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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Mar 21. 2020

개들이 드디어 비둘기를 잡아먹었나?

언제 클래?

 늦잠을 자다 일어나 개들이랑 산책이나 가야지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주인집이 부자라 마당 관리하는 분을 따로 두는데, 이미 마당을 한 차례 쓸어 놓으셨다. 마당이라고 해봐야 모래밭이지만 모래밭도 갈퀴 자국이 정갈하게 남아있으면 꽤 그럴싸하게 예쁘다. 일본에서도 부자들이 마당에 자갈이나 모래를 깔고는 정성껏 쓸어 모양을 낸다고 했다. 빗질을 하며 마음을 정화하고 도를 닦는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선의 반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보편적인가 보다. 프랙털이니 테셀레이션이니 하는 것들이 예술의 분야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어쨌든, 개들이랑 산책이나 가야지 하고 문을 열었고, 가드너가 이미 다녀가셨네 했다. 평소와 다르다면 깃털이 여기저기 있었다는 점. 마치 개들이 비둘기를 잡아온 것처럼 보였다. 닭털은 아닌 것 같고 색깔이 꼭 비둘기의 것 같았다.

 설마, 정말 잡아먹었을까? 그랬으면 입 주변에 핏자국이라도 있을 것이다. 뼈나 부리, 발 같은 건 못 먹을 텐데 그런 흔적도 없다.

 모래와 욘두는 오늘도 멍청하게 헤헤 웃었고 비둘기던 닭이건 뭘 잡아먹을 수 있는 능력은 안돼 보였다.


 욘두는 아직 너무 어려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사냥이고 뭐고, 주는 대로 먹을 줄이나 알지 땅도 잘 못 판다. 지가 덤벼도 될 상대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하고 옆집 큰 개한테 시비를 걸다 혼쭐이 난 것도 여러 번 봤다.

 반면, 모래는 사냥 흉내를 내는 것을 몇 번 보았다. 동물의 왕국 같은 걸 보면 사자나 치타 같은 포식자자는 먹잇감을 앞에 두고 몸을 바짝 낮춘 채 서서히 다가간다. 사정권에 들어서면 탄력 있게 뛰어올라 사냥감을 문다. 모래가 성공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행동을 자주 했다. 본능인가 보다. 비둘기를 대상으로 그렇게 하는 걸 몇 번 봤고, 두꺼비에게도 그러는 걸 봤고, 가끔은 큰 나방에게도 했다. 성공하는 걸 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아 훌륭한 사냥꾼은 아닌 것 같다.






https://kopanobw.blogspot.com/

https://youtu.be/StFewuS0X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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