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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Oct 14. 2021

우리 엄마 안 오?

그림책과 삶의 만남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새색시처럼 앉아 계시는 분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에서 모시고 왔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선비 같은 분

이 두 분은 나의 엄마 임 여사님의 어머니, 아버지다.

50년도 더 지난 시간이 담긴 사진을 찍어서 보낸 나의 엄마

외사촌 오빠가 출전한 사진전에 다녀왔다는 엄마는 말없이 사진을 보내주셨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항상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신 외할머니, 오랜만에 두 분을 사진으로 만나니 괜히 마음이 이상해진다. 칠십 평생을 살고 계신 나의 엄마는 오랜만에 사진으로 만난 부모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사진에 비친 엄마의 실루엣을 보자 울컥 눈물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삼켰다.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난 엄마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는 나이가 많으셔서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외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엄마는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모들이 엄마 노릇을 했지만 내가 첫째를 낳았을 때 “너 몸조리는 내가 꼭 해주고 싶었다. 난 외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셔서 못 도와주셨거든. 그때 참….” 젖을 먹이던 나를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내어놓던 엄마의 목소리는 슬펐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가 옆을 지켜준다는 것은 세상을 다 가진 든든함인데 그걸 나의 엄마는 혼자서 감당했어야 했다.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뼈가 약해져서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 우리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작아지는 엄마의 몸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세월의 흐름을 어찌하겠나 싶지만, 엄마의 늘어나는 주름이 야속하기만 하다. 사진 속 엄마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더 애틋함이 밀려오는 날이다.


엄마 생각이 나면 항상 꺼내 드는 그림책이 있다.

오늘은 꼭 이 그림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엄마 안 오?”

나의 엄마가 그리운 날 아가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내 모습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엄마가 내 곁에 머물게 해달라고 사진 속 할머니 할아버지께 부탁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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