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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잘 Mar 28. 2024

48. 앉으라고 했을뿐인데 왜 울어요

울보여보

뭐든지 맛있게 먹는 내가 최근 몇 년동안 입맛이 없을 때가 자주 있다. 명치를 누가 잡아뜯듯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나아지면 내시경 검사를 해봐야지 하다가 일주일 전에 건강검진을 했다. 짝수 해에 나오는 국민건강검진도 밍기적 거리다가 12월이 되어서 겨우 할만큼 나는 병원가는 걸 싫어한다. 약 먹는 것도 싫어해서 처방 받은 약을 성실하게 먹은 적이 없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지난 번부터 약을 꼬박 잘 챙겨먹었다.


지난 화요일에 검사를 하고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위와 갑상선에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위는 내시경 하면서 조직을 채취했다고 하고 갑상선 검사를 위해 소견서를 써주었다.


"남편분 앉으세요"


의사선생님이 설명하다가 남편에게 앉으라고 했다.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면서 위가 전체적으로 헐어있고 위 벽이 울퉁불퉁한데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조직검사를 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건강검진을 하고 가는 죽집으로 갔다. 나는 매생이굴죽 남편은 매운낙지죽을 주문했다. 죽이 나오는 동안 둘이 아무말 하지않았다. 죽이 나오자 남편이 천천히 먹으라고하면서 내 눈을 쳐다봤다. 남편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말을 하면 울것 같아서 "맛있게 먹겠습니다" 하고 뜨거운 죽을 한 숟가락 떴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아이러브유' 드라마를 보고나서부터 나는 혼자 밥을 먹을 때도 "맛있게 먹겠습니다" 소리내어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극 중 여주인공이 식사 때마다 정성스러운 모습으로 '이따다끼마쓰' 하는 모습이 예쁘고 좋아보였다.



"いただきます"



죽을 먹고 남편은 사무실로 갔다. 나는 밤새 장 비우느라 잠을 설쳐서그런지 잠이 와서 따뜻하게 침대 매트를 켜고 잠이 들었다.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났는데도 몽롱했다. 큰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울면서 전화했다고 걱정을 한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조직검사하는데 너무 오래기다리기보다 다른 병원을 추천해줬다. 큰언니랑 친정엄마는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처음 예약한 병원에서 첫 진료날짜가 두 번째로 다시 예약한 병원에서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큰언니는 문제해결력이 매우 뛰어나다. 형부가 농사에만 관심이 있어서 여러 행정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기때문에 성격 급한 큰언니가 해결사가 되었다.


이른 오후에 남편이 퇴근했다. 사무실에서 자꾸 우니까 퇴근하시라고 했다고 한다. 윌을 한 봉지 사왔다. 저녁에 또 울었다. 건강검진한 화요일에 남편은 네 번을 울었다.


다음날 아무것도 하지말고 편히 쉬고 있으라고 당부를 하고 남편은 출근했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산책을 나왔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운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은 텔레비전 보다가 잘 운다. 싱어게인을 보다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이라면서 울기도 하고 미스트롯 3를 보다가도 노상 운다. 내가 아프다고 하니까 신혼때부터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한다. 나도 마음은 멍하지만 남편이 자꾸 우니까 무심한 척 괜찮은 척 했지만, 정신도 멍하다.


남편은 가지에 꽂히면 헤어나오지못하는 성격이다. 집중력이 지나치게 좋아서 운동을 때는 무리가 되기도 한다. 년전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했다. 지난 단둘이 근무하던 동료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을 때도 달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당시에 나는 코칭공부를 때라서 남편에게 코칭을 해주면서 번의 강효과를 보기도 했다. 남편을 어린아이 달래듯이 살살 달래고 어르고 친절하게 대화했다. 그러다 두번 폭발하기도 했지만 이후로 나도 변하있다. 남편이 제일 소중하니까.


"선생님 왜 앉으라고 하셨어요?"


"네? 저는 그냥 다리아프실까봐 앉으시라고 한 건데요"


남편은 혼자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병원에 전화해서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왜 나에게 앉으라고 했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다리 아프실까봐 앉으시라고 한거니까 걱정 마시고 오늘 밤에는 푹 주무시라고 했다고한다. 내가 검진한 둘째 날에 남편은 세 번 울었다.


딸아이가 퇴근해서 의사선생님과 통화한 이야기를 듣더니 한 마디 했다.


"아빠 드라마를 너무 봤네"


드라마에서 보면 병원에서 누군가 나쁜 병에 걸리면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내지는 '보호자분 앉아보세요' 하는 씬이 나온다. 남편은 영화를 보고 그 내용과 관련한 꿈을 꿀 때도 많아서 나는 자기 전에 무서운 영화를 보지말라고 한다. 셋째 날도 남편은 세 번 울었다.


지난 화요일에 위 조직검사를 했다. 남편이 월요일에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선생님이 휴진이라고 했다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결과를 보라고 했다. 나는 연락을 받고 갈까하다가 남편이 한 시라도 걱정을 하지않도록 병원에 전화를 하고 검사결과를 보러갔다.


담당 선생님이 먼저 죄송하다고 했다. 환자가 밀리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강하게 나가는 거 같다고 하면서 재차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는 말투가 강하지 않았으며, 아무래도 남편이 드라마를 많이 본 것 같다고 놀렸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은 오늘은 혼자왔으니 자세히 설명하겠다면서 꼼꼼하게 설명을 했다. 위가 만성으로 좋지않으니 맴고짜고 튀긴 음식을 조심하고 커피를 마시지말라고 했다. 위 점막 상태가 헬리코박터균도 살지못할만큼 척박하니까 매년 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마스크 밖으로도 맑은 성품이 느껴지는 선생님은 앞으로 더 꼼꼼히 보겠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마음 고생했다고 위로를 담아 말했다. 나는 참 좋은 최수연 담당선생님을 만났다.



"너는 봄날의 햇살이야"


참 행복하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변호사에게 우영우가 말했다.


일주일 동안 걱정을 하고 사서 까지 근심했던 남편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런데 남편은 몸도 가벼워졌다. 진이 다 빠진 기분이라면서 밥을 제대로 못먹는다. 내가 남편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부인가보다.


팩트, 언제부턴가 나는 고민이 있을 때 '팩트' 를 파악한다. 결과가 나오지않았는데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염려는 되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오늘 갑상선 조직검사를 하러간다. 결과는 4월 11일에 나온다고 한다. 초진갔을 일정을 듣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tmi지만 결과나오는 날 저 결혼기념일이에요"


간호사가 0.1초동안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금새 말했다.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나는 긴장될 때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주책바가지라고 하더라도 아주 잠깐 놀랜 가슴을 달래는데는 쓸데없더라도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효과가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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