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확실한 진리
엄마, 나 어떡해?
선 넘은 예민함으로 유독 힘들었던 지난 생리.
어쩔 줄을 몰라하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힘들어. 생리 때문에 일도 잘 안 되고.. 오늘 회의 시간에도 하나도 집중을 못했어.
오늘 친구가 한 말도 너무 거슬려. 마음 같아서는 다시 가서 반박하고, 되갚아주고 싶어.
나를 향한 모든 것들이 다 꼬이게 들리고, 다 나쁘게만 보여.
그냥 한없이 짜증나고, 화나는데 속상하기까지 해. 나 어떻게 해?"
그래도, 참아야지.
무심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너무나 정답인 말.
엄마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가 예민하다고, 그 기분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서는 안 돼.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화내면, 그건 이기적인 행동이야.
예민할 수 있지, 그리고 못 참겠다면 가족들한테는 표출해도 돼.
근데 사회생활에서는, 네 기분을 여과 없이 배출하는 게 나중에는 독이 돼.
너 자신을 위해서, 네 인생을 위해서. 스스로 기분을 다스려.
"나는 괜찮다"라고,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주문을 걸어.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더 현명한 판단을 하는 거지."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
맞다. 엄마의 말마따나, 자신의 기분을 티내는 것 만큼, 자신의 일과 관계를 망치는 것도 없다.
빡치는 일이야 늘상 있기 마련인데, 그걸 필터링 없이 배출하면 그냥 덜 큰 사람인거다.
좌절과 분노를 대화로 풀 능력이 없고,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없는, 그냥 애.
순간일 수도 있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하게 기분을 다스려야 하는 것.
적어도 나잇값은 하고 싶은 생물학적 성인으로써, 그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근데 그게 안될 때가 있었다
예민함에 이은 나의 PMS 증상 중 하나는, 공격성이 커지는 것이다.
생리 때는 늘, 무례함에는 더 큰 무례함으로, 짜증에는 더 큰 짜증으로 갚아주고 싶었다.
그땐 그게 최고의 복수이자 대응이라 느껴져서, 실제로도 몇번 그렇게 하고 다녔다.
'네가 먼저 날 건드렸잖아. 그러니까 내가 똑같이 해도 넌 할 말 없지' 식으로
날 화나게한 상대에게 똑같은 맞불을 놓아왔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대응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수많은 관계를 박살 낸 후에 깨달았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진리
생각해보자.
분노를 혼자만 담아두긴 싫은데, 그걸 잘 표출할 자신도 없다면?
당장은 감정적 대응밖에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말처럼, 일단은 참는 게 맞다.
내가 늘 작은 불씨를 손수 키워서 일으킨 대형 화재가 얼마나 많았던가.
'참는다'는 건 '곯는다'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고, 왠지 억울하고 답답한 느낌이지만
생리 기간 만큼은 '누구보다 나를 위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처럼,
결국은 내가 나를 지키고 더 성숙하게 나아가기 위한 행위.
느끼는 대로 다 표출하면 안 되고, 필요할 땐 참아야 한다.
이 당연한 진리의 말을, 그녀 덕에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한다.
나, 힘들지만 잘 참아보자.
이 시기도 결국 다 지나갈거야.
정말 못 참겠으면, 도저히 잘 모르겠으면 다시 엄마에게 물어보자.
너무도 당연하고 중요한 사실이라 오히려 잊어버리게 되면, 또 물어보자.
그리고 반복적으로 상기하자. 계속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