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탈출기
학원 강사에게는 저녁이 없다. 오후 한 시에 출근해서 일을 마치면 밤 열 시가 된다. 대신 아침이 길다. 물론 길게 쓰는 사람에게만 길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사실 이런 고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엔 최대한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이 체력이요, 잠이 스트레스 해소였다. 나는 취침 전 약을 매일 밤 열한 시 반에 먹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먹으면 더 일어나기 힘들었다. 다행히 강사 초반에는 그래도 바닥난 에너지가 채워졌다.
곧 한계를 느꼈다. 푹 잤는데 피곤하고, 허리가 아팠다. 체력과 기력이 회복되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예민해졌다. 내 컨디션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평소였으면 무던히 버틸 장난을 보고 야단쳤다. 때 묻지 않은 질문이 귀엽게 들리지 않고, 내 에너지를 뺏어가는 원인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몸과 마음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나에겐 두 가지 버전의 아침이 있다. 하나는 건강한 아침이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은 시도하지 않았다. 아침 8시, 알람이 울리면 눈을 떠서 ‘마보’라는 명상 어플을 튼다. 그리고 명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다. 월, 수, 금엔 필라테스를 가고 화, 목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아침으로는 물이나 커피 한 잔과 단백질 셰이크 그리고 사과를 먹는다. 그림이나 글을 업로드 한 다음, 출근하면 건강한 아침 성공이다.
남은 버전은 힘든 아침이다. 일단 울리는 알람을 끈다.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운동이 있는 날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빠진다. 명상 대신 비몽사몽 덜 깬 상태로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다시 잠든다. 지각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잔다. 아침은 당연히 못 먹는다. 허기진 상태로 출근하여 커피를 마신다. 이상하게 이런 날엔 꼭 야식까지 먹게 된다.
현실은 건강한 아침 반, 힘든 아침 반이다. 매일을 건강한 아침으로 보내고 싶은데, 내가 내 몸을 다루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건강한 습관이 나의 아침에 조금이나마 자리 잡고 있다. 온전히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작은 성공이, 가끔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필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봐. 그럼 뭐라도 쓸 수 있어. 얘들아 선생님은 요즘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