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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Jun 28. 2022

안면마비로 인해 생기는 예상치 못한 일들

다람쥐는 먹을 것을 양 볼에 가득 넣어서 저장고에 옮겨두거나 먹고 싶을 때 꺼내 먹는다.

터질듯한 볼때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가끔 욕심을 부려 너무 큰 것을 넣으려고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왼쪽 안면에 마비가 생기면서 입안도 마비가 생겼다. 혀도 정확히 절반이 감각이 없다. 감각이 있는 오른쪽으로만 음식을 씹다 보니 왼쪽 턱근육이 많이 빠졌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왼쪽으로 씹는 연습을 하곤 하는데 감각이 없다 보니 음식물이 어디에 있는지 느껴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다람쥐마냥 음식물을 구석에 저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음식물이 튀어나오면 오물오물 씹어먹는다. 주로 밥알이 가장 많이 저장이 되고 땅콩이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도 자주 저장이 된다. 어쩔 때는 다량의 밥알과 두부가 동시에 나올 때도 있다. 갑자기 뭔가 오물거리면 아내가 니가 다람쥐 나며 낄낄거린다. 


안면마비가 생기면 턱근육만 빠지는 것이 아니다. 관자놀이 부분의 근육도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광대가 튀어나와 보인다. 관자놀이 부분의 근육이 빠지면서 생긴 불편한 점이 있다. 안경이 헐거워진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헐렁거린다. 어느 순간에 안경의 코받침은 콧볼에 걸쳐져 있고 안경테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그래서 항시 안경을 고쳐 써야 한다. 그리고 뭔가가 땅에 떨어져서 주우려고 고개를 숙이면 안경이 떨어진다. 하나를 주우려다 두 개를 떨어트리는 꼴이다. 


코도 왼쪽만 감각이 없다. 콧구멍도 당연히 왼쪽이 무감각이다. 아내가 종종 코털을 뽑거나 피지를 짜주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왼쪽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러다가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고통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왼쪽 콧구멍에 유독 코딱지가 많이 쌓인다. 무심코 코를 파다가 깜짝 놀랄 만큼 큰 게 나오기도 한다. 왠지 모를 묘한 뿌듯함이 있다.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옥이 되기도 천당이 되기도 한다. 아내와 나는 어려운 상황을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되도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서로서로 많이 노력한다. 안면마비라는 상황을 우울하게 느끼기보다 긍정적으로 위트 있게 가볍게 넘어가는 자세!! 스스로에게 칭찬해~~ 굿좝~붸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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