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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14. 2023

어쩌면 지우고 싶었을  그리움의 광기.

영화 <레베카> 리뷰


인물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연출 기법은 서스펜스이다. 이와 같은 연출이 이 감독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전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영화를 그려낸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유일한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 <레베카>를 소개하려 한다. 소설 원작 <레베카>은 뮤지컬로도 상당히 유명한데, 뮤지컬이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이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참고로 여자주인공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우연에서 만남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첫 시작

그와의 첫 만남은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됐다. 호퍼 부인의 비서로 일을 하던 그녀는 몬테 카를로에서 아내를 잃은 신사 맥심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짧지만 깊었던 사랑은 그를 두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뒤로한 채, 대저택 맨덜리에 들어가서 함께 살게 된다. 아름답지만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맨덜리는 곳곳에 전처 레베카의 흔적으로 채워져 있었고 그러한 환경은 그녀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했다. 특히 집안일을 책임지는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를 대체할 수 없다며 그녀를 압박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대저택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탓에 극한으로 내몰린다.


병에 담아두고 추억이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게
언제든 병만 열어 그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집착과 광기가 불러온 절멸.

주인공은 레베카의 흔적을 지우기보다는 더 나은 안주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 맥심은 그 자체를 사랑했으며 맥심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주인공은 희열을 느낀다. 비밀에 대한 충격보다 비밀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다. 또한 집착과 광기는 사실 여부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비춰낸 어떤 이의 흔적이었다. 공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 '레베카'에 매몰되어 과거의 그림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날의 진실은 그들만 알겠지만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른 불안감으로 남는다.



반전은 계속되었지만 마지막까지 빠지지 않는 반전요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이다. 또한, 히치콕의 영화에서 주로 표현되는 서스펜스가 영화 <레베카>에서도 드러나지만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그가 자주 이용하던 방식이 아니어서 왠지 모르게 낯설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 제작자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 시나리오 작업에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의 대표작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보다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고 그래서 그 시대에 주목받지 못했던 히치콕의 색깔은 이제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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