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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스의 유럽 협박과 중국 견제

미국의 유럽 협박 시작. 그 끝은 중국?

by SavvyPecanPie

지난 16일 뮌헨에서 셰계 안보분야 국제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가 열렸는데, 미국 부통령 J.D. Vance가 유럽의 민주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독일 극우정당을 지지했습니다.

"We cannot help you"

유럽의 민주주의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못한 수준이며, 이런 경우 미국은 유럽을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메시지는 이례적으로 유럽을 협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고, 이에 대해 독일 총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를 표했습니다.


벤스는 왜 안보회의에서 이런 얘기를 했을까요?


america_first_blue_back_final.jpg?itok=gIyAec4b 솔직히 미국인이면 트럼프 좋을 것 같기도 함


이번 안보회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 대해 미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까 하는 관심이 집중된 회의였습니다. 그러나 벤스는 약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고,

'세계 1등 미국은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룰거니, 너희는 너희 문제나 걱정해'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1. 유럽의 민주적 가치 후퇴


“The threat that I worry the most about is a Europe is not Russia, it’s not China, it’s not any other external actor. What I worry about is the threat from within.”

(“제가 유럽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 등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되는 위협입니다.”)

2021년 조 바이든이 대통령인 시절, 트위터(현X)는 트럼프가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며 그의 계정을 차단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발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계정을 바로 복구시켰죠.


개인의 발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벤스는 현재 유럽이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으며, 과거 냉전시대 러시아의 검열과 같은 독재가 유럽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유럽 내부정치를 비판한 미국 연설은 거의 전례가 없으며, 유럽의 주권적 사법, 정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강도 높은 수위라고 분석됩니다.


그러면서 벤스는 농담을 던집니다.


_108993655_mediaitem108918173.jpg.webp 기후 문제를 놓고 세상과 한 판 붙는 그레타 툰베리
“If American democracy can survive 10 years of Greta Thunberg’s scolding, you guys can survive a few months of Elon Musk.”

(“미국 민주주의가 그레타 툰베리의 10년간 잔소리를 견뎌낼 수 있다면, 당신들(유럽)은 일론 머스크 때문에 몇 달 정도쯤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미국(트럼프 행정부)은 해외인사들의 비판적 언사도 충분히 소화했고 억압하지 않았는데, 머스크의 발언과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유럽은 문제가 있는것 아니냐.. 누가 더 민주주의를 잘 운영하고 있는가? 하는 뼈 있는 농담이었습니다.


2. 포퓰리스트 정당, 정치인 배제에 대한 비판

“We don’t have to agree with everything or anything that people say. But when people represent an important constituency…it is incumbent upon us to at least participate in dialogue with them.”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유권자를 대표하는 이들이 있다면, 적어도 대화에는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서유럽 기득권 정권이 '가짜뉴스', '러시아 공작'등의 명분으로 극우, 극좌 세력들을 봉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정 정당 및 정치인을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독재이며, 그들의 목소리가 지지받는 이유를 정책적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Trump_Election_Lies_ap-2023-08-21-768x512.jpg MAGA MAGA MAGA


유럽의 일부 지지자들은 과거 트럼프의 MAGA를 '근거없는 포퓰리즘'으로 폄훼했고, 유럽은 지난 대선에서 해리스를 지지한 기류가 있었습니다.


이날 벤스의 freedom of speech에 대한 발언은 이러한 유럽의 행태를 '비민주적 성격'으로 반박하고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를 공격해왔던 반대편에 대해 통쾌한 한방을 날린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참 외교적 모먼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민주, 다양성 포용 vs. 극우, 기득권 옹호 라는 프레임을 뒤집은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보수를 너네가 엄청 탄압하던데, 난 다 받아줬어. 근데 너희는 다른 의견을 왜 묵살하는거야?' 처럼 말이죠. 상대의 논리를 나의 근거로 사용한 와우 모먼트 였습니다.


3. 대규모 난민(이민) 정책과 자국 국경 강화

“How many times must we suffer these appalling setbacks before we change course and take our shared civilization in a new direction?”

(“얼마나 더 많은 끔찍한 사건을 겪어야, 우리의 문명을 새로운 방향으로 바꾸게 될까요?”)


130696487.3.jpg 2024년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이슬람 출신 의사가 시민들을 향해 차를 돌진하여 70명이 사상된 사건


트럼프는 2기 당선과 함께 미국의 130만명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고, 국경을 강화하며,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는 속지주의도 폐지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벤스는 이러한 기조에서, 유럽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 침략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이민, 난민 정책으로 벌어지는 내부적 분열과 갈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언급하며, 이는 EU 체제 아래 대규모 이민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영국 국민의 강한 불만을 의미하고, 국민 의사를 무시하면 브렉시트와 같은 극단적 결과가 찾아온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4. 유럽의 안보는 본인 스스로 지켜야

What is the positive vision that animates this shared security compact that we all believe is so important?”

(“우리 모두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믿는 이 ‘공동 안보 체제’를 움직이게 하는 비전이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 참견하지 말고 너희 집안 사정이나 잘 돌봐"


벤스는 유럽 내부가 “무엇을 방어하고자 하는지” 자국민에게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면(즉, 가치나 비전이 모호하다면), 미국도 “얼마나,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폭적인 지원' 대신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공정한 방위비 분담'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이미 유럽 측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유럽 내부에 ‘안보 공백’ 위기감과 분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됩니다.

US-Uncle-Sam-War-Bonds-Leaership.jpg?fit=1600%2C981 우리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 날 벤스가 왜 "세계 안보"를 주제로 모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했을까? 하면 저는 아래와 같이 해석됩니다.


너희 유럽은 그동안 극우(트럼프)의 목소리를 탄압해왔어.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우리를 비판해왔지만, 사실은 너희가 더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던 거야. 너희 국민도 우리랑 같은 생각일거야.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이민자 배척), 너희는 극단적인 길로 가게 될 거란 말이지.
이제부터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향(친러시아)에 대해 동조하지 않으면, 나도 너희를 지켜주지 않을거야. 지금 너희가 걱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황도, 솔직히 우리한테 중요하지 않고 엄밀히 우리가 지켜줘야 할 의무도 없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분쟁 중심지인 가자지구를 미국의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미국, 우크라이나의 의사와 상관 없이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땅을 내어주겠다는 미국. 세계의 안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진 미국이, 이제 트럼프의 강력한 자국주의를 만나 주변국들을 하나씩 협박하며 방해물을 제거하고, 유럽, 러시아와의 외교로 결국은 위협적인 라이벌 중국을 고립시켜 강력한 1등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We don’t think— you hear this term ‘burden sharing’— but we think it’s an important part of being in a shared alliance together that the Europeans step up while America focuses on areas of the world that are in great danger…”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서로 동맹이라면 유럽이 책임을 다하고, 그동안 미국은 전 세계에서 더 위험한 지역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날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서 상호 간 협력을 약속합니다.

NISI20230218_0001198818_web.jpg?rnd=20230218130421 외교란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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