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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각날 때

닭죽과 닭개장

by 웨엥

-막내 딸 이야기

<가끔 생각날 때도 있지만 지금은 특히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생각나>

옛날에 국민학교 다닐 때 엄마는 일요일 날 새벽에 나를 깨웠어 경동시장 옆에 조흥은행 골목으로 들어가면 산 닭을 잡아주는 데가 있는데 거기서 닭을 잡아 사오라고 나를 시켰어. 나는 아저씨가 닭을 잡는 동안 닭을 끓는 물에 넣고 깃털을 잡아 뜯어 초3-5인지 그것을 차마 못 보니까 옆에 있는 애기고양이를 보며 놀고 있다가 가지고 오면 엄마가 그것을 푹 삶아서 푹 고는데 마늘을 나에게 잔뜩 주고 까서 엄마를 주면 그것을 많이 넣었어. 엄마는 닭죽을 끓일 때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한 가지를 넣었어. 가끔 대추를 넣기는 했는데 자주 넣지는 않았어. 인삼도 있으면 넣고 항상 닭죽을 끓일 때 마늘을 엄청 많이 넣었어. 국물이 뽀얗게

엄마는 찹쌀을 닭 뱃속에 넣는 게 아니고 닭하고 같이 넣고 끓였어. 그런데 나는 그 닭죽을 별로 안 좋아했어. 닭을 내가 잡아왔잖아 초3때잖아. 계속 닭을 잡아오라고 나를 시켰는데 가끔 생닭을 사와서 하기도 했지만 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으니까 새벽에 나를 깨워서 만화영화도 못 보게 하고 나를 보냈어. 여름에 새벽 6시여도 날은 밝았으니까 엄마는 닭죽을 자주 먹었어. 엄마는 진밥을 좋아하고 주로 죽을 먹었어. 일요일 같은 때 겨울에는 콩나물김치죽을 닭죽은 여름에 먹었지.


닭개장은 한옥집이었을 때보다 3층에 살았을 때 고등학교 다닐 때의 기억이 더 많아. 닭을 압력솥에 푹 삶아서 꺼내 살을 발라내어 먹고 뼈는 물을 붓고 계속 우려내어 국물을 낸 다음에 그릇에 국물을 담고 닭고기를 따로 놓고 파를 넣고 다대기를 주었어. 다대기는 타서 먹으라고 따로 주었는데 맑게 끓인 다음 각자 취향대로 먹는 거지. 빨갛게는 잘 끓이지 않았어 아무래도 매워서 내가 잘 못 먹으니까 그런 거 같애. 주로 추워질 때 먹은 거 같은데 닭개장에 길쭉한 토란대를 그대로 넣었는데 토란대가 많이 들어있어

한옥집에 대한 기억은 엄마가 집에 자주 없었고 버섯이 잔뜩 있었던 기억밖에는 없어.

가끔 그 때 꿈을 꾸기도 해. 그때 우리 집 마당.

<언젠가 태풍이 와서 마당에 천막이 없어진 적이 있었어. 주황색 천막이 없는 마당이 얼마나 환한지 내가 굉장히 좋아 했었어 그 천막 때문에 답답했거든 한번은 마당에 버섯이 하나도 없었어. 그때 댓돌에 앉아 놀았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때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어. 가운데 방에서 다섯 마리나 그래서 이름을 내가 해동이, 해철이... 지어줬지 초등 3,4학년 때 한옥집에 대한 밝은 기억은 이거야>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각자 살기 바빠서였을 수도 있고 어려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동생에게 처음 들었다. 들으면서 동생이 느꼈을 마음과 그날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늘 몰랐던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어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 생닭, 마늘, 찹쌀, 인삼, 대추

<만드는 법>

1. 생닭은 깨끗이 씻어 큰솥에 넣고 닭이 물에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마늘, 인삼, 대추를 넣어 센 불에 끓인다.

2. 솥의 닭이 끓기 시작하면 씻어 놓은 찹쌀을 넣고 중불에서 계속 끓인다.

3. 찹쌀이 퍼지고 닭의 살이 잘 찢어지면 약 불로 몇 분 더 끓이다가 불을 끈다.

-재료: 생닭, 대파, 마늘, 다대기(고춧가루, 조선간장, 마늘)


<만드는 법>

닭을 삶아서 건져내어 식힌 다음 살을 발라낸 다음 닭고기 살을 먹기 좋게 찢어 놓는다.

발라낸 뼈와 닭 삶은 물을 계속 끓여 육수를 만든다.

뼈를 건져 내고 길게 채 썬 대파를 많이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대접에 뜨거운 닭국물을 넣고 닭고기와 다대기를 위에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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