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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위트 스팟을 발견하다

by 서가앤필

1.

근력운동이 기본인걸 알아버린 순간


헬스 트레이너 과거 경력을 보면 육상선수, 수영선수였던 사람이 의외로 많다. 몇몇의 사례를 보면 개인 치료 목적으로 웨이트 운동을 시작했다가 재활 효과에 가치를 느껴 헬스 트레이너로 전향한 경우가 있었다.


5년 전 내가 헬스를 처음 시작한 이유도 비슷하다. 요가를 13년 동안 설렁설렁 취미로 하던 사람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건강에 관심도 많고 내 몸을 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근력운동을 시작하고는 과거의 내 삶이 정말 잘 살아오던 삶이 맞았나? 싶을 만큼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어떻게 근력운동을 모르고 살았지? 지금 몰랐으면 어쩔 뻔했나,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천만다행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40대가 되어 알아버렸지만 지금에라도 근력운동이 모든 종목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아서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도감, 당혹감, 아쉬움, 안타까움, 이 좋은걸 널리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 나만 알고 있기엔 왠지 직무유기 같은 죄책감... 희한한 감정들이 오갔다.


수학에 수학정석이 있다면 운동의 정석은 헬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고 나서야 알았지 해보기 전에는 나도 전혀 알 수 없던 세계였다.


2.

스위트 스팟을 찾아 도달하기


데드리프트는 참 희한한 구석이 있다. 등 운동이면서 하체운동이다. 근육마다 자극을 잘 주면 이른바 전신운동이다. 긴 바벨을 양손에 걸치듯 잡고 무릎 아래쪽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동작이다.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이 동작에는 놀라운 세상이 숨겨져 있다.


겨우 10번을 반복할만한 무게의 바벨을 들고 똑바로 서서 자세를 잡는다. 어깨를 먼저 내린다. 광배근에 힘을 주고 승모근 아래까지 잡아 등을 수축시킨다. 힙힌지 자세를 먼저 해 줄 생각을 하며 복부에 힘을 준다. 바벨을 천천히 내려주기 위해 고관절을 접고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면서 바벨을 최대한 몸 가까이 붙이고 내려간다. 복부의 힘, 등의 힘이 빠지지 않는지를 잘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간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갔으면 등 근육에 자극이 잘 잡혀 있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팔의 힘이 아닌 등의 힘으로 천천히 바벨을 올리며 상체를 들어준다. 바벨을 들어 올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몸을 세운다는 느낌이다. 몸이 다 세워지려고 하면 엉덩이를 조이며 복부에 한번 더 힘을 주고 어깨를 내리고 광배근을 조여준다. 이렇게까지 하면 1번이다.


쓰이는 근육만 봐도 여러 가지다. 광배근, 승모근, 복부, 고관절, 둔근, 햄스트링 등이다. 제대로 근육들에 힘을 줬다면 한 겨울이라도 등줄기에 땀이 난다.


<탤런트 코드>에서는 '스위트 스팟'이라는 구간이 있다. 좌절스럽고 힘겹지만 실패한 뒤에도 다시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구간이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를 성취하고자 전력을 다하는 구간이다. 내게는 데드리프트가 특히 그랬다.


데드리프트는 항상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했다. 능력의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트레이너가 없는 개인 운동 시간에도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무게에 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만 들고 잘 되지는 않았다. 근력 운동을 하며 배운 데드리프트, 스쿼트, 벤치프레스는 매번 내 능력을 시험했고 한계를 느끼게 했고 더 높은 지점을 겨냥하게 했다.


희한하게 헬스장에서 만난 '스위트 스팟'은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되었다. 예를 들면 지금 책을 쓰고 있는 이런 행위 같은 경우 말이다. 내 능력 밖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스위트 스팟인지도 모르겠다.


3.

진정한 목표는 연습이 아니라 발전이다


내가 몸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제와 다른 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간만 채우는 건 연습이다. 진정한 목표는 연습이 아니라 발전이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연습을 성공으로 간주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가 있다. 운동을 하겠다는 1시간만 채우는 것도 어쩌면 성공일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운동은 노동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 호기심도 함께 채워질 때 발전하는 기분이 든다.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근육의 자극을 느끼고, 데드리프트의 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고, 실제 내 몸이 변해 가는 걸 볼 때 그때서야 비로소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4.

첫 선생님이 중요한 이유


나만의 스위트 스팟을 찾아 도달하고 싶도록 만들어 준 건 트레이너였다. 헬스를 개인 PT로 시작했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만큼 기본과 핵심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탤런트 코드>에서는 생애 첫 교사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배움의 첫 단계에서 이런 식으로 가르침을 받은 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흥미를 느끼고 사로잡히며 열중하게 된다. 그 후로 학생은 더 많은 정보와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필요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렇게 5년째 헬스에 빠져 몸도 마음도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좋은 운동 멘토를 만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관련 책 - <탤런트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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