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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달 Aug 27. 2021

여름의 끝자락에서 토마토를 외치다

어렸을 때 여름날엔 냉장고에는 늘 토마토 설탕절임이 있었다. 황설탕에 반나절 절여진 토마토 슬라이스는 과육 자체도 맛있지만 단연 토마토에서 빠져나온 수분과 설탕이 어우러진 국물이 진국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방과 후에 집에 돌아와 선풍기 바람을 쐬며 엄마와 나눠먹던 토마토 설탕절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토마토에 소금을 찍어먹는다. 더불어 마요네즈를 찍어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그 광경에 너무 놀라 왜 토마토에 소금을 찍냐 하니 그럼 무엇을 찍어먹냐며 되레 묻는 것이다. 설탕이지! 하니 상대방도 나와 같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일본은 단맛을 살려내기 위해 단맛에 단맛을 더하는 게 아니라 되려 짠맛을 더해 단맛을 즐긴다고 한다. 토마토뿐만 아니라 수박도 딸기도. 일본에서도 설탕을 뿌려먹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설탕이 아닌 꿀이라는 말도 있고) 그나마도 노년층이 즐겨먹는 방법이라 한다. 일본에 10년 정도 살았다 보니 어느덧 소금 맛 토마토도 익숙해지고 요새는 마요네즈 찍은 토마토까지 스스럼없이 먹는다.


토마토에 설탕이냐 소금이냐 하는 이 사소한 문제에도 왜인지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빨리빨리 단맛을 느끼고자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을 택하는 한국. 은은한 단맛을 느끼기 위해 소금을 뿌려 단맛의 돌려 맛보기를 택한 일본.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설탕을 뿌리고 소금도 뿌리겠지만 토마토에 설탕이냐 소금이냐 하는 사소한 문제에서 조차 한국과 일본이 먼 나라 이웃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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