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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수건을 모두 버렸다

by JLee


처음 영감을 받은 건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서였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격년에 한 번씩 1월 1일 수건을 일괄 교체하고 있다. 연말에 미리 사두었다가 1월 1일이 되면 수세미, 샤워볼, 칫솔, 비누, 부엌 리넨 등등과 함께 한꺼번에 교체한다.


이거다 싶었다!


이것이야말로 큰돈 들이지 않고도 일상의 행복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그리하여 나도 몇 년 전부터 매년 1월 1일, 수건을 새 수건으로 일괄 교체하는 연례의식을 갖게 되었다.




12월 말 어느 한가한 주말 오후, 백화점을 찾았다.


2층 생활용품 코너 한쪽에, 크기도 색깔도 재질도 제각각인 수건이 브랜드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가 주로 쓰는 수건인 큰 사이즈의 바디수건은 장 당 2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라인부터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라인까지 다양했다.


수건을 고를 때 내구성이나 흡수성 같은 조건도 봐야 한다지만, 역시나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촉감'.

꼼꼼한 비교 후 우리가 고른 건 Gluckstein Home 제품으로, 가격은 3-4만 원대로 나쁘지 않으면서 고급 라인 못지않게 보들보들한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연말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세일을 많이 하므로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새 수건 개시를 앞두고 아직 너무나 쓸만한 수건을 보내주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단 둘이 사는 작은 집에 수건이 여러 장씩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2024년을 책임진 아이들은 과감하게 보내줬다.


수세미, 샤워볼, 칫솔, 치약, 비누도 새것으로 바꾸고, 리필 가능한 핸드워시랑 바디샤워, 주방세제도 1월 1일에 맞춰 다시 꽉꽉 채워 넣었다.


*수건 교체 주기

수건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교체 주기는 1~2년이라고 합니다.

오랜 사용한 수건은 실이 가늘고 거칠어져 흡수력과 건조력이 떨어지고, 이에 세균 증식이 쉽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주기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이런 작은 사치는 매년 누려도 되지 않을까.


세탁에 세탁을 거듭해 마르다 못해 뻣뻣해지는 그런 수건 말고, 보드랍고 뽀송뽀송해서 살결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수건.


새 수건아, 2025년에도 잘 부탁해!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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