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여성들의 PMS 톺아보기
"너는 유독 예민하고 그렇더라?" 내가 생리할 때마다,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생리가 벼슬이냐? 짜증 좀 작작 내" 이건 언니가 하는 말.
참 신기하다. 우리집 여자들 중 나만, 유독, PMS가 심하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응당 있을 법한 생리전후 증상들이, 우리 가족 여성들에게는 별로 없나보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 스스로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생리를 핑계로 예민하게 구는, 혼자만 이상한 여성 가족구성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성인이 되고나서 세상에는 'PMS'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성 친구들과 더 자유롭게 생리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며, PMS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생리 때 예민한 건 '내가 이상해서' '못나서' 그런 게 아니고, 다들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걸.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80%가 생리 전 증후군(PMS)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렇다. 10명 중 8명은 고통받는다. 당신의 친구일지도, 혹은 연인일지도 모르는 그 사람도.
주변 친구들과 생리를 말하며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PMS가 다 같은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다수가 고통받는 건 맞지만, PMS는 각기 다른 모양과 형태로 저마다에 다른 고통을 준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4명의 여성들에게.
"당신의 PMS는 어떤가요.
어떤 기분이고,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지나요?"
내 주변 여성들의 PMS는 어떻게 다른가
S양 (29, 취준생)
나는 심하지 않은 생리통이 있다.
내 기분은 짜증이 나고 쉽게 빡친다.
나는 PMS 때문에 소화가 안되서 매우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운동을 안하면 PMS가 더 심해진다.
생리 때 나는 탁센 / 타이레놀 2알 먹고 누워있으며,
요가를 하면 좀 낫다.
A양 (27, 직장인)
나는 생리통이 거의 없다.
내 기분은 극심한 불안, 우울, 예민의 연속이다.
나는 PMS 때문에 공격성이 생겨 타인을 크게 질책한 경험이 있다.
나는 커피/가공식품을 먹으면 PMS가 더 심해진다.
나는 생리 때 좋아하는 과일을 먹으며,
아무와도 만나지 않으면 좀 낫다.
H양 (26, 대학원생)
나는 자다가 깰 정도의 허리통증, 생리통이 있다.
내 기분은 짜증도 많이 난다.
나는 PMS 때문에 식욕이 늘어 평소보다 과식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PMS가 더 심해진다.
나는 생리 때 타이레놀 2알 먹고 누워있으며,
활동을 줄이고, 맛있는 걸 먹으면 좀 낫다.
U양 (28, 워홀러)
나는 진짜 심한 생리통이 있다.
내 기분은 사소한 거에 쉽게 짜증이 난다.
나는 PMS 때문에 짜증나는 손님 앞에서 표정관리를 못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PMS가 더 심해진다.
생리 때 나는 4시간 마다 진통제를 먹으며,
말수를 줄이고, 되도록 아무 것도 안 하면 좀 낫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의 PMS는 어떤가.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어떤 PMS도 결코 유별나지 않다.
생리통이 극심한 사람과, 생리통이 없는 사람. 기분만은 말짱한 사람과, 불쾌장애가 심한 사람.
우리는 비슷한 듯 다 다른 고통을 만난다. 저마다의 다른 생리를 키우고, 다르게 극복한다.
이 글이,PMS의 비정형화된 고통을 보여주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올 PMS도, 그런 대로 괜찮을 거라고. 저 또한 그대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