습이 나를 점점 더 그에 대한 애정을 들끓고 갈구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이성으로 관심이 있는 걸까,  점점 물음표가 뜰까, 그가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며 불안이 점점 엄습해오더니 좋으면 좋은 거지  재고 있는 걸까라는 화가 났다. 누가 보면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무작정 화가 났다. 그날도 어김없이 함께 저녁을 먹고 걷는 공원에서 나는 


"너는 남녀가 친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아니야." 하고 그만 머릿속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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