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비치: 내 이름은 팀

Avicii: I'm Tim

by 승주 Mar 12. 2025

아비치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아비치가 살아있을 때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avicii:True Stories는 그의 죽음 이후로 비공개되었다. 사후 6년 반이 지나 2024년 12월 31일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의 제목에는 그의 본명이 적혀있다. 그가 죽은 뒤 발매된 사후 앨범의 이름 또한 Tim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티스트로서의 아비치와 자기 자신인 팀Tim으로서의 자아 사이에서의 고통에 대한 존중이 담겼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제 것이 아닌 행복에 관한 생각을 뒤쫓고 있었어요.
가면 쓴 인간이 되는 게 싫었어요. 


다큐멘터리는 아비치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내용들로 채워졌다. FL Studio를 처음 설치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되고, 웹에 음악을 올리며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일들. 성공지향적인 매니저를 만나 메이저 씬에 소개되고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 포크, 어쿠스틱을 EDM에 도입하며 대중에게 충격을 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 일련의 창작 과정. 이후 건강 악화와 정신적 고통으로 공연에서 은퇴하고 다시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던 모습. 이후 그의 사망. 그의 죽음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남아있는 자료 또한 많지 않다. 그는 어떤 유언도 남기지 않았기에 죽기 전의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이제는 알 수 없다.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다큐멘터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The party's will be long, long gone
All the pretenders and the hangers on 
Can go find themselves another one

But it ain't a thing

Avicii, <ain't a thing>, Tim, 2019.


죽기 전까지 작업했던 노래  Ain't a Thing의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후 앨범 Tim의 프로듀서인 Carl Falk는 이 곡의 가사에서 팀의 마음을 읽는다. "이이 파티가 영원히 끝나버리더라도 구경꾼들은 다른 것들을 찾으러 가버릴 거야. 그건 별거 아냐." 그는 아티스트로서의 아비치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계산적인 문제들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감을 그의 원래 자아인 팀과 합치지 못했고 그런 분리된 상태를 괴로워했다. 더 이상 음악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지 않아졌다고 한다. 팔리는 음악을 만들기 바라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들, 매년 수백 회의 공연과 일정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비치로서의 자아는 스스로에게 부여되는 압박들을 견디지 못했으며 그 압박의 배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견디지 못하여 2016년 모든 활동을 멈추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아비치와 팀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으나 결국 그 결말은 모두가 결코 바라지 않던 모습이 되었다. 


Timeless music. That's what I want to make, what i'm trying to make.
시간을 초월한 음악.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입니다.

팀 베릴링 aka 아비치(1988-2018)


그는 시간을 초월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 수백 년 전의 음악도 껍데기가 다른 것뿐 공유하는 것은 같다고 아비치는 생각했다. 그는 그의 음악도 수백 년의 시간 속을 헤엄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시대를 초월한 음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분리된 자아에 고통받던 그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음악에서 찾은 불변의 진리가 'timeless music'인 것은 아닐까. 시대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을 좇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목표가 움직이지 않는 불변의 무언가라면 그걸 바라는 사람은 그게 누가 되었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 음악은 아비치에게도, 팀에게도 똑같이 추구할 만한, 소중한 가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시간을 초월한 음악을 늘 해오고 있었음에도 그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그가 찾고 있던 건 시간을 초월한 음악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여된 분리된 자아 속에서 헤매는 자신을 묶어줄 무언가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에 대해 그 죽음의 의미를 찾는 생각들을 늘어놓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음에도 그의 음악들은 그의 죽음을 늘 생각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그의 음악들은 그가 고통을 겪고 있던 시기에 만들어진 음악에서마저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모든 가사들이 다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로 들린다. 스스로가 가장 듣고 싶어 했고 가장 말하고 싶어 했던 말들을 노래에 담은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그의 주변에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모두에게 큰 후회를 남기기도 했다. 노래의 가사에 담긴 그의 뜻을 조금만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전기를 보는 일은 참 괴롭다. 영상의 말미에서  https://www.wannatalkaboutit.com/kr/ 라는 웹페이지를 소개하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시청자를 위해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지원들이 담겨있다. 아비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그의 부모는 아비치가 남긴 재산 모두를 사용하여 팀 베릴링 재단 https://www.timberglingfoundation.org/ 을 설립한 뒤 정신질환을 겪는 청소년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아비치는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그가 남긴 음악들과 함께. 그가 남긴 메시지들은 다큐멘터리만으로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음악이 시간을 초월한 채 계속해서 재생되는 한 그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어디에서든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아비치를 처음 알게 된 건 2014년 봄의 일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프로그램 <마녀사냥>은 1, 2부로 나뉘어 있었고 1부가 끝난 뒤 2부 진행을 위해 출연자들이 세트장을 이동하는 동안 삽입곡으로 나왔던 음악이 <wake me up>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wake me up>으로 아비치를 처음 접한 뒤 그 곡이 수록된 앨범 True의 모든 곡을 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아비치가 아직 아비치로 활동하지 않던 시절의 음악들부터 이후 발매된 앨범 stories, avicii01 의 곡들을 나오자마자 바로 스트리밍했었다. 2018년 4월 21일 이른 아침에 누나의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하러 일어나 핸드폰을 열어봤었다. 당시까지는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지원했었는데, 검색어 1위가 아비치였다. 해외 아티스트가 실검에 오르는 경우는 보통 내한한다는 소식 때문인 경우가 많아 반가운 마음으로 검색어를 클릭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 기사에 적혀있었다.

아비치는 내가 힘들어할 때 늘 힘이 되어 주었다. 그가 살아있을 때에도,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내가 힘들어 할 때면 그의 곡이 늘 힘을 주었다. 오늘 아침에 집 밖을 나서면서도 랜덤 재생에 섞여 나오는 그의 곡들에서 힘을 얻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그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노래는 항상 나를 구원해주었다. 아직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의 두번째 앨범 stories에 실린 <trouble>을 들어보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해. 문제 투성이인 삶이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즐거움도 정말 많은걸. 이제 겨우 절반 온거야. 아직 앞으로 한참 더 갈 수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미키 17 리뷰 : 위선자의 윤리 교육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