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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이너 이지연 May 09. 2023

베트남 Z세대와 일하기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베트남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신규 등록한 기업의 수는 전년비 27% 상승해 148,533개가 되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Vietnam 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로 생긴 신규 기업 수는 2022년 8월 누계로 35,539개이다. 외국계 기업 진출에 따른 고용창출은 젊은 중산층을 낳고, 이는 베트남의 소비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베트남의 젊은 인구와 소비시장을 겨냥해 진출함에 따라 한국 VC들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한 상황이다. 성장하는 소비시장을 겨냥한 만큼 주요 고객이자, 함께 일하는 주요 파트너인 Z세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출처: Q&Me, 베트남 마켓트렌드 리포트 2022)


2025년이면, 직장에서 4명 중 한 명은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성세대와 MZ세대간 소통이 어려운 것처럼,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문화적 차이까지 있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으로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번 칼럼에서는 베트남 Z세대를 대상으로 사업(소비자로서, 직원으로서)을 함에 있어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진출처: bobbledigital.com)


Z세대 특징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에서 필자는 해외사업을 할 때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현지시장의 특수성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보편성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으로 세계와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 결과 이들은 베트남의 특수성 보다는 글로벌 보편성에 가까운 특성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이다.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많으니 과거보다 현지 시장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이고, 소셜 미디어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람들과 연결된다. 이런 느슨한 인간관계를 통해 상호 소통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며 자랐다. 아날로그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은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베트남 특유의 관계(Quan He) 문화를 바탕으로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Z세대들은 비대면 관계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타인의 영향에서 좀 더 자유롭다. 그 결과 더욱 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즉 사회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매우 독립적인 개인들로, 성장에 관심이 많고 삶의 변화를 추진하는 데 열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의 Z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은 이미 베트남 소비를 리드하는 주요 소비자이며, 이들의 창의적이고 젊은 감각을 비즈니스에 잘 반영하는 것은 베트남 사업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베트남은 다시 성장을 위해 문호를 개방했다. 저상장국가인 한국을 너머 고성장 국가인 베트남에서 사업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는 Z세대의 특성을 잘 연구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의 이점을 활용하여, 시대의 변화에 맞게 이들과 함께 베트남에서 성장해 갈 필요가 있다. Z세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어떻게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을지 하나씩 살펴보자.


Z세대의 목소리를 콘텐츠로!  

소셜미디어에 쉽게 연결되는 Z세대에게 꿈의 직업은 다음과 같다. 이전 세대가 명예를 위해 공무원, 생계를 위해 산업전선이나 소매 분야에서 직업을 선택한 것과는 다르게, Z세대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과 관계된 일에서 열정을 느낀다. 그 결과 왼쪽 표에서 보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이커머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출처: 디시젼랩x드림플랙스, 비자인캠퍼스 가공)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틱톡이 뜨고 있는 이유도 이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틱톡은 짧은 숏폼이지만, 그 안에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가야 하고,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공감하고, 나누며, 참여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상업지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틱톡이 기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보다, 앱 상에서 입소문을 더 쉽게 내게 한다. 틱톡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Z세대의 열망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본질 중 하나는 관계 문화이다. 이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인플루언서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느슨한 관계이지만 디지털 상에서 신뢰를 구축한 이웃관계라면, 얼마든지 Z세대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가능하다.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한 이커머스 분야에서 Z세대 직원들의 재능을 발휘하고 성장기회를 주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출처: greenway)


커뮤니티를 통한 학습 및 성장 공동체   

베트남 리서치업체인 디시전랩(Decision Lab)과 직원 중심 사업장 경업을 설계하는 드림플렉스(Dreamplex)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 밀레니얼이 직장을 고를 때 더 높은 급여(>일과 삶의 균형>신기술 습득)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다르게, Z세대는 신기술과 지식을 얻는 것을 급여보다 더 중시했다.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생계를 너머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디시젼랩x드림플랙스, 비자인캠퍼스 가공)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필자가 만나 본 대학생들 역시 한국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지만, 한국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신입사원 단계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직무 기술을 배우길 원한다. 입사 첫해 직무기술(skill)을 배우며, 경험을 통해 지식(knowledge)을 확장하며 성장하고 싶어한다. 이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구체적인 스킬은 위 그래프의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 언어를 주요하게 꼽았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및 퍼블릭 스피킹이 배우고 싶은 기술 1순위가 된 이유는, 이들에게 익숙한 비대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과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기본적으로 Z세대들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스턴트 메시징을 직장내 가장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다.


