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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도시락 반찬

김치볶음

by 웨엥

-막내딸 이야기


<집에 신 김치가 많아서 고등학교 때 들기름하고 설탕을 많이 넣고 볶아주었는데 나보다 친구들이 더 찾는 반찬이었어. 반애들이 좋아했어. 한번은 친구가 너 요즘 김치 왜 안싸오냐며 물었어. 그 다음날 엄마가 김치볶음을 했는데 생선튀김을 한 후라이팬에다 볶아줬어. 생선냄새가 김치에 배서 비린내가 많이 나는 거야.>


도시락 반찬으로 거의 매일 싸갔다. 엄마가 바빠서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니 그렇고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싸 준 것 같다. 그러나 맛있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일 이것을 싸주면 질리지

자식 중에 도시락을 매일 챙겨준 아이는 나밖에 없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요것저것 반찬을 싸주는 것이 어려웠겠다. 사업만 하러 다니느라 바빴을텐데.

느즈막이 생긴 막내를 엄마는 그냥 보낼 수는 없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새벽같이 일어나 반찬을 싸주었다. 해준 것이 없어서 이것만큼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식을 키우며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식보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뭐라도 해준 것이 있어야 자식에게 떳떳한 엄마가 된 것 같아 좋기도 하다. 자식 입장에서 생각하면 엄마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어야 그 아이가 살아가는데 힘이 될 것 같기도 해서 미숙한 어른에서 누군가를 위해 책임을 지어야 하는 마음 때문이라도 도시락을 써서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나만 젖을 네 살까지 먹이지 못해 성질이 까탈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맛있다고 하는 것은 계속 해주었다.

<어느 날 큰언니 집에 가서 밥을 먹는데 언니가 김치를 볶았는데 엄마가 볶은 것과 똑같은 거야. 시큼한 김치에 달달한 맛이 나고 들기름을 넣은 것이 엄마가 해준 것과 비슷해서 깜짝 놀랐어.>

-재료: 김장김치, 설탕, 식용유, 들기름, 통깨

<만드는 법>

1. 잘 익은 김장 김치는 양념을 대충 털어낸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2.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김치를 넣어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설탕을 넣고 들기름을 넣어 몇 분 더 볶다가 불을 끈다. 통깨로 마무리한다.

*우리 집 김치 볶음은 시큼 달달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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