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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Nov 19. 2021

서핑 일기_01

첫 퍼스널 트레이닝 받다

첫 PT, 그것도 서핑 PT를 받았다. 모름지기 자세는 처음부터 잡아나가야 한다. 몇 번의 혼자서 하는 연습 끝에 내린 결론이다. 시작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주저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띄엄띄엄 바다로 향해 되지도 않는 물질(?)을 기어코 해나갔었다. 몇 번 가지도 않고 대뜸 겨울용, 여름용 웻수트를 사놓고는 2개월인가를 쉬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 PT를 시작하지 않으면 혼자 가서 하는 연습이 의미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저효율의 연습을 위해 그 먼길을 달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과감하게 시작하기로. 그리고 겨울 서핑까지 연달아 해나가기로 말이다. 


기존 PT생들은 수준들이 다들 높아서 나와 비슷한 수준의 PT생과 묶이게 되었다. 다행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도 덜 했고, 선생님 말대로 동기(?)가 잘하는 것을 보고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첫 PT 촬영에서 열정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내가 탄 영상을 보니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나도 의지력 없고 나태하게 파도를 잡으려는 내가 보였다. "아...!" 내가 내 목소리를 녹음한 것을 듣는 것만큼 충격적이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남들이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나만의 세계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PT가 좋은 거겠지. 민망함도 잠시, 선생님이 일러주는 수정 포인트를 오후에 수행해야 했다. 그리고 군중 속에 끼어들기를 망설이는 나를 보았는지, 의미심장한 요결(?)을 하나 알려주었다. 


일단, 게으른 팔부터 돌려야했다. 큰 (나에게는 큰) 파도를 잡고 '악착같이' 돌려댔다. 그리고는 테이크 오프에 성공했다. 오전시간에는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끝났는데, 원인을 알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는 군중 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전보다는 조금 더 대담해진 마음으로 큰 파도로 향했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 라인업에 쑥 들어가는게 익숙해질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이 때가 바로 가장 좋은 파도들이 넘실거리던 때였다. 파도를 하나 잡아타면 기쁘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이 따라온다. '남들이 봤을 때도 내가 이쁜 자세로 일어섰을까?' '어거지로 일어서서 탄 건 아닌지-?'. 그리고는 뒤따라오는 5-6개의 큰 파도가 라인업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숨가쁘게 했다.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다. 한 번 바다로 나서니 열정이 배가 된다. 넘실거리는 파도의 횡포함이 기억나 더 즐겁다. 시시각각 변하는 물의 힘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열정적이다. 자연과 한바탕 어울린 기분. 앞으로 더 익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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