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바리우다 Dec 17. 2023

남미여행일기 21

21. 우수아이아로 향하여(내어맡김 기도)

12.15. 금.10:30분, 우수 아이아로 가기 위해 버스는 칼라파테 으로 향하다. 날씨는 화창하고 맑다. 벌써부터 햇빛은 따갑게 뺨을 때리고 공항으로 가는 길은 한가롭다.


라파테 공항 도착해서 짐 수속을 받는데

사무원이 (There is no battery?)

를 외친다.


 그렇다고 하고 한참을 서성거리다 검색대를 통과하려는 순간, 황급히 달려온 일행이  외쳤다. 내 가방에 터리가 있어 걸렸다고! 얼른 가이드에게 가보라고...


급작스런 상황이라 당황스러워 남편과 함께 뛰어가는데..

 가이드인 루가 내 가방을 갖고 온다.


(무슨 터리? 없는데.. 노트북 외엔?)


 내 말을 듣고 남편과 루가 동시에 외쳤다.
(노트북은 안 돼지! )


어? 그동안 버스비행기를 번갈아 타다보니, 비행기를 탈 때 노트북을 부쳐도 된다고.. 내가 착각했나 ? 갑자기 정신이 핑 돌았다.


 한번도 노트북 때문에 걸린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정신이 오락가락 하게  된 거...?


루가 말해준 대로 12번 창구로 뛰어다. 긴 줄에 늘어선 사람들이 우리 지켜보는데 12번 창구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건지 다행히 비어 있다.


설명을 하고 내 가방을 다시 부치는 동안, 루는 기꺼이 내 노트북과 남편 캐리어를 가지고 가서, 공항 검색대를 거쳐가는 수고를  했다.


덕분에 당황스런 순간에 물건 빠뜨리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에게 원망스러웠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고마움이 차올랐다.


아. 어쩌면...


며칠 전 방 배정 때문에 가이드에게 화가 났었다. 하찮은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순서에 따라 짐을 실는 동안, 몇몇 부부 여행객들이 약삭빠르게 먼저 버스에 올라 번번히 앞자리를  차지했다.

게다가 어떤 팀은 자주 가이드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면서 비위를 맞췄고 그 결과 그들은 좋은 위치에 잠자리를 제공받았다.


그런 꼴을 보자, 화가 났고 그 때문에 외롭고도 슬픈 마음이 자꾸 스멀스멀 피어올라 여행의 재미가 사라졌다.


그 모든 게 루의 탓인양 생각되었다. 속이 좁아질대로 좁아진 내 마음에 얼음이 박혀

완고해고 가이드를 보는 내 표정은 냉랭해졌다.

언뜻언뜻 느님을 믿는 다는 내가 사랑이 들어설 자리에 미움이 가득 차다니 하면서 자책하다가..아니, 상처 받은 내가 뭘 어떻게...라는 반발이 더 크게 튀어오르다 보니 마음 속 갈등은 더 커져만 갔다.


그때 부산 자매님이 내어맡김 기도를 하면 좋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 계속 속으로 기도했다.


(사랑이시고 전능하신 하느님~ 저의 이 좁은 속과 상처... 이 모든 걸 내어맡기오니, 당신께서 풀어주소서!)


하루동안 절실하게 기도 것이 전부였는데..

역설적으로 나의 실수를 통하여,

그가 나를 도왔고 그게 내 마음을 녹였고 나는 그에 대한 미움을 버리게 되었다.


그러고나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감사와 기쁨으로 마음을 채우게 된 것이다.


하느님~

이런 마음으로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기쁨으로 여행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되었네요.

우수아이아


 우수아이아(Ushuaia)는 세계에서 가장 남극에 가까운 도시라 한다.  일명, 의 끝인 우수아이아, 내일 어떨까? 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남미여행일기 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