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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 Jul 16. 2021

HEAL 힐

아름답고도 슬픈 스토리와 연출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퍼즐 게임


어딘지 아파보이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일종의 방탈출/퍼즐 게임이다. 할아버지는 왜 지팡이를 끌고 다니며 힘겹게 퍼즐들을 풀고 있는가? 한 레벨씩 나아갈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는 이미지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퍼즐들은 그리 어렵지 않아 막힘 없이 풀 수 있을 정도다. 난 93분 만에 7개 레벨을 모두 클리어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미덕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가득찬 몽환적 공간에서 노인이 퍼즐을 풀어나간다는 설정 자체에 있다. 형식과 주제가 절묘하게 조화되었는데 이런 건 게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결말은 다소 모호하게 처리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하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게임을 해볼 사람은 보지 마시길. 현재 스팀에서 60% 할인된 가격인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꼭 한번 해보길 추천한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이해하고 나면 조금 슬픈 엔딩이다. 노인은 아마 치매 환자일 것이다. 그는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잊어버렸고 과거의 기억들을 어렴풋한 이미지로만 떠올린다. 퍼즐을 풀어나가는 건 그런 이미지의 편린들을 움켜쥐려 분투하는 정신 활동에 대한 은유다. 젊은 시절 피아노를 잘 쳤던 노인을 위해 한 여자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조금이나마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을까 해서. 아마 그의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치매 노인의 비참한 현실과 주변인들의 슬픔,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몇 시간의 퍼즐 게임 속에 담아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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