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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Feb 27. 2024

2024년 카타르항공 승무원 규정에는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 숙소 밖에서 밤을 새우거나 유니폼 사진을 sns에 올릴 수도 있다.




 2023년 10월 14일에 "카타르 항공에서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을 발행했었다. 글 내용 중에는 카타르항공의 규정들을 설명했고 그 규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만족하며 비행하던 중이었다. 11월에 카타르항공 사장님이 바뀐 후에 규정 아래 살던 승무원들에게는 혁명적인 업데이트들이 계속 나오는 중이다.


 첫 입사 후 정리해고가 되고 브런치 북 "한 번도 비행해 보지 못한 승무원"을 발간하며 비행을 하지 못한 슬픔도 감싸 안고 그 여정마저 감사하게 되었었다. 발간한 다음 날 예상치 못하게 카타르항공에서 재입사 연락이 왔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세상이 나에게 이젠 괜찮다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만 같다. 항상 수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과연 이 새로운 카타르 항공의 규정 변화들이 진정으로 나에게 주는 변화는 무엇일까?  








첫 번째 가장 큰 변화, 통금시간이 사라졌다!


No more Curfew!


 이 전에는 두 달의 트레이닝 기간 중에는 밤 11시(주 6일 트레이닝이라 사실상 주 1회 11시 통금이고 나머지 날들은 미니멈 레스트로 저녁 6시 통금이었다) 그 후 비행을 할 때는 새벽 4시의 통금이 있었고 무조건 그 시간 전에는 오프나 리브 상관없이 카타르 내에서는 숙소에 들어와야 했다. 다음날이 오프인데도 친구 집이나 호텔이나 밖에서 밤을 새울 수 없었다. 새로 입사 한 크루들에게는 통금 자체의 경험이 없어서 what's the curfew?라는 밈(meme)이 생겨나 웃기기도 하다. 반대로 십 년을 넘게 일한 크루들에게는 이미 새벽 4시 통금이 일상화되어 있어서 없어졌는데도 이미 자신의 피에는 새벽 4시의 통금이 흐른다고 하는 크루들도 있어 웃기다. 통금 해제의 엄청난 소식에 크루들은 이렇게 농담 섞인 말들을 하며 각양각색의 반응으로 기뻐한다.



 생각해 보면 통금이라는 규정이 있었다는 건 보이지 않는 인권침해이기도 했다. 다음날 비행 없이 쉬는 날이라면 밤새 사막 캠핑을 가던 단순히 친구의 집에서 함께 밤새 보내는 시간이던 우리의 자유여야 했다. 이젠 통금이 없어 쉬는 날에 숙소에서 보낼지 밖에서 보낼지 선택할 자유가 생겼다. 정작 통금이 없어져도 피곤해서 일찍 자고 전처럼 파티를 자주 하지 않아 밤샘은 드물지만 말이다. 규제가 없더라고 스스로가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보고자 한다. 새벽 세시 반에 우버를 타며 졸인 마음으로 4시 전에 숙소에 도착하려 마치 미션임파서블 영화를 찍는 것만 같던 이젠 없을 지난날의 장면들을 생각하면 웃프다.








두 번째, 최소 휴식 시간이 줄었다!


Minumum Rest 12 -> 9


 이 전에는 비행 *픽업 시간 기준 12시간 전에는 무조건 숙소에 있어야 하는 미니멈 레스트가 있었다. 만약 다음날 아침 6am에 픽업이라면 그 전날 6pm부터는 이미 미니멈 레스트라 아침 비행 전 날엔 간단한 저녁 약속도 불가능했었다. 새로운 규정은 *리포팅 타임 기준으로 9시간 미니멈 레스트로 바뀌어 약 4시간의 추가시간이 생겼다. 이젠 비행 전 친구와 점심, 저녁을 먹기도 가능하고 운동을 다녀오던가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친한 크루 친구는 변화된 규정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비행 전에는 준비하고 자야 한다며 그대로 12시간 미니멈 레스트를 지킨다는 친구도 있다. 매 비행 전마다 느끼지만 네 시간의 차이는 나에게 큰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소중한 나의 한 시간 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차이다. 이렇게 밖에 카페에 나와 글을 쓸 수도 있고 말이다. (내일 아침 프랑스 니스 비행이 있다.)



*픽업 타임(Pick up time): 크루 버스가 숙소로 픽업을 오는 시간이다. 리포팅 타임 기준으로 숙소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사는 숙소에서는 약 한 시간 전이다. 가끔 우버를 타곤 한다.  


*리포팅 타임(Reporting time): 비행 전 체크인과 짐을 맡기고 브리핑룸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을 말한다.








세 번째, 이젠 타투도 가능하다!


