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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은 케바케 사바사

한국 뉴스에서 보는 미국, 미국에서 보는 미국

by Olive

You cannot create experience. You must undergo it. -Albert Camus-


미국에서 미국에 대한 한국 뉴스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아시안 인종차별, 총기 사건, 코로나 확진자 급증 등등. 현재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미국에 대한 이런 뉴스를 접하면 '이거 실화? 미국은 무서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미국 생활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만 사십 년을 살다가 미국으로 이사를 와서 산 지 이제 4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것도 삼 년 반 이후의 미국 생활은 팬데믹과 함께 하고 있는 생활이라서 많은 것들이 제한적으로 바뀌었다. 언제까지 미국에서 살 지 아직은 잘 모른다. 확실한 것은 미국을 책이나 뉴스, 다른 사람을 통해 접하는 것이 아닌 직접 보고 느끼면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온 지 2년쯤 지나고 한국에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들로부터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인종 차별에 대한 것이었다. 인종 차별을 경험해 봤는지, 인종 차별이 무섭지는 않은지 하는 것들이었다. 미국의 소도시에서만 살고 있는 나는 아직 인종 차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외국인인 내게 넘치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몇 번 만난 적은 있다. 나의 외모, 영어 수준은 딱 외국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일부러 영어를 천천히 말해주는 사람, 미국 생활에 대해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봐 주는 사람 등등.


작년 여름 미국에서의 팬데믹 뉴스가 연일 한국에서 나오고 있을 무렵,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은 미국 생활이 너무 위험하지 않냐며 걱정을 해 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달랐다. 물론 이곳 소도시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꽤 많았고 한국에 비하면 전염의 정도도 좀 더 심각했다. 하지만 똘똘이네 초등학교는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등교를 했고 지금도 똑같다.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하고 학교의 행사가 취소되긴 했지만 학교의 수업은 학교 안에서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미국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친절하나 다소 피상적이고 깊이가 없는 superficial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을 직접 해 보니 이 또한 맞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 달랐다. 미국 친구들 중에는 속도 깊정도 많은 친구들도 많았다. 존댓말 반말이 없는 영어를 쓰는 미국 학생들은 예의가 좀 부족할 거라 생각했지만 초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자원봉사 교사로서 경험해 본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예의가 바르고 질서를 잘 지키며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들이었다.


미국은 거대한 나라이기에 다른 나라들보다도 더 '케바케 사바라'라는 생각이 든다. 케바케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사바사라는 말은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새롭게 알았다. 찾아보니 이미 몇 년 전에 나온 신조어. 내가 생각하는 미국 생활에 적용하면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한다.


케바케는 케이스 by 케이스의 줄임말로 사례별로 다르다는 뜻,

사바사는 사람 by 사람의 줄임말로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미국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지는 단순 수치만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다. 미국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약 99배이나 인구는 6배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로 약 3천9백만이 살고 있다. 한국의 5천1백만 인구보다 적지만 캘리포니아의 크기는 무려 한국의 약 4배이다.


미국의 3대 도시는 뉴욕시, LA, 시카고이며 우리나라의 3대 도시는 서울, 부산, 인천이다. 가장 큰 도시인 뉴욕시의 인구는 약 8백6십만이지만 서울의 9백7십만 보다는 백만 명 이상 적다. LA는 인구 4백만이라 부산의 3백4십만 보다는 많지만, 시카고는 2백6십만으로 인천의 2백9십만보다도 적다. 인구의 비교가 무색하게도 미국 3대 도시의 면적은 한국의 3대 도시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도시와 마을들을 모두 합하면 19,502개가 있다. 그중에서 16,410 곳은 인구 1만 명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마을 대부분이 엄청 작기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인구 4~5만은 사실 그렇게 작다고 볼 수만도 없다. 미국에서 인구 1백만 명이 넘는 도시는 10 곳에 불과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11 곳(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수원, 울산, 고양, 용인, 창원)이니 오히려 한 곳 더 많다.


한국의 경우 인구 5천1백만 중에서 경기 1330만 명, 서울 964만 명, 인천 295만 명 등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보다는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나 마을에 흩어져서 살고 있기에 살아가는 환경이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살수록 참 넓은 땅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주가 바뀌면 마치 나라가 바뀌기라도 하는 듯 다른 느낌을 주는 나라, 대도시보다는 작은 도시와 마을들이 많은 나라, 땅덩이에 비해 적은 사람들이 이곳저곳 흩어져 사는 나라이기에 사람마다 사는 곳에 따라서 미국에 대한 느낌과 생각, 경험의 폭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도시와는 달리 인종차별도 많이 없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부터는 마스크 의무화도 없어져서 시내나 마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돌아다닌다. 팬데믹이 아직 안 끝났는데도 마치 끝난 것 처럼 모두들 자유로워 보인다. 한국에서 있는 동안 대도시에서만 살아봤기에 지금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새롭고 신선하다. 한국의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의 모습과는 많은 것들이 다르다.



[참고 자료]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41695/number-of-us-cities-towns-villages-by-population-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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