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잇볼 Jun 12. 2024

PMS 죽일 놈

그 날마다 난 피를 본다

또 너다. 너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월경.

한 달에 한 번 봐도 안 반가운 놈. 오히려 없애고 싶은 놈.


나는 간헐적으로 예민하다. 어느 날은 모든 관계를 다 끝내버리고 싶고, 어느 날은 누군가를 죽도록 공격하고 싶다. 때로는 내 미래가 불안해 미치겠고, 그러다 다 의미없단 생각에 결국은 죽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떤 일이나 특정 사건이 있었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이유는 같은 하나다.


아, 생리할 때가 됐구나.

월경 전 증후군, 또는 PMS라 흔히 불리운다. 다행이게도 나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자매들이 함께 고통받고 있어주기에,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긴 했다. 나만 유독 힘들어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 고통의 모양과 형태는 다 다르지만.


나의 PMS는 유별나다

누군가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생리통. 이건 육체적인 고통이 더 큰 PMS. 그렇지만 나는 생리통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누군가는 부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정신적인 문제들이 나를 잡아먹는다. 불안함과 예민함, 짜증과 우울의 문제들은 나뿐만 아니라 내 소중한 관계들에게도 생채기를 낸다.


생리, 원데이 투데이도 아니고

맞다. 열두 살에 시작해 벌써 스물 일곱, 생리 15년 차다. 이제는 좀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전혀! 나이를 먹고, 날이 갈수록 이상하게 더 심해진다. 나도 몰라서 나도 대비를 못한 예민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빡침의 것들이. 이번 생리는 역대급 예민 수치를 기록했고, 그만큼 나도 내 관계도 병들고 상했다. 


그래서 시작하려 한다. 긴 싸움을 

나는 그저 맞기만 했었다.  PMS가 날린 한 방을 맞으며 매번 울었다. 제발 조금만 때리라고, 빨리 이 괴롭힘이 끝나달라고 빌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거였다. 문득, 억울해졌다. PMS 기간이 한달 중 일주일이라면, 1년 중에는 무려 세 달을 고통받는 건데.


내가 조금이라도 이 녀석과 거리둘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그래서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PMS 극복기. 딱 십 원어치 나은 삶 그걸 바라고.

그래서 사실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괜찮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기록하는 게 가장 크니까!


나, 화이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