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자님에게
며칠 전, <냉장고의 요정> 글에 댓글이 달렸다. 장문의 글이었다.
다 적을 수는 없어서 요약하자면 바니의 일상이나 말하는 것 등, 여러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두길 권하는 내용이었다. 말미에는 메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안 되어서 댓글로 남긴다고 덧붙이셨다.
근래에 취업 서류 준비에 면접에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서 답장을 못 드렸는데, 지금 보니 댓글이 삭제되어서 영영 답장을 드릴 수가 없게 되었다.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게나마 적어본다.
익명 님에게
익명 님의 댓글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많은 감정과 생각이 오갈 정도로 소중하고 다정한 글이었습니다.
댓글을 읽고 난 그날 새벽, 바니와 나란히 누워있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일상이 언젠가는 당연하지 않겠구나, 같은 것들을요.
세상에는 당연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매번 잊게 되는 걸까요.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이 시절이 언젠가는 사무치게 그리워지겠지요. 저는 지나간 시간을 항상 후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때도 어김없이 흘려보낸 모든 것들을 후회하게 되겠지요.
익명 님이 해주신 말씀대로 이 시절을 영상과 글로 부지런히 남겨두려 합니다. 그리울 때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게, 그 나날들을 선명히 되새길 수 있게요.
마음이 담긴 글을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익명 님도 행복하시기를. 익명 님의 아이도 어디에서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sona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