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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Sep 19. 2021

데이터가 대답을 주기까지

인삼 이야기

인삼이라는 재료를 하나 잡아서 관련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인삼의 잘 알려진 부작용부터 특정 레퍼런스 없이 나열된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말할 것이다. 여러 가지 약재들이 있지만 인삼은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실제로 안전하지 않은데 안전한 것처럼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Ginseng abuse syndrome 즉, '인삼 과다복용 증후군'으로도 잘 알려진 부작용의 군집은 소수 환자에서 발생하긴 하지만, 식욕이 줄고, 혈압이 낮아지거나, 발진이 생기거나, 목구멍에 자극감이 발생하거나, 월경의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또는 일부에서 인격변화나 정신 착란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린다. 


또 인삼은 활력을 증강해주는 효능 그대로, 쉽게 잠이 깨게 하거나, 신경 쇠약, 떨림, 고혈압, 행복감 등을 유발하는 등 중추신경계 흥분 증상이 발생하게 한다. 어느 나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3 건의 케이스에서 신생아 출생 후 20시간 내 대량의 인삼을 복용하였고, 모두 신경계통이 고도로 흥분되는 현상을 겪었다. 불안해하거나, 칭얼대고, 잠들 수 없었으며 심지어 경련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심장수축력에 대한 영향은 '심박이 현저하게 느려지는' 방향으로 나타났고, 매우 빠른 신생아

의 심박이 성인 수준의 심박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 한 아이는 사망했다. 


그러면 다른 데이터를 보자. 


인삼은 대뇌피질의 흥분과 억제 과정에서 양자의 평형을 유지한다는 정보다. 또한 인삼의 주요 활성 성분인 진세노사이드는 소량일 때는 흥분작용을 나타내고, 대량일 때는 억제하는 작용을 나타낸다는 정보도 있다. 


이 정보들을 보면, 위에 나온 데이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과연 흥분시킨다는 것인지, 억제시킨다는 것인지, 그 용량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 말이다. 


또 다른 데이터를 보자. 


1. 심장에 대한 독성 : 심박이 빨라짐, 고혈압 유발

2. 혈액학적 독성 : 부정기 출혈

3. 중추신경계 흥분, 고혈압, 피부 발진 


부작용: 입이 마름, 심박이 빨라짐, 오심, 구토, 설사, 불면, 긴장 


이 쯤되면 의학 방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흥분과 억제 중에 흥분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심박의 실조를 가중. 인삼은 심장의 자율성을 증강하여 심근 흥분성과 수축성을 높이고' 


라는 데이터가 추가되면 조금 더 확실해진다.


이해를 위해 먼저 설명하자면, 심장은 전기 신호에 의해 한 번에 Sinus rhythm 하나만이 하나의 심박을 완성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심장의 자율성이 증가하게 되면 심장 세포 여기저기에서 제각각의 비트(beat)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면 제대로 된 한 번의 심장 박동이 이루어지기 어려워 혈액과 산소를 온몸에 제대로 보내줄 수가 없다. 


결국, 신생아가 인삼을 대량 복용하고 심박이 느려졌던 것은 인삼의 심장 자율성 증가 작용 때문에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탓이다. 심박이 느려진 것이 단순한 '억제와 안정'효과 때문이 아니라, 인삼에 의한 과흥분 상태로 인한 심장의 기능 부전인 셈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너무 과도하게 세게 돌리는 바람에 결국 돌아가지 않게 된 상황이다. 


결론의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데이터의 양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어도 헷갈리는 지점에 대한 판단이 좀 더 선명해지게 되고, 그보다 더 데이터가 누적되면 '데이터가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뚜렷한 방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즉, 인삼은 '양방향성'을 가졌다기보다는 '한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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