Tatoos inside the uniform


타투를 아예 할 수 없었다. 이젠 유니폼을 입었을 때 보이지 않는 한에서 타투를 할 수 있다. 친한 언니는 카타르항공에 최종 합격을 했었지만 타투를 디클레어(declare) 해 결국 못 오고 에미레이트 크루가 되었었다. 난 요가를 수련하며 만다라나 요가 관련 타투를 하고 싶었었지만 승무원을 꿈꾸며 혹시 몰라 하진 않았었다. 그 사이 요가 수련을 하던 한 친구는 타투이스트가 되었고 이제 타투를 받을 수 있기에 받고 싶다면 그 친구에게 받고 싶다. 이 또한 타투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의 자유가 생긴 것이다. 이젠 몸에 내가 원하는 가치이던 예술이던 새길 자유가 생겼다.




네 번째, 애플 와치를 찰 수 있다!


Apple Watch on the wrist


 스마트 와치를 찰 수 없고 기본 무늬 없는 시계만 정해진 색(금, 은, 로즈골드, 검정, 갈색 등)을 찰 수 있었다. 이젠 애플 와치가 허용되었다. 허용된 스트랩 컬러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 비행에서 옆 점프씻에 앉은 어떤 크루는 허용되었기 때문에 애플 와치를 새로 샀다고 했는데 바로 내 앞에서 머리를 만지려다 손목을 도어에 박아 새 애플 와치에 바로 흠집이 나버렸다. 아이고야.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난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하지만 아직 애플 와치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어떤 크루는 매 비행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고 몇 걸음을 걸었는지 그리고 심장박동 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비행기 모드여야 하지만 기본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면은 좋은 것 같다. 애플 와치 사용해 보고 싶기도 한데 고려해 봐야겠다.








마지막 대망의 다섯 번째, 유니폼 사진을 sns에 올릴 수 있다!!


Uniform pictures on SNS


 유니폼 사진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었다. 카타르 항공이 최고의 항공사로 수상된 날과 국제 승무원 날에만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부스 앞에서 찍은 사진만 포스트를 할 수 있게 임시적으로 허용된 적이 있었다. 셀카든 거울 샷이든 기내에서 찍은 사진이던 전혀 올릴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다른 항공사들은 각양각색의 예쁜 유니폼을 뽐내는 승무원들이 가진 자유로움을 카타르 항공에서는 누릴 수 없었다. 이전에 올라온 카타르항공 유니폼 사진들은 리자인(resign) 한 크루들이 올린 것들이었다. 아직 영상은 안 되고 바른 매너를 지켜서 올려야 하는 여러 규정들이 있지만 그래도 유니폼 사진을 올리게 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이다.



처음에 인스타에 많은 크루들의 유니폼 사진들이 올라와 순간 다들 퇴사하나 싶었는데 유니폼 사진이 허용되었다는 이메일이 온 것이었다. 그 이메일은 2024년 2월 22일 바로 며칠 전에 왔다. 한국인 크루들은 카타르항공 노동복 광복절이라고 올리는데 태그가 너무 웃겼다. 어떤 크루는 유니폼 사진 올리는 것은 필요 없고 임금이나 인상해 주라는 크루도 있다. 이 또한 유니폼 사진을 올릴 것이냐 마느냐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이다. 개인적으로 유니폼 사진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하여 상상이 아닌 생생한 사진을 공유하게 되어서 기쁘다. 가끔 비행 전후로 촬영 시간 몇 분을 추가로 투자해야 할 예정이지만 너무 피로한 비행 후에는 그럴 틈도 없이 쓰러진다.








Freedome of Choices


이 모든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고 앞으로 더 많은 업데이트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아무리 규정이 완화되고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어도 불평하는 크루들과 이직하고 싶어 하는 크루들은 여전히 있다. 자신이 지금 이 상황에 느끼는 감정을 느끼고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비행 생활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불평만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이 배움의 순간들과 의미 있는 삶을 놓치며 바쁜 스케줄에 허덕이며 살기 일쑤이다. 가끔 원하는 일들은 신기하게도 기다림 만으로도 저절로 일어나니 너무 걱정은 말고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지금처럼 비행을 즐기려 한다.



사실 내가 위에 언급한 규정 변화는 큼지막한 것들이고 자잘 자잘한 변화들도 많다. 이제 크루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도 있고 모자를 벗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전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어쩌면 당연해야 했던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규정이 없어도 밤을 새우지 않고 타투를 하지 않고 애플 와치를 차지 않아도 내가 할지 안 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같은 공간 다른 마음가짐이 된다. 이제 카타르 항공 승무원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생긴 것에 참 감사하다. 이 세계에는 수많은 선택들이 존재하고 그중 우리가 선택한 믿음들이 개개인의 삶을 구성한다. 그 선택들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결정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를 기념하며 브런치에 첫 유니폼 사진을 올려 본다.






Welcome on board to Lizzy's brunchstory  :)







Your decisions today will define your tomorrow.




I choose acceptance

I choose joy

I choos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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