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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서 망하는 사람도 많아요.

미국 가길 희망하는 사람도 많아요.

by Olive

If you never go, you will never know.


삼십 대였던 시절, 여름 방학 동안 한 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실시한 교사 영어회화 연수에 참여한 적이 있다. 2주 간 길게 받는 연수였고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은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를 한 연수였다. 인원이 많아서 분반을 하여 운영했는데 내가 속한 반에는 스무 명 정도의 선생님들이 함께 했다. 우리 반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아침에 연수가 시작되면 누군가 같이 먹을 간식을 갖다 놓기도 했고 매일 점심도 같이 먹으러 다녔다.


2주 동안 매일 얼굴을 보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연수의 마지막 날, 한 선생님이 제안을 했다. 앞으로 정기 모임을 가지면서 영어 공부도 같이 하고 정도 쌓으면 좋겠다고. 다들 찬성하면서 우리들의 만남은 연수 후에도 한 달에 한두 번씩 몇 달간이나 지속이 되었다. 그때 만난 한 선생님은 사십 대 중반의 선생님이셨다. 미국 뉴욕에서 살다가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오셨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뉴요커! 왠지 멋져 보였다. 우리 모임에서 여행이 아닌 미국 생활을 직접 해 본 사람은 그 선생님밖에 없었기에 미국 이야기가 궁금했다. "선생님, 미국 생활 어떠셨어요? 너무 좋았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의 대답은 너무 의외였다.


미국 생활 정말 힘들었어요.
미국 가서 망하는 사람도 많아요.

아직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는 남편이 뉴욕대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하게 되면서 남편의 공부를 위해 휴직을 하고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남편의 공부는 끝날 기미가 안 보였고 공부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선생님은 어린 두 자녀를 돌보며 고생을 했는데 자금의 압박도 컸다고 하셨다. 대학원 학비는 정말 비쌌고 뉴욕의 생활비는 상상 이상이었다.


주변에는 뉴욕에 살면서 가난하게 생활하는 유학생 가족도 꽤 많았는데 비행기 값이 아까워서 혹은 부족해서 한국 방문을 못하는 가정도 있었다고 하셨다. 하루하루 힘든 뉴욕 생활을 하던 중 한국의 친척분이 남편께 동업을 제안하셨고 너무 잘되었다 싶어 미련 없이 박사 공부를 그만두고 작년에 한국으로 들어오신 선생님 가족. 지금의 한국 생활에 너무 만족한다면서 미국 생활에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좋다고 하셨다.


그때 당시 나는 결혼 안 한 싱글이었기에 그 선생님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미국의 뉴욕 생활이 그저 좋을 것 같았는데 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함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들과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미국의 뉴욕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그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고 지금 우리 가족은 벌써 4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과 예전에 뉴욕에서 살았던 선생님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소도시에서만 지내고 있어 생활비가 대도시보다 훨씬 저렴하고 남편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낫다. 아들 똘똘이도 이사 온 첫 해 부적응을 심하게 겪었지만 차차 적응해서 지금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나도 교사 경험을 살려 자원봉사와 재능 기부를 하며 재미를 찾고 있다. 마흔이 넘어 미국에 왔지만 건강하게 문제없이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는 요즘이다.


미국 생활 쉽지 않다. 미국뿐만 아니라 외국 생활 자체가 쉽지 않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큰돈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라며 더 쉽지 않을 것이고,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왔다가 혹은 일을 하러 왔다가 중도 포기하고 되돌아 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현재 우리 가족과 같이 큰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경우, 운이 좋은 경우(아니면 돈이 아주 많은 경우?)가 아닐까 싶다.


뉴욕에서 돌아오신 선생님께선 미국 가서 망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지만 이와는 달리 미국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많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고 있다. 1960년에 98만 명에 불과했던 미국 내 아시아 인구는 2000년까지 1,19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거의 두 배인 2,320만 명으로 20년 만에 95%가 증가했다. 현재 아시안 미국인의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60년에는 4,6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안 미국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23%인 540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많은 그룹은 인도계 미국인(460만 명)과 필리핀계 미국인(420만 명)이고, 베트남(220만 명), 한국(190만 명), 일본(150만 명)에서 온 인구도 각각 최소 150만 명 이상이다.


미국으로 오는 한국인의 숫자도 늘고 있다. 2010년 이후로는 증가세가 그 전보다 크지 않지만 계속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미국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로 190만 명 중에서 무려 54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54만 명 중 40만 명은 LA와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남캘리포니아주 6개 카운티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계 미국인의 숫자는 약 190만 명 정도지만, '2019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재미동포 인구는 모두 255만 명에 이른다. 이는 재외동포 재단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 미국에 거주·생활하는 재외국민 등을 포함한 숫자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을까? 왜 이렇게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려고 하는 걸까? 사람들의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미국에 살면서 느낀 점은 미국은 참 거대한 나라, 넓은 땅에 비하면 사람은 적은 나라, 여러 가지 자원과 기술이 풍부한 나라,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함께 하는 나라, 나이나 서열을 잘 따지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쓰는 영어는 학문적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고, 미국에서 받는 학위는 나라에 상관없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정되는 학위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거나 일 할 기회가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망할 수도 있지만 술술 잘 풀릴 수도 있다. 어떤 일이든 성공할 확률도 있고 실패할 확률도 있다. 기회가 주어졌는데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길 희망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미국에 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좋은 기회가 많다는 의미, 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참고 자료]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21/04/29/key-facts-about-asian-americans/

https://www.pewresearch.org/social-trends/fact-sheet/asian-americans-koreans-in-the-u-s/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110750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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