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두 번 스파에 간다.
'내게 주는 보너스'라는 명목으로 부리는 작은 사치다.
바디 마사지를 받을 때도 있고, 얼굴 마사지를 받을 때도 있는데, 피부과에서 하는 '피부관리' 서비스가 아니라 그저 마사지만 하는 정도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냥 간다. 기분 업되라고.
연말은 스파에 가기 딱 좋은 시즌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주는 상'이라는 타이틀을 갖다 붙이기에도 딱 좋고, 새해가 오기 전 재정비하는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운타운에 있는 한 호텔의 스파를 찾았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한 후 체인지룸에 가서 가운으로 갈아입고 라운지로 갔다.
공짜로 주는 스파클링 음료를 마시며 라운지에 있다 보면,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든다.
친구나 애인과 함께 오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혼자 갔을 때는 사실 그 라운지에서 딱히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괜히 잡지도 들춰보고 이런 사진도 몇 장 남기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 내 차례가 돌아온다.
이번엔 바디 마사지를 받았는데 중간중간 스몰토크를 하다가 스르륵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아깝다, 1시간 내내 마사지받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는데, 그새 또 자버리다니.
내가 다시 가운을 입고 관리실을 나오자, 나를 맡았던 관리사가 문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오늘 서비스가 어땠는지 묻는다.
"오늘 어떠셨어요?"
"너무 좋았어요, 땡큐"
"좋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같은 지극히 상투적인 대화를 끝으로 모든 서비스는 마무리가 된다.
회사 복지로 1년에도 몇 번씩 공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내 돈 주고 이렇게 한 번씩 스파를 찾을 때마다 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소비인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은 괜찮지 않나?' 하는 마음이 이기는 날이 있다.
당분간 또 정신 차리고 살다가 어느 날 또 '어쩌다 한 번씩은 괜찮아' 병이 도지는 날, 또 가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