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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07. 2023

스쳐간 수많은 사랑을 돌아보며.

영화 <사랑의 도피> 리뷰


드디어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앙투안 시리즈 대장정이 막을 올린다. 영화 <사랑의 도피>은 마지막으로 20년 간 함께해 온 앙투안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을 회상하며 진행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부분을 마주하게 되었다. 오래된 것은 바래진다지만 이 영화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앙투안을 그 자체로 받아 들 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의 일생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어쩌면 변하지 않아서 더 꼿꼿한 그의 방황.

앙트완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바람을 피우는 앙트완과 헤어지는 크리스틴. 그리고 음반 가게에서 일하는 사빈느와 새로운 사랑을 하며 지난 관계를 정리한다. 법원에 가 크리스틴과 이혼에 합의하고 딸 알퐁스를 배웅하기 위해 역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그가 사랑했던 여자인 콜레트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계획에 없었던 일이지만 그녀가 탄 열차에 올라타면서 의도치 않게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그전과는 또 다른 콜레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가 끊임없이 써온 자전적 소설과 함께.



아마 끝나지 않을 그의 방황.

이번 영화의 특징은 앙투안의 시선보다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앙투안의 방황의 대상이었으며 그를 살아가게 했던 그녀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하는 모습은 이색적이기도 했다. 그의 방황은 사랑의 도피에서 시작되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했고 그 어려움 속에서 빠져나와 얻어낸 자유, 그만큼 되찾을 수 없는 결핍은 그의 내면을 돌고 돌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화시킬 수 없고 끊임없이 내면을 맴돌 수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낸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왜 그가 방황을 멈출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결말을 맞이했지만 끝나지 않을 그의 방황이 왠지 쓸쓸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가는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이 시리즈를 감상하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도 들었고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처음 400번의 구타에서 보여준 것과는 조금 달라진 영화의 연출이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누벨바그의 영화는 삶은 영화가 된다는 말을 이루어 주었으며 여전히 그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우면서 쓸쓸하더라도 그 빛은 바래지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존재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면서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뒤쫓아가면서 전에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특히 고전영화와 시대의 전환점이 되었던 누벨바그 영화를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해 나가며 내면에 집중했던 내가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같은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 하단에는 전 시리즈를 다룬 리뷰 링크를 첨부해 두었다.


400번의 구타


https://brunch.co.kr/@mindirrle/218


앙투안과 콜레타


https://brunch.co.kr/@mindirrle/249


도둑맞은 키스


https://brunch.co.kr/@mindirrle/252


부부의 거처


https://brunch.co.kr/@mindirrle/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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