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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Feb 20. 2024

오늘도 "식물! 안녕?"

식물의 재발견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 달리기를 나갔다. 어제처럼 3km를 달리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다. 그럴 때는 조금 덜 달려도 된다. 10분 달리기를 하고 공원을 둘러보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잔디 사이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나무가 물 위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아침 인사를 나눈다. ‘안녕?’

정오에 잠깐 도서관을 다녀오면서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매일 지나치던 길에 있던 라일락나무가 오늘은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하며 조용히 서 있다. 또 인사를 건넨다. ‘안녕?’ 연둣빛 새순과 연보랏빛 꽃과 바람에 흩어지는 꽃향기를 기다리며 라일락 나무의 2월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라일락 나무
라일락 나무

공원 감나무는 감나무 꽃이 얼마나 예쁜지 나에게 알려줬다. 감나무도 흐린 하늘 아래 조용한 정오를 보낸다.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안녕?’ 감나무를 쳐다보면서 식물멍은 초록의 잎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가지만 남은 나무를 한참 쳐다보고 있는데 마음이 왠지 보송해진다. 이 보송함을 아침에 널어 둔 우리 집 빨래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감나무


감나무

요즘 공원에서 내 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복수초꽃이다. 쏙 얼굴을 내밀고 따뜻한 어느 날 노오란 꽃을 피워야 하는데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지나며 보니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복수초~ 안녕? 그런데 내일 추워진다는 데 괜찮겠니?' 복수초가 추운 겨울도 이겨냈다며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한다.

고개 빼꼼 복수초
복수초

아침에 만났던 물웅덩이 앞에 다시 가서 선다. 빼꼼 보이던 나무를 한 번 더 카메라에 담는다. 이번엔 조금 더 많은 나무를 눈에 담는다. 물속에 나무가 꽉 찼다. 흐린 하늘을 보니 여기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도 담고 싶어 진다. 곧 그런 날이 올 것임을 나는 안다. 그때는 하얀 구름에게도 ‘안녕?’하고 인사를 전해야지.  

산수유나무에 노란 꽃망울이 맺혔다. 이리저리 쳐다보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 안녕?’ 나 때문에 정신없을 산수유나무지만 자꾸 쳐다보고 인사를 하고 싶다.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얼른 꽃망울을 닫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 조금 더 기다렸다 만날 수 있으니 볼 수 있을 때 인사를 자꾸 남기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나보다 더 잘 아는 똑똑한 산수유나무다.

산수유나무
산수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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