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적응기

by 나르는꿈

2025년 5월 첫 주는 대체공휴일까지 사일의 연휴가 시작되는 주였다

이벤트업체의 행사집기를 설치하고철수 운반하는 남편을 따라 나도 덩달아 바쁜 달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덜 바쁜 건 시어머니의 삼시 세 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해진 출근시간이 아닌 직업이라 일을 나갈 때는 끼니가 제일 걱정이고 힘들었었다 남편이 사월에 시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 것도 오월부터 바쁜 일정 때문이기도 했다

5월 1일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바쁜 날이었다

오전에 행사장에서 집기를 설치하는 중에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요양원이었다. 우리는 일손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봤었다.

콧물감기기가 있어 협력병원에 왔는데 대기 중에 쇼크를 일으켜 중환자실로 이전 치료한다고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전화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한편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 절차상 보호자가 필요한 거라 우선 강화에서 가까운 김포에 사는 작은 누님에게 사정을 말하고 부탁하였다 널려있는 일을 마무리하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병원에 가지 못했다

다음날 일찍 병원을 갔지만 중환자실의 특성상 면회시간을 기다리면서 나는 시집식구들과 마주칠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마주치는 게 불안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것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맥박이 뛰는 곳곳에 의료센서들이 붙어있고 콧줄과 아래로 호스가 연결되어 높은 침상 위에 시어머니는 누워있었다

요양원에 가신지 일주일 만이었다

핼쑥해진 모습이었지만 의료기구 빼고는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다 폐렴이라 치료하며 경과를 보자는데 당장은 안정적이라 했다 담당간호사는 할머니가 말씀도 잘하시고 귀여우시다 한다

그렇지 원래 입담이 좋으시지 ㅡ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막내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ㅡ어떠셔요 괜찮아요? ㅡ시간이 없어 일요일에나 와볼 거라 한다 연이어 시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ㅡ어떠셔요 괜찮으셔요?ㅡ하고 묻는다

남편이 또 뭐라고 친절히 답하려 하는데 좁은 차 안에서 그 대화들을 오롯이 듣고 있으려니 속이 터졌다

어떻게 표현할까 미치고 싶었다

ㅡ뭐 하는 짓이야! 와서 봐!!!ㅡ

그냥 소리가 나왔다 남편은 당황하며 이따 얘기하자면서 끊어라고 말한다 그마저도 친절하다

악소리가 절로 나왔다

ㅡ왜 그렇게 친절히 보고까지 해ㅡ

ㅡ그 애들도 답답할 거잖아 와 보지 못하고ㅡ

ㅡ길이 그렇게 멀어? 하루 빠지면 못 먹고살아?ㅡ


결혼하고 사오 년 즈음에 속 썩이던 여섯 살 아래시누이에게 반말 한번 했다가 시어머니에게 호되게 질타를 당했었다 어딜 감히 시누이에게 반말 찍찍하냐고ㅡ

나는 시집식구들에게 큰소리 내는 사람이 못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이해가 안 되었다

여태껏 살아온 세상이 뒤집어지고 혼돈스럽다 뭐가 맞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나만 조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게 맞지만 이건 너무 이상하다


시어머니는 어려서 열병으로 한쪽눈이 실명이셨다

그게 그분의 엄청난 콤플렉스임을 알기에 나는 여태껏 똑바로 시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본디 정면을 직시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 안보이시는지 궁금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은 15분 안에 한 명씩만 가능했었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상태를 눈으로 확인을 했었다

이틀째 되는 날 시어머니의 팔다리는 다 묶여 있었다

호스를 빼고 이탈이 심해서 안전장치를 해야 했다고 했다 어제 본 평온한 모습은 간데없이 완전 중환자가 되어 있었다

풀어놓아도 움직일 어떤 기력도 없는 살가죽만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으면 생의 악다구니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가늘게 쌔액하고 그렁거리는 가래 끓는 마른 소리만 살아있음을 알리는 거 같았다

이성은 다가가서 입술이라도 적셔드려라고 하는데 마음은 떨리기만 했다 제자리서 움직이지를 못하는데 그때 봐 버렸다 정면으로, 시어머니의 얼굴을, 오른쪽의 하얀 눈동자를 ㆍ

무서웠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빠르게 남편과 교대를 했다

보지 말걸 그냥 먼발치서 상태만 살펴보면 좋았을걸

그 뒤로 면회시간이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서 시어머니의 상태를 살펴본다 거긴 내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다

중환자실에서 이주일을 치료받고 무섭게 빠져버린 근력이 바닥을 치고 더 좋아질 순 없었지만 평상적인 안정을 유지해 요양원으로 퇴원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콧줄을 빼고 고집을 부리다 폐렴기가 보여서였다

간병인이 있는 사인실의 입원실에서는 큰 탈이 없었다

남편의 작은 누님이 면회 와서 자꾸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다시는 엄마 안 본다고 하니 빤히 보시더라고 간병인이 전했다

일주일 조용히 안식을 취하시고 요양원으로 퇴원하셨다

오월 한 달을 병원으로 일터로 차속에서 뺑뺑이 돌며 보냈다 그래도 삼시세끼 고민하고 애태우는 거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했다.


요양원에서 처음 전화 온 날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빌었을것이다 제발 조금만 버텨주시라고 ㅡ

만약 남편이 조금만 더 미루어 그 날 평소처럼 머리 맡에 간식거리를 두고 시어머니를 혼자 두고 일을 나갔다면 어떻게되었을까ㅡ

남편은 평생을 잘해놓고 그 짐을 어떻게 감당할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역시 대박남편은 최고의 효자임은 분명하다


이젠 한 달에 한번 정산하러 간다

휠체어에 앉아 보호받으며 나오면서 아들을 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며 두 팔을 들고 좋아라 하신다.

나올 때도 조심해서 잘 가라고 걱정도 하신다

나는 뒷걸음질 치며 남편뒤로 숨는다

나를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를 보고 아줌마니 올케니하고 친절을 베풀지 않기를 바라며,

병원에서나 요양원에서나 나를 못되어 처먹은 며느리라 뒷말을 할 것이다. 내가 하는 짓이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맞다 나는 못돼 먹은 며느리다 시어머니가 무서운 못된 며느리다


쪽박이 달리 쪽박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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