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파 Sep 19. 2021

여섯 번째 사요코 - 온다 리쿠

잊고 싶지 않은 꿈 같은

온다 리쿠의 데뷔작. 


잠을 자다가  불현듯 깨어난다. 귀로는 땀에 젖은 베개의 축축한 감촉을 느끼며 눈으로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꿈의 잔상과 뒤섞인 어둠 속에서 시계를 본다. 4시 30분. 아직 새벽이다. 다음 순간 애절함과 섬뜩함과 따뜻함이 묘하게 뒤섞인 뜨뜻한 것이 아랫배로부터 불쑥 올라오지만 동시에 등뒤로 지나가는 서늘하고 찌릿한 숨결과 함께 지금-이곳으로부터 서서히 사라져감을 느낀다. 나는 그것을 붙잡으려 애쓰며 의식의 영역이 보다 확장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좀더 몽롱한 상태에 머무르길 강렬히 바라지만 그것이 안개를 움켜쥐려는 시도만큼이나 헛된 짓임을 이미 알고 있다. 아아 괜히 시계를 보아 버렸다. 사라져간 꿈속에는 내가 기억해야만 하는, 기억할 의무가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눈동자를 읽진 못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지만 숨결을 느끼진 못한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가 소멸하였다. 


<여섯 번째 사요코>를 읽고 난 뒤의 느낌? 대충 이런 것이다. 꿈을 꾼 것 같은. 다중-독백극을 하는 장면이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게다. 정말 무서웠다. 허나 독백극도 그렇다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이 소설 전체가 별 이야기 아니라고 느껴질 거다. 그 순간 하나의 세계가 소멸하고 아련한 장미꽃 향기만이 남게 된다. 

이전 16화 내가 행복한 이유 - 그렉 이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