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물경력 생리인의 다짐
생리 15년차임에도 늘상 더 세게 다가오는 PMS에 한없이 퍼맞는 나.
앞으로는 진짜 이것만은 지키자며, 나 자신을 위한 10가지 직언을 세워본다.
1. 완벽주의 버리기.
집중력 낮아지고,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건 전형적인 PMS 증상이다. 이거 하다가 저거 하고, 또 싫증나면 아예 안할 수도 있는 거다. 운동 능력 포함 모든 능률이 떨어지는 시기다.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했다고 절대 자책하지 말자.
2. '알찬 하루'에 집착하지 않기
생리 기간. 집에서 쉬다가도, 방구석에 틀어박힌 기분이 들면 또 억지로 외출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나가면 또 산만한 주위 환경에 더 예민해져서 씩씩거리며 다시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뭘 해도 불만족스럽고 감흥이 없을 거라는 것. 어차피 정답이란 건 없을 뿐더러 찾지도 못할 거다. 그저 이 하루를 잘 견디는 걸 목표로 두자. 그냥 집에 누워서 쉬어도 된다.
3.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기
이 시기엔 늘 식욕이 넘치는데, 또 평소만큼 맛을 잘 느끼지도, 양껏 잘 먹지도 못한다. 특히나 이번 생리 기간엔 다 먹지도 못할 양의 파스타를 왕창 삶고 후회하면서 먹었다. 그냥 평소에 먹던 그 적정량을 요리해서 먹고, 배고프면 더 추가하는 식으로 해보자. 그리고 하나 더, 배도 안 고프면서 식욕 때문에 억지로 먹는 것도 자제하기.
4. 공격성 컨트롤 하기
긍정 회로가 아예 꺼지고, 부정 회로만 돌아가는 때다. 그래서 남이 한 말에 대한 허점도 너무 잘 보이고, 말의 의도를 곡해하게 된다. 상대의 약점이 너무나도 잘 보이고, 그걸 몰아세우며 공격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리고 이미 내 상태 부터가 완벽하지 않다. 상대방을 너무 나쁜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자. 나도 빈틈많고 허점 많고 무례한 인간이다. 남들도 분명 나를 참아준다. 잊지 마
5.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하기
무언가에 불만이 생긴다면
'내가 이 시기라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내가 일주일 뒤에도 같은 걸로 빡쳐있을까?' '나한테만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원래 세상이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에 불만이 생긴다면
'저 사람의 행동이 내가 그렇게까지 지적해야 할 잘못일까?' '내가 화를 낸다면 나중에 주워 담거나 수습할 수 있을까?' '내가 저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존한 건 아닐까?' '저 사람에게 나의 부모 역할을 기대한 건 아닐까?'
내 의견이 다 맞는 것 같다면
'과연 내 말과 의견을 생각난대로 다 표출하는 게 맞을까?' '자의식 과잉이 아닐까?' '진짜 자기 객관화가 되어있나?'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생각하기.
6. PMS에 도움되는 음식 찾아먹기
아메리카노(카페인), 술, 가공식품은 하등 도움이 못 된다. 이 기간 만큼은 고기, 야채, 과일 등 신선식품을 꼭 먹어주기. 커피 대신 캐모마일, 비타민 워터, 콤부차를 선택해보자.
PMS 심할 때 매운 거 먹으면 잠깐은 괜찮아지지만, 결국은 소화가 안돼 역으로 다시 고통스러워진다는 걸 잊지 말자.
7. 오감을 채워 힐링하기
미각 - 재료 한가득 넣은 파스타 해먹고
후각 - 시트러스 계열 향 킁킁 맡으면서
촉각 - 말랑고양이 쿠션 만지작거리고
청각 - Lauv 노래 / 잔잔한 애니메이션 ost 들으며
시각 -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걸 보자
8. 사고 싶은 거 하나 사기
소비욕 오르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대신 이왕이면 생활용품을 사는 걸로, 어쨌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버리자. 차라리 온/오프라인 쇼핑 하면서 시간과 돈을 같이 쓰는 게 기분전환에 오히려 더 좋을지 모른다.
9. 다이어트 강박 버리기
체중 증가, 복부 팽만, 팔다리 부종은 늘 있던 증상. 그리고 식욕 증가까지 더해지면 어쩔 수 없다. 일시적인 현상이니 살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10. 평소보다 나를 아껴주기
가장 아끼는 예쁜 옷을 입고, 스스로를 더 좋은 곳에 데려가고, 맛있는 걸 먹여주기. 평소보다 일찍 눕고, 늦게 일어나기. '자존감/자신감 하락' 증상에 대비해 특히나 더 내 자신에 집중하고 신경쓸 것
절대 다 못 지키리란 걸 안다.
다 지켜도 개똥같은 PMS가 지속될 거란 것도 안다.
그렇지만 일단 그냥 해보는 거다.
고통스러울 때 늘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며.
부디 PMS가 한없이 약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