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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산박 Aug 22. 2022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心理)-3

곧 죽어도 ‘괜찮은’ 사람들


“괜찮아요”

“괜찮아, 뭘 그런 걸 가지고”

“괜찮다니까”


자기에게 해가 되고 근심을 가져오는 일을 당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봐도 괜찮지 않은 일인데도 왜 아니라고 말을 못 할까.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럴까. 남의 입장을 걱정해서 그럴까. 아니면 괜찮지 않다고 하면 자신이나 가족에게 어떤 불리한 면이 있어서 그럴까. 천성이 원래 문제를 만나도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럴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번은 어머님이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동네 개에게 옷자락을 물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넘어지셨다. 머리를 다치신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채 계시다가 아들들이 낌새를 알게 돼서 놀라 병원에 입원을 시킨 적이 있었다. 그 소식을 어머님께 직접 듣지 못하고 같은 동네 사시는 작은아버지로부터 듣게 됐다.



어머님의 첫마디는 ‘괜찮다’였다.

아들들 모두는 그 말씀을 늘 그렇듯 ‘괜찮지 않다’로 들었다. 바로 가까이 사는 동생이 달려가 시내 병원에 입원시키고 MRI를 찍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님 뇌 상태도 알게 되었다. 연세가 많아 뇌도 크기가 줄어들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매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낙상 사고 때문에 다른 병명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왜 어머님은 괜찮다로 생각하고 병원 치료를 할 생각을 안 하셨을까. 그것은 당신 몸보다 아들들이 걱정할까 가 더 걱정스러워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심리상태를 재해석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표현방법 때문에 외국인들이 상당히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사랑한다. 고맙다. 등등 마음에서 올라오는 그대로 표현하지만, 우리는 좋아도 싫은 척,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소위 척척박사다. 한 마디로 상대방 표현을 재해석해서 그다음 행동을 해야 한다. 그게 매우 어렵다. 그런데 상대방이 정말로 그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면 더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앞에선 안 그런 척, 괜찮은 척하다가 혼자서는 상대가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괴로워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확한 상대의 본심을 알려면 미리 짐작하고 헤아려 해석해야 한다. 바둑으로 말하면 한두 수 미리 보듯이…


며느리가 미국인인 어떤 시아버지가 며느리로부터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랬다는 일화가 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왜 아버님은 저에게 사랑한단 말씀을 안 하세요?’라고 물어서 억지로 ‘그래 사랑한다’고 해놓고 얼마나 쑥스러웠는지 몰랐다고 한다. 며느리는 당돌하게 아버님이 솔직히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니 사랑한단 말을 못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시아버지는 ‘그게 아니고…’라고 얼버무렸다는 일화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극단적인 ‘괜찮아!’

유명 전쟁 드라마에서 소대장이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다가온 전우에게 ‘난 괜찮다’고 하는 것을 가끔 본다. 내 염려하지 말고 빨리 적에게 잘 대항하라는 거다. 여기서 ‘괜찮아!’의 본 뜻은 ‘난 이미 끝났으니 포기해’란 뜻이다.

전쟁 속 이야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어머님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또 자녀는 부모에게 그 괜찮다는 말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물쓰듯 쓴다.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통화하면서 어머님은 늘 별일 없는지, 괜찮은지 물으시면 몸이 좀 아프고 여러 문제로 머리가 지끈거려도 절대로 그 문제나 몸 상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괜찮고 별일 없는’ 일로 안심시켜야 나도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서 ‘괜찮다’라는 말은 실제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해석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왜 우리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을 못 하고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될까. 상대방을 너무 배려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제부턴 스스로를 좀 배려해 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 세대가 소위 그렇게 살아오셨다. 못 먹어도 배 안 고프고, 아파도 안 아픈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고생하면서 별일 아니라고…


얼마 전에 시골 내려가서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제발 있는 그대로 좀 말씀해 달라고. 아프고 힘들고 마음이 어려우면 그대로 말씀해 달라고. 그래야 자식들이 그다음에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랬더니 어머님의 돌아오는 대답이 명언이었다.

“난 아프면 안 돼, 그래서 늘 난 괜찮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난 아들들만 안 아프고 건강하면 바랄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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