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증 덕분에 만난 근육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다. 운동을 시작하고 몇 달쯤 지났을 때였다.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게라도 쫌 들라치면 온 무게가 무릎으로 내려앉는 듯했다. 개인 운동을 하며 1주일 정도 지켜보다 금요일 저녁 PT 시간에 만난 트레이너에게 무릎 상태를 이야기했다. 왼쪽 무릎 앞뒤를 눌러가며 상태를 확인하더니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건 연골이 마모되기 때문인데 무릎 주변을 강화하다 보면 소리가 안 날 거라고 했다.
무릎이 아픈데 주변 근육을 강화한다고?
무릎 주변엔 어떤 근육들이 있는 거지? 어떤 근육들을 어떻게 강화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내 몸에 어떤 근육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2.
주변근육 강화
트레이너가 "오늘은 무릎 주변근육 강화 동작을 해 보시죠"라고 했다.
PT 수업을 1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놓치지 않고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간 때문이다. 몸 상태는 매일 바뀐다. 상태가 바뀔 때마다 운동 멘토의 도움을 받아 몸을 교정할 수 있다. 무릎뼈의 표면은 연골로 덮여 뼈끼리 직접 닿지 않게 되어 있지만, 노화와 비만, 근력저하로 무릎 연골이 마모되면 뼈끼리 닿아 통증이 유발된다고 했다. 운동 부족으로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들이 퇴행되고 약해져 결국에는 관절 내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무릎 관절 안에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차거나 붓는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결국 무릎 관절이 닳아 아프다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겨 아픈 것이 아니라 무릎 주변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오랫동안 방치했기 때문에 관절에 문제가 생긴 거였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대퇴사두근, 허벅지 강화 운동을 해 보자며 레그 익스텐션 기구 앞으로 데려갔다. 레그 익스텐션 머신에 앉아 발을 패드 아래에 넣고 시작하려 하는데 매일 보던 기구가 다르게 보이던 순간이었다.
3.
여자에게도 중요한 근육
여자는 근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생각을 완벽하게 바뀌게 해 준 건 만화책이다. 유기 작가의 <진달래짐>.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다 단행본으로 나온 책인데 여성 전용 헬스장을 소재로 하고 있다. 무려 단행본 4권으로 연결된다. 유기 작가의 경험담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용이 이렇게까지 디테일할 수가 있나 싶었다. 이건 분명 헬스장 쫌 다녀본 사람의 글이었다.
<진달래짐> 주인공 나리씨는 공무원이다. 민원실에서 근무한다. 운동을 만나기 전에는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때 허리가 구부정했는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 허리가 펴진 상태로 유지가 되더라'라는 부분이 나왔다. 그러면서 설명해 주는 근육이 '복근'이다. 허리가 펴진다고 하니 허리 근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설명해 주는 근육은 코어근육이다. 코어란 '중심부, 핵심적인, 가장 중요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중심인 복부, 허리, 골반은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안정성 확보를 담당한다.
코어 근육 4가지를 합쳐 코어박스(Core box)라고 부른다. 4가지 근육은 척추다열근, 횡격막, 복횡근, 골반기저근이다. 몸의 중심을 안정화시켜 주는 기둥 역할을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서 근육 이름을 검색해 보게 된다. 내 몸이 이런 근육들로 구성되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동안 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었나 또 한 번 깨닫는다. 몸 기둥을 바로 세우면 마음 기둥도 튼튼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간다.
4.
초과회복능력
그렇다면 근육은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하루 운동하고 말게 아니라면 매일 쌓아나가는 방법이 궁금했다. 일할 때도 그랬다. 직업 성격상 2년에 1번씩 부서 이동을 해야 하다 보니 매번 모르는 업무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5년쯤 되었을 때였을까? 어떤 업무를 하면 실력을 쌓아가는 기분이 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만난 업무가 회계였다. 예산회계업무를 한번 제대로 알고 나니 어떤 부서에 배치되던지 도움이 되었다.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무언가를 할 때 쌓여가며 성장하는 기분. 근육을 키워나가면서도 그런 기분이 들고 싶었다.
운동을 하며 근육 공부를 하다 '초과회복능력'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초과회복능력이란 운동 후 신체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운동으로 인한 피로와 손상에서 회복한 후, 이전의 상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체력이 향상되는 과정이란다. 초과회복능력은 간단히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 운동: 강도 높은 운동을 수행하면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고, 에너지 저장고가 고갈된다. 이로 인해 피로가 쌓이고 운동 능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 회복: 운동 후, 신체는 손상된 근육을 복구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회복 과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합성이 증가하고, 에너지 저장고가 보충된다.
- 초과회복: 회복이 완료된 후, 신체는 이전의 상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적응하게 된다. 근육의 크기와 힘이 증가하거나 지구력이 향상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운동 능력이 향상되며, 이는 초과회복이라고 불린다.
- 재훈련: 초과회복이 이루어진 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는 다시 한번 자극을 받아 새로운 적응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지속적인 체력 향상이 이루어진다.
초과회복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 강도, 충분한 회복 시간,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과도한 운동이나 회복 부족은 초과회복을 방해하고 오히려 피로와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초과회복능력이라는 단어를 만난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이대로 실행만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였다.
근육도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하면 머리가 정리된다. 머리가 맑아지면서 삶이 정돈된다. 몸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근육을 공부하면 된다. 내가 근육을 공부한 방법은 크게 3가지였다. 근육 그리기 숙제, 바디프로필 찍어보기,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공부하기. 이 3가지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장인 3장에서 이어가 보기로 한다.
*관련 책 - <진달래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