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동교 Apr 17. 2024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천재 뮤지션

엘비스 코스텔로 도쿄 콘서트를 보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들어봤어도 엘비스 코스텔로는 누구야? 어쩌면 자연스런 반응이다. 올드팝 마니아들에게도 1999년도 로맨틱 코미디 명작 <노팅힐> 삽입곡 ‘She’ 정도가 익숙하다. 하지만 코스텔로의 영미권에서의 입지는 단단하며 저명한 음악 전문 매체 올뮤직(Allmusic.com)에선 그를 가리켜 “밥 딜런 이후 가장 혁신적인 송라이터”란 평까지 내렸다.  코스텔로의 전성기인 1970년대 말~ 1980년대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덜 흡인력있는 멜로디와 시대적 배경의 복합적인 이유로 국내에 덜 소개되었지만 하나같이 명반 대접을 받는다.

 

멋들어진 스미다 트리포니 홀


궁금증과 경외감이 공존했던 뮤지션을 4월 9일 저녁 도쿄에서 만났다. 스미다구에 위치한 스미다 트리포니 홀엔 사다오 와타나베의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퓨전 재즈를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일본 재즈 색소포니스트인데 1933년생이니 아흔을 넘겼다. 5월달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고 한다. 코스텔로 콘서트의 관객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지만 간혹 록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도 보였다.


이 날의 머천다이즈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엘비스 코스텔로의 일본 투어는 스티브 니브(Steve Nieve)와의 합작이었다. 니브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데뷔 걸작 <My Aim Is True>의 ‘Watching the Detectives’에서 오르간과 피아노를 연주했다. <My Aim Is True>엔 니브 말고도 ‘The Power of Love’를 히트시킨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의 션 하퍼(Sean Thomas Hopper)와 파워팝 명작 ‘Cruel to be Kind’의 주인공 닉 로우(Nick Lowe) 등 다양한 세션이 건반을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코스텔로는 니브를 간택했고, 브루스 토마스(베이스), 피트 토마스(드럼)의 밴드 “어트랙션스(The Attractions)”로 1978년 작 <This Year’s Model>과 <Armed Forces>(1979), <Trust>(1981)같은 펑크 & 뉴웨이브 & 펍 록 걸작을 줄지어 내놓았다.


이 날 콘서트에서도 두 사람의 시작점과도 같은 ‘Watching the Detectives’가 선곡되었다. 쫀득한 레게 리듬에 코스텔로 특유의 캐치한 멜로디가 잘 어울리는 곡이다. ‘Clubband’, ‘From a Whisper to a Scream’과 더불어 <Trust>의 품격을 높여준 ‘Watch Your Step’과 1978년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무료로 배포한 ‘Talking in the Dark’ 등 전성기 시절 곡을 풀어헤쳤다. 


깜짝 놀란 순간도 있다. 폴 매카트니와 공동 작곡해 빌보드 싱글 차트 19위에 오른 ‘Veronica’다. 코스텔로의 유일한 미국 싱글 차트 탑40 곡이기도 하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친할머니에 대한 ‘Veronica’는 진중한 소재에 비해 경쾌한 곡조를 가졌다.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가는 라디오에서 “NME가 선정한 1980년대 베스트 트랙”을 주제로 네 곡을 골랐고 그 중 하나가 바로 ‘Veronica’였다. 4월 8일 전 날 셋리스트엔 이 곡이 없었다. 몇 곡 제외하곤 셋리가 완전히 달랐는데 ‘Accidents Will Happen’이 빠진 아쉬움을 ‘Veronica’로 달랬다.


코스텔로는 데이비드 보위나 피터 가브리엘처럼 스타일이 확확 변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코스텔로 하면 먼저 쾌활한 로큰롤이 떠오르지만, 전위적 형태의 음악도 많다. 본 공연에서도 일렉트릭 기타의 다채로운 이펙트와 컴퓨터에 내장된 각종 트랙으로 전자음악적 색채를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20세기 이전의 친숙한 로큰롤 사운드에 현대적인 부가 장치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적 퍼포먼스가 탄생했다. 멈추지 않고 구르는 코스텔로의 음악에 이끼가 낄 새 없다.


니브의 활약상도 대단했다. 1983년 네오 클래시컬 계열의 <Keyboard Jungle>을 발매할 만큼 “건반에 진심”인 이 사나이는 아날로그/일렉트릭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두루 다루며 코스텔로의 기타 연주와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공연 중반부쯤 정체불명(?)의 한 사내가 무대 위 대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슬금 슬금 다가가 “관객이나 스태프가 길을 잃었나?” 했는데 알고 보니 니브였다. 금빛 조명의 오르간으로 대성당 미사처럼 장엄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니브와 몇 미터 아래서 기타와 보컬을 주조한 코스텔로의 수직 구도는 트리포니 홀만이 선보일 수 있는 강렬한 스펙트럼이었다.



개성으로 꽉 찬 곡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후반부에 다다랐다. 스페인 여가수 베가(Vega)와 2017년 듀엣한 ‘Dio Como Ti Amo’와 2023년 9월 작고한 대중음악의 전설적인 작곡가 버트 바카락과의 합동 음반 수록곡 ‘Toledo’가 흘렀다. 어트랙션스 시절 대표곡 ‘Alison’의 어쿠스틱 버전은 원곡의 경쾌함과는 다른 달콤씁쓸한 정취를 안겨주었다.


놀라웠다. 가창과 연주를 포함한 퍼포먼스는 낡은 모습이 전혀 없었고 새로운 음악을 향한 열망이 공연 내에서도 느껴졌다. 마지막 앨범 <The Boy Named If>가 2022년에 나왔으니 내년쯤 신보도 기대된다. 우리는 어쩌면 데이비드 보위나 피터 가브리엘만큼 위대한 작가를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코스텔로를 붙잡아보자.



4월 9일 도쿄 콘서트 셋리스트
01. Watch Your Step
02. Talking In The Dark
03. All This Useless Beauty
04. The Long Honeymoon 

05. Isabelle In Tears
06. When I Was Cruel No. 2
07. Veronica
08. Mr. Crescent
09. Everyday I Write The Book
10. Shipbuilding - Steve Nieve on pipe organ
11. We Are All Cowards Now
12. Everybody's Crying Mercy
13. Good Year For The Roses
14. Dio Come Ti Amo / Almost Blue
15. The Comedians
16. She
17. Toledo
18. Watching The Detectives
19. Alison
20. (What's So Funny 'Bout) Peace, Love And Understanding?

작가의 이전글 음악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