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다녀왔습니다.
호캉스 한 번씩 갈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돈지랄'이냐 싶지만 집에서 차로 20분쯤 걸리는 곳이에요. 근처에 볼일 있어 갔다 가도 다시 집에 와서 잘 법한 거리죠.
그런 곳에서 굳이 돈 들여 하룻밤 묵고 온 이야기입니다.
캐나다 빅토리아에 '오크베이 비치 호텔 (Oak Bay Beach Hotel)'이라는 럭셔리 부띠끄 호텔이 있다.
성수기엔 제일 저렴한 방도 1박당 70만 원을 웃도는 꽤나 럭셔리한 곳이지만, 비수기에 이런저런 프로모션까지 잘 활용하면 2,30만 원 선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빅토리아에 온다면 한 번쯤 묵을만한 곳.
외관도 멋지고 서비스도 좋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야외풀과 핫텁.
지친 몸은 물론 스트레스 가득했던 마음까지 사르르 녹을 것 같은 이 미네랄 풀은 만 16세 이상만 입장 가능한 곳이라 더더욱 조용하고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데, 특히 바로 앞에 펼쳐진 '태평양 바다뷰'가 일품이라 내가 너무나 애정하는 곳이다.
우리가 갔던 날은 생각보다 이용객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북적거린단 느낌은 들지 않았고, 한겨울인데도 차가운 바깥공기가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늑하고 좋았다.
김이 나는 핫텁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한동안 말없이 바다를 눈에 담고 있으니, 마치 1년 내내 애썼던 몸과 마음에 작은 선물을 주는 기분이었다.
저녁엔 호텔 안에 있는 캐주얼 펍에서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치킨윙을 먹고, 다음날 아침엔 늘어지게 자다가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즐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행복은 돈 주고 살 수 없다"던데, 이럴 때 보면 가끔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이런 행복은 매년 누려도 괜찮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온 날 그 몽글몽글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 2026년의 행복을 미리 예약했다.
이렇게 늘 행복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을 예약하고
행복을 결제하고
행복에 감사하며
바쁜 삶 속, 작은 선물이 되어줄 이런 낭만만큼은 나이가 들어도 잃지 않는 인생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