                                                      (출처: Dreamplex)


Z세대들은 주도적인 성향이 강해 지시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를 원한다. 압도적인 86%가 먼저 자체적으로 해보고 나서 도움을 구하겠다고 말했고, 9%만이 즉시 지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Z세대가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를 통해 원하는 것은 작업에 대한 피드백인 것이다. 97%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피드백을 원한다고 말했고, 85%는 일주일에 한 번 피드백을 원한다고 말했다. 40% 이상은 하루에 한 번 이상 피드백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출처: 디시젼랩x드림플랙스, 비자인캠퍼스 가공)


이렇게 피드백에 가치를 두는 것은 곧, 자아실현의 과정에서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와도 연관되어 있다. Z세대와 함께 일할 때는 이들의 자아실현 욕구에 맞게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게 하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통해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아래 그래프는 Z세대가 번아웃을 느낄 때인데, 이 역시 성장 및 인정 욕구와 연계된다.

                                   (출처: 디시젼랩x드림플랙스, 비자인캠퍼스 가공)


이런 이유로 베트남의 주요 기업들은 팀 러닝 등에 많은 투자를 한다. 베트남의 아마존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커머스 띠끼(Tiki)는 여전히 독서 습관을 중시하고 있다. “북 리뷰 경연”과 “해피 아워”와 같은 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더 많이 읽고 나눌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전자결제 서비스 회사인 모모(Momo)는 리더 간담회를 열어서 경영진과 진원들이 더 잘 연결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우수 인력을 오래 유지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 Tiki, Momo)



ESG 가치 실현

베트남은 세계에서 쓰레기가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한국보다 더 빨랐다. 이런 움직임을 이끈 주역들이 대부분 Z세대들이다. 전세계적 관심사인 코로나 19예방과 함께, 재활용 및 환경보호, 교육,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성평등, 동물보호, 성 다양성 인정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높은 것도 베트남 Z세대의 강력한 특성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나 ESG 실현을 Z세대들과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출처: 디시젼랩x드림플랙스)


유연한 업무 경험으로 자아실현 지원하기

도시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은 평균 1.67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서 였다면, 지금은 성장을 위해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나다운 것’을 찾기 위해 베트남 Z세대들은 유연한 업무 환경을 선호한다. 한국의 경우 투잡(two job)을 하게 되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할까 하여 겸업 금지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 Z세대는 생각이 다르다.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면 오히려 본업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인력 솔루션 기업 맨파워그룹이 실시한 '베트남인이 원하는 일의 형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18~65세 구직자의 87%가 긱워크(예: 그랩 드라이버), 프로젝트 작업 및 아르바이트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이 숫자는 글로벌 평균보다 2배나 높다. 이는 이머징 마켓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자율적인 특성과 함께 다른 사업을 위한 시간과 가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유연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ManpowerGroup)


안파베(Anphabe)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Z세대의 62%는 1년 안에 직장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1년만에 직업을 세 번이나 바꾼 프엉(22세)은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회사 문화에 적응할 수 없어 첫 직장을 그만뒀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정규 근무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그만 두었다. 프엉은 현재 직장 다닐 때와 비슷한 수입을 벌지만, 더 유연하게 일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프엉은 “현재의 선택에 만족합니다. 제 주변에도 많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로 전환하기 위해 사무직을 그만뒀습니다. 우리의 작업 방식은 이전 세대와 다릅니다.” 라고 안파베와의 인터뷰에서 대답했다.

이전 세대와 달리 Z세대의 81%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과 업종을 포함하여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들의 경력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족이나 학교 등 주변의 영향보다 자신의 열정과 감각, 그리고 능력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 이를 위해 Z세대는 졸업 후 매우 다양한 경험에 오픈되어 있다. Z세대 학생들의 34%는 스타트업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14%는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기를 원하며 8%는 "프리랜서도 좋고 직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Shutterstock)



다국적 기업 취업을 동경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Z세대는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선호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신뢰도이다. Z세대는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 신뢰할 수 있으면서 비전이 일치하는 기업을 선택한다.


베트남 Z세대와 일하는 방법

베트남 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면, 기업과 소비자가 연결되는 커뮤니티 구축이 가능하다. Z세대 직원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이자,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키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실험해 보며, 새로운 커뮤니티의 가능성으로 소비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

베트남 Z세대들은 커뮤니티 안에서 피드백과 인정을 받으며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커뮤니티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해 주고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레퍼런스가 되는 선배나 전문가들과의 연결,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커뮤니티 미션도 이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커뮤니티 안에서 도전해 본 다양한 미션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봄으로써 이들의 진짜 자기다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이 역시 이들의 온라인 활동을 통해 입소문으로 퍼질 것이다. 즉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우리 회사에 대한 신뢰의 정보로 가득 채울 것이다.

이렇게 Z세대의 특징과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면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결되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 이러한 방향은 어쩌면 베트남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편적으로 통하는 21세기 업무 방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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