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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Jan 19. 2023

일어공부를 시작했어요!

요즘 내 머릿속에는 온통 Snow man의 음악, 메구로 렌, 일드 그리고 일본어뿐이다. 어제 때 마침 미치에다 슌스케가 한국에 와서 무대 인사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cgv 앱으로 예매하기를 찾아보았다. 모두 매진이다. 나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덕질하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 싶은 마음이 나를 즐겁게 했다. 얼마 전 택배로 도착한 앨범을 꺼내 플레이어 밖으로 소리를 쏟아냈다. 혼자 흥얼거리며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눈만 뜨면 NHK 드라마를 켰다. 매일같이 아이들의 방학을 핑계로 늦게 잠들면서 휴대폰을 쥐고 메구로 렌의 사진과 영상에 흠뻑 빠져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보던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보면서 다시 울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지만 나는 그렇게  흠뻑 빠져 버렸다. 은숙 언니가 묻는다. ”도대체 뭐에 빠진 거야? “ 좋아하고 싫어하는데 이유 없다지만 다 좋았다. 노래도 연기도, 잘 나온 사진들 사이에 못난이 얼굴을 하고 있는 사진도 좋았고 말투와 행동, 웃는 얼굴도 참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빠져 있다가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을 고개 돌려 보고 있자니 또 그 조급함이 불쑥 튀어나왔다. 느긋해지자고 좋아하는 것만큼은 충분히 즐기자고 했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에 결국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주문해 놓은 학습지를 며칠 만에 꺼내 보았다. ‘그래 일어 공부 시작하자! 내년에 벚꽃 예쁘게 필 즈음에 혼자 가서 즐기고 오자!’ 그 마음 하나가 나를 살살 흔들었다.


아침에 할 일을 메모지에 적었다. 한자가 익숙하지 않지만 사전에 나온 글자를 따라 썼다. ‘이제 이 일들만큼은 꼭 해 두고 메메(메구로 렌)를 찾아보자!’ 새해가 되어 처음으로 일찍 일어났다. 몸을 움직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책을 읽었다. 읽다가 알람이 울리면 드라마 채널을 켜 놓고 메메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나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본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그냥 느낌으로 이런 내용인가, 저런 내용인가 의문을 품고 바라볼 뿐이다. 그 시간이 딱 15분이다.


드라마가 끝나자 'つづく'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며칠을 봤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오던 단어를 보고 번역기로 찾아보았다. “아! 계속이라는 뜻이구나!” 한 단어라도 매일 하나씩 배우다 보면 커지겠지 싶은 마음에 살짝 들떠버렸다. 청소를 해야겠다며 음악을 틀었다. 계속 같은 검색어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자동으로 추천 플레이어에 Snow Man(スノーマン)의 음악이 먼저 올라온다. 음악을 듣다가 오늘은 유난히 이 노래가 좋다며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메메의 마지막 목소리로 한 마디의 가사가 들렸다. ‘つづけるよ’ 계속이라는 단어가 들린 것이다.


오후에 읽던 책, <그릿> 51페이지 속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제가 한 거예요. 제가 하고 싶어서요. 연주 실력이 점점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연주회장을 꽉 채운 청중들 앞에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연습했어요. 많은 청중들의 박수를 받는 상상을 했죠. “ 평상시 같으면 지나쳤을 문장인데 그 밑에 조용히 내 마음을 적어내려 갔다. ”제가 하고 싶어서요. 일본어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일본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공부했어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나를 상상했죠. “라고 문장을 따라 썼다.


다시 일어를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자가 무서워 쉽게 포기해 버렸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요즘은 잘 몰라도 자꾸 한자를 써보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좋아하는 작가님의 SNS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더욱더 그 마음이 강해졌다. 언젠 가로 미뤄두었던 일어 공부를 시작했고 연말이나 내년에는 일본에서 지낼 계획을 갖고 있다는 글과 함께 일본 가면 놀러 오라는 글을 보게 된 것이다. 읽자 마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다. ‘저 진짜 놀라가도 돼요? 저도 일어공부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떠든 이상 일어 공부를 매일 꾸준히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얇디얇은 학습지 덕분에 오랜 시간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매일 이만큼의 결과가 일 년 뒤에는 조금이라도 내 실력이 무성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나를 설레게 한다. 윤주 언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메메가 좋은 영향을 끼치네’ 그 메시지를 보고 웃음이 났다. 과연 내가 잘 듣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매일 학습지를 꺼내 보고 있으니까, 과연 내년 이맘때의 내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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