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무의미는 동전의 양면
<SF 르네상스 2>에 수록된 그렉 이건의 단편.
이 매력적인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실존적 비극은 "메타-심리학적으로 완벽히 자유로운 주체는 자유의지로부터 유래하는 어떠한 심리적 안정감이나 만족감도 지니지 못한다"는 역설에 기초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기호나 감정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어떠한 기호나 감정도 지니고 있지 못함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 우울한 이야기는 행복이란 그것의 무의미함이 폭로되지 않는 한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는 진실을 폭로한다. 이 이야기는 삶의 무의미성과 그것을 은폐하고 억압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로서의 행복감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관점에서, 이 백열한 고통으로 가득찬 이야기는 언표된 주체와 언표하는 주체 사이의 간극을 지시하고 있다. 그 간극이 극렬히 의식화됨으로써 주인공은 통합된 자기 이미지를 상실하게 된다.
역시 그렉 이건은 테드 창에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하드SF 작가